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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견적 - 2017년 1월

SWEV 2017. 1. 10. 12:25

17년 1월 21일자 내용 추가 - GeIL에서 2400Mhz 클럭을 지원하는 메모리들이 새로 출시되었다. 캐비레이크 CPU는 2400Mhz 메모리를 정식 지원하기 때문에 캐비레이크 견적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메모리를 PC19200으로 검색해서 넣으시라. 값은 똑같으면서도 아주 조금이지만 더 빨라질 것이다.


새 해도 왔고, 기다렸던 카비레이크 CPU도 떴다. 오랫동안 뽑지 않았던 견적을 올릴 때가 되었지 싶었다. 2월 중순 즈음에 AMD의 RYZEN CPU가 새로이 나올테니 견적을 그때 뽑을까 하다가, 2월에 견적을 또 뽑고 말지 뭐 하는 생각으로 일단 올린다. 환율이 오르고 플래쉬 메모리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메모리와 SSD 가격이 모두 오르는 중이다. 다시 말해서 PC를 사기에 괜찮은 때가 지금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럴 때 100만원이 넘는 비싼 컴퓨터를 사는 것은 권하기 어렵다. 100만원 넘는 견적들은 당장 써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2~3월 이후로 미루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부품을 고르는 기준은 별 거 없다. '사고 친 적이 없는 회사'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고'는 두 가지다. 단순히 실수인 경우도 있을 것이고, 제조사 자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ECS나 애즈락 제품이 전자에 해당한다. 내구성 문제가 터진 일이 경험상 너무 많다. 후자의 예시는 삼성전자가 되겠다.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은 견적에 들어가지 않는다. 성능이나 신뢰도에서 삼성전자의 SSD나 RAM을 따라갈 제품이 없는 상황이지만 나는 넣지 않을 생각이다.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삼성전자에 개새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말이 나온김에 견적을 10년째 뽑으면서 꾸준히 지켜오고 있는 목표도 이야기 한다. 가장 안전하고 가장 무난한 견적을 만들고 싶다. 게이밍이니 뭐니 요란하게 불 들어오는것도 질색이고 요란한 외양에 신경 쓴 나머지 기본적인 내구성과 신뢰도를 포기하는 것도 싫다. LED팬을 살 돈이라면 검증된 회사의 볼베어링 팬을 쓰는게 낫다는 생각이고, 게이밍 케이스의 부가기능에 신경쓰느니 강판이 두껍고 튼튼한 케이스를 고르겠다. 유행이고 나발이고 내 알바 아니고, 그저 성능이 모자라서 PC를 바꿔야만 하는 상황이 올 때 까지 최대한 고장나지 않고 버티는걸 최우선으로 삼겠다. 이게 나는 옳다고 믿는다.


사설이 길었다. 8달만에 뽑는 견적이라 더 그렇다. 이제 시작한다.



30만원대


30만원짜리 PC에 소비자가 만능을 기대하진 않는다. 그저 빨리 켜지고, 네이버랑 한글 후딱 뜨면 땡이다. 다행스럽게도 PC의 성능이 너무나도 상향평준화 된 시대이다보니 이 정도면 사무용 내지는 가정용 PC로서 충분히 제 몫을 해낼 수 있다. 그러니까 제일 싼 PC를 새 부품으로 꾸려야 한다면 이 정도 돈이 든다는 일종의 하한선 개념 견적이다. 이것 이하의 가격으로 신품을 구매하면 새 부품으로 컴퓨터를 사는 의미가 없다. 차라리 괜찮은 중고 PC를 사시라.


CPU는 셀러론 G3900이다. 내가 5년째 계속 하고 있는 이야긴데, 이젠 셀러론 느리지 않다. 돈 아끼려고 억지로 쓰는 CPU가 아니니까 마음놓고 사라. 셀러론과 SSD의 조합은 눈부시고 빠르다.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데, 노트북의 판매량이 데스크탑을 추월한 것 때문이다. 2017년 현재 시장에서 가장 잘 팔려나가는 노트북은 15W 정도의 소모전력을 가진 듀얼코어 CPU들이 들어간 제품들인데, CPU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씨네벤치 R11.5 기준으로 대충 2~3점 정도의 성능이 나오는 물건들이다. 그리고 셀러론 G3900은 저 물건들보다 한참 빠르다. 결론적으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성능은 고작 5만원짜리 싸구려 CPU로도 이미 충분히 뽑아낸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걱정 말고 사라. 램은 사무용 수준이니 4GB만 넣었다. 싱글채널인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램값이 너무 심하게 올라서 제조사의 레퍼런스대로 듀얼채널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마더보드는 당분간 기가바이트 위주로 쓸 것 같다. 아수스 마더보드들이 너무 못생긴데다-_- 레이아웃이 나빠서 조립하기 좀 그렇다. 기가바이트 마더보드들이 레퍼런스를 충실히 지켜서 꾸준하게 안정성이 잘 나오는 것도 좋고, 여러모로 직접 PC 견적을 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SSD는 그냥 싸고 무난한 WD 그린이다. 어차피 샌디스크 OEM[각주:1]인 물건이고 특별하게 대단할 것도 나쁠 것도 없다.


하드디스크는 일부러 2.5인치 노트북용을 넣었다. 더 싸고, 더 조용하고, 전기와 자리도 덜 먹는다. 어차피 시스템의 속도는 SSD가 빠르게 해줄테니 하드디스크는 느려도 괜찮다. 그래서 앞으로 들어갈 견적엔 전부 2.5인치 디스크만 넣겠다. 큰 용량을 원한다면 알아서들 바꾸면 된다. 케이스는 몇 가지 조립해보니 3R의 R380이 싸고 튼튼해서 넣는다. 같은 섀시, 같은 베젤 디자인을 쓴 제품이 서너가지는 되는데, 개중에서 USB 3.0 옵션이 붙은 제품은 3R 뿐이기도 했고 3R은 국내 업체들 중에서 제일 솜씨가 좋은 제조사이기도 하다. 요즘 하단파워 케이스들이 시장의 주류가 되었는데, 개인 소비자가 하단 파워를 써서 얻는 이득은 단언컨대 거의 없다. 특히나 보급형 시스템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까 파워의 독립냉각 같은 제조사들의 마케팅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파워는 마이크로닉스의 막내 모델이다. 제일 싸고 용량도 350W 밖에 안되지만 절대로 모자랄 일이 없을 것이다. 적당한 VGA 한 장 끼워넣는 정도는 여유롭게 버틴다. 어차피 이 견적대로 조립해봤자 소모전력은 100W도 넘기지 못할테니 사실 350W도 과용량이다. 되도 않게 파워는 컴퓨터의 심장이니 정격 500W 넣으라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무시해주시라. 의미 없는 조언이다.



50만원대


30만원대 견적에서 CPU를 살짝 올리고 그래픽카드를 하나 추가해서 게임 성능을 올린 정도다. 30만원대 견적으로 게임은 거의 포기해야 하지만 이 견적부터는 1920x1080 해상도에서 오버워치를 여유롭게 돌릴 수 있다. CPU성능이 셀러론 G3900대비 20%정도 높다. 그리고 조금이지만 캐쉬메모리도 용량이 더 크다. 램은 4GB짜리 두 개 넣어서 8GB다. 두 개씩 넣어야 CPU의 성능을 온전히 끌어낼 수 있으니 잊지 말고 숫자 맞추어 제대로 주문하시라.


그래픽카드는 RX460이랑 GTX1050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1050쪽이 성능이 2할 정도 낫길래 그쪽으로 갔다. 지포스 GTX 1050이 1~2만원 정도 비싸면서 성능이 저렇게 차이가 나니 가성비 면에서는 RX460을 고르기가 조금 어렵다. 대신 동영상을 많이 보는 용도라면 RX460도 플루이드 모션 같은 동영상 특화 기능이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60만원대


전체적으로 50만원대 견적에서 체급이 한 단계씩 올라간 견적이다. 보통 사람들이 게임을 위해서 데스크탑을 맞출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가격선은 60~80만원 사이이다. 그 이상의 가격은 부담스럽고 그 이하의 가격은 게임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필요할까 싶은 수준의 견적을 일부러 끼워넣었다. 거의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들을 고옵션에 가깝게, 그리고 몇몇 패키지 게임들을 옵션 타협으로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견적이 대충 이 정도라고 보면 좋다.


데스크탑용 i3가 듀얼코어라서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나도 싫어한다. 메인스트림급 쿼드코어를 18~19만원대에 구매하던 시절이 있었으니 듀얼코어에 15만원이라는 값은 조금 지나치다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펜티엄 G4400의 가격과 스펙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펜티엄 G4400의 성능에 정확히 2를 곱하면 데스크탑 i5 정도의 성능인데, i3의 성능이 생각보다 꽤 훌륭하게 i5와 펜티엄 사이의 중간을 받쳐주고 있었다. 펜티엄엔 없는 하이퍼스레딩과 높은 주파수가 그 이유인데, 이만하면 차후에 그래픽카드를 두어번 정도 바꾸거나 아예 상위 기종을 사서 가져다 넣어도 충분히 VGA의 잠재성능을 끌어내줄 수 있다 싶어서 견적에 넣는다. 여기서 CPU만 i5 6500정도로 바꾸어주면 바로 괜찮은 70만원대 견적이 된다. 참고하시라.


VGA는 GTX 1050Ti인데 대충 GTX 1050 대비 15% 정도 빠르다. 딱 가격만큼 성능이 딱딱 정확하게 오르니 게임 성능은 별로 필요 없지만 격식 갖추기용 그래픽카드는 필요하다 싶을 땐 CPU를 6500으로 올리고 그래픽카드는 내려서 사면 된다. 사실 그게 컴퓨터를 조금 더 오래 쓰는 방법이라는게 함정-_-.[각주:2]


하드디스크는 수년간 통계로 신뢰도를 증명한 HGST의 제품이다. 어차피 데이터 저장 말고는 하는 일이 없는 물건이고 데이터 저장용 HDD는 돌연사가 적은 것이 최우선이다. 1TB짜리 까지는 노트북용 2.5인치 HDD를 쓰는 것이 여러가지로 유리하니 큰 용량이 필요없다면 2.5인치 하드디스크를 쓰자.



80만원대


이 쯤 되면 차로 칠 때 소나타 정도다. 이 정도 가격선 부터 만능에 가까운 PC가 나온다. 게임이야 당연히 잘 돌고 그래픽 작업 같이 사양을 많이 타는 작업도 시원시원하게 잘 돌아간다. 사실 지금 시점에서 데스크탑을 산다면 이 정도의 돈을 들여야 가장 밸런스 좋으면서도 돈을 쓴 보람이 있는 성능을 뽑아내며 오랫동안 가치가 유지되는 PC를 만들 수 있다.


코어 i5 6400은 인텔의 주력 라인업인 i5의 막내다. 클럭이 낮은 편이지만 데스크탑용 i5 부터는 쿼드코어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성능이 크게 좋아진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한 단계 상위 모델인 i5 6500을 쓰는 것도 괜찮다. 가격에 오르는 것에 비해서 클럭이 훨씬 더 크게 뛰어오르기 때문에 오래 쓸 PC라면 의미가 있는 투자가 된다.


SSD는 마이크론의 MX300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제품들 보다 실사용 용량이 조금 더 많고, 마이크론 자체가 손가락 안에 드는 플래쉬 메모리 제조 업체이다. 삼성이 여러모로 못나게 굴어버린 바람에 850 EVO의 대체제를 찾느라고 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인텔은 가격이 너무 자비가 없었고 하이닉스는 소비자용 제품을 한국 시장에 내놓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그 다음 순위쯤 되는 마이크론으로 낙점이다.


파워서플라이는 일부러 조금 낭비스럽게 넣었다. 지금 견적대로라면 잘 해야 200W 정도[각주:3] 쓰겠지만 나중에 더 고성능의 VGA를 쓸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견적을 짰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다면 위의 견적들처럼 350W 모델만 넣어도 충분하다. 요즘은 플래그쉽 그래픽카드 조차도 500W 파워로 잘 굴릴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500W 파워서플라이 정도면 앞으로 나올 대부분의 하이엔드 VGA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100만원대


자, 드디어 모든 면에서 구색과 격식을 제대로 갖춘 견적 되시겠다. 여기서부터 부품들의 질과 성능이 크게 올라간다. 특히 VGA가 좋은게 들어가기 때문에 게임 성능이 많이 좋아지고, 케이스와 파워서플라이처럼 성능과는 무관하지만 감성품질을 좌우하는 물건들의 질이 좋아지면서 만족도가 올라간다.


CPU는 일부러 카비레이크 대신 스카이레이크로 넣었다. 카비레이크 i5 7500이 더 싸면서도 성능이 더 좋은데도 넣지 않은 이유는 B150 마더보드에서 카비레이크를 지원하려면 바이오스 업데이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 부품들을 사서 기분좋게 조립하고 나니 바이오스 미지원 때문에 부팅이 되지 않는다면 굉장히 난감할 것이다. 조립할 때 다른 스카이레이크 CPU를 임시로 끼워서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면 카비레이크 i5로 가도 좋다. 혹은 구매할 때 쇼핑몰에 문의해서 바이오스 업데이트 작업 후 조립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 해도 괜찮다. 쇼핑몰들은 부팅 테스트를 거친 후에 소비자에게 발송하기 때문에 저 정도 서비스는 해줄 것이다.


마더보드는 인텔의 B150칩셋이 들어간 기가바이트의 중급기 모델이다. 부품들의 배치가 좋고 디자인이 말끔하며 램슬롯도 4개이기 때문에 나중에 램이 모자라다면 채워줄 수도 있다. 램은 8GB짜리 두개를 사면 되고, 많은 게이밍 환경에서 16GB 램이면 충분하다는 벤치마크 결과가 있으니 그 이상은 욕심 내지 않아도 괜찮다. DirectX12 환경에서는 그래픽 메모리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쓰이는 편인데, 새로운 게임 API가 나오면서 메인 메모리를 많이 요구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래픽카드는 GTX1060 3GB인데 이게 참 걸작인 물건이다. 전력소모도 적은데다가 고작 중상급기 주제에 성능은 전세대 플래그쉽인 GTX 980에 육박한다. 일부러 조텍의 짧은 기판이 들어간 미니버전으로 골랐는데 이게 다 이유가 있다. ATX와 그 파생 케이스 폼팩터[각주:4]에서 오랫동안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VGA 아랫쪽의 발열이 빠져나갈만한 공기 흐름을 만들어낼 방법이 없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VGA로 달궈진 케이스 바닥쪽의 공기를 배기팬이 만들어내는 기압차 만으로 뽑아내야 한다. 이럴 때 VGA가 큼직하면 케이스 아래에 있는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아버리는데, 케이스의 좌우 폭이 넉넉한 제품들이라면 VGA의 옆면으로 빨려 올라가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보급형 케이스는 대부분 가로폭이 180~190mm 정도이기 때문에 VGA가 크다면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래서 소모전력 150W 미만의 VGA라면 어차피 온도가 높지 않으니 커다란 쿨러를 달아주기 보단 기판의 넓이를 줄여서 시스템 전체의 공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쪽으로 셋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사소하지만 가볍게 볼 수 없는 차이가 될 것이다.


케이스는 인윈의 제품이다. 인윈이 요즘에서야 온갖 괴작들을 만들어내면서 독특한 제품군을 가진 제조사가 되었지만, 원래 일반 소비자용 케이스도 굉장히 잘 만들던 회사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제조사 케이스들보다 더 두껍고 질긴 고품질 강판을 쓰는데다 어쭙[각주:5]잖은 부가기능 넣으면서 가격을 올려받지도 않는다. 케이스의 상품정보를 보면 안쪽이 새까맣게 칠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더 싸보인다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그런데 케이스는 안쪽에 색칠 안해두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 피부 미인이 화장 두껍게 하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유이다. 강판 자체의 질이 좋은데다 더 엄격한 품질 관리를 거치기 때문에 굳이 색칠을 해서 강판의 결점을 가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색칠 하지 않은 강판은[각주:6] 도체이기 때문에 접지 구조에도 유리하다.


볼베어링이 들어간 파워 서플라이를 썼다. 케이스 배기팬이 시간이 흐르며 멈추더라도 파워 서플라이의 팬이 시스템 전체의 열기를 잘 뽑아내 줄 것이다. 싸구려 볼베어링도 아니고 ADDA사의 120mm 볼베어링 팬 주력모델인 AD1212MB가 들어가있다. 카탈로그 스펙상의 MTBF 4만시간을 다 채우고도 생존률 9할이 넘는 물건이니 팬의 수명에 대해서는 정말 걱정이 없을 것이다. 하단 파워 케이스를 쓰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케이스 팬은 거의 무조건 슬리브 베어링이 달려 있기에 수명을 기대할 수가 없다. 이럴 때 오랜 시간 필드에서 검증된 쿨링팬이 달린 파워를 사서 상단에 달아주면 4~5년이 흘러 케이스 팬이 멈추더라도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잘 돌아갈 것이다. FSP는 중보급형 파워 서플라이를 잘 만드는 회사이고 500HPN은 특별한 약점이랄 것이 없이 수년간 검증되어온 물건이니 믿고 쓰시라.



120만원대

조금 사치스러워지기 시작하는 가격대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카비레이크 CPU와 신형 200시리즈 마더보드 칩셋을 쓸 수 있다. 세대는 올라갔지만 카비레이크 자체의 성능은 같은 클럭에서 스카이레이크와 비교해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대신 작동 주파수가 조금씩 빨라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손에 쥐는 성능은 약간이나마 오르긴 오른다. 특히 6600대비 7600은 터보부스트 클럭이 많이 빠르기 때문에 게임 성능에서 많이 이득을 본다.


i5 7600은 카비레이크의 간판모델이니 딱히 설명도 더 필요 없을 것 같고, 마더보드도 B150M D3H의 후속 모델인데다 기판 크기가 조금 줄어든 것과 디자인이 조금 나아진 것 말고는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 소비자가 당장 이득을 볼 것이 없는데 신형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크게 올라버린 탓에 100만원 미만의 견적에서는 쓰기가 좀 어려웠다. 그래픽카드의 메모리 용량이 커지고 클럭도 올라가면서 성능이 나아지기에 GTX 1060 6GB 버전부터는 전세대 플래그쉽인 GTX980을 완전히 이겨버린다. 이 정도 성능이라면 당분간 게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160만원대


i7의 고성능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견적이다. 추천하는 용도는 두 가지 정도가 될 것 같다. 학부생이 쓰기엔 조금 사치스러운 수준의 동영상/ 3D 작업용 머신 혹은 고성능 게이밍 데스크탑. 프리미어나 베가스등을 배워야 하는 미디어 관련 학과, 혹은 게임을 배우는 전공자들이 돈을 들여서 좀 괜찮은 PC를 맞춘다고 칠 때, 요 정도면 거의 끝판왕에 가깝다고 해석하면 된다. 이 이상의 돈을 쓰면 마더보드나 기타 관련 부품들의 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좀 많이 부담스러워진다. 가격대비 성능이 무너지지 않는 상한선에 가까운 견적이기도 하니 조립 부품을 고를 줄은 모르지만 닥치고 고성능이 필요한 상황에서 돈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이걸 사시라.


CPU는 카비레이크 라인업의 플래그쉽인 7700K이다. 4790K, 6700K에 이어서 세 번째로 4Ghz를 넘는 인텔의 CPU인데 전작인 6700K 대비 IPC[각주:7] 향상은 아예 없지만, 대신 주파수가 200Mhz 올라서 5%정도의 성능 향상이 있다. 오버클럭용 K버전 CPU들은 스카이레이크부터 기본 쿨러가 패키지에서 빠져있기 때문에 쿨러마스터의 적당한 쿨러를 넣었다. 보통 정품 쿨러가 못미더울때 써모랩의 바다라든가, 쿨러마스터의 하이퍼 103이 많이 쓰이는데, 92mm팬 중에서 내구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한 팬이 다나와에 없었다. 그래서 기왕 하는거 쿨러 크기를 키워버리고 내구성이 검증된 베어링이 들어간 팬을 넣었다. REEVEN은 신생 브랜드지만 EUROS 팬은 소니의 S-FDB 베어링이 들어가있어서 팬의 수명이 굉장히 길다. 두 개를 사서 하나는 CPU에, 하나는 케이스에 달린 기본 배기팬을 떼어내고 달아주면 된다. 조용하지만 시원하게 시스템을 식혀줄 수 있다.


그래픽카드는 GTX 1070이다. 뭐 딱히 할 말이 없는 고성능 VGA인데, GTX 1060보다 많이 빠르지만 그만큼 가격도 많이 비싸지니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게임을 위해 큰 돈을 쓸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GTX 1060 6GB 정도만 쓰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적당히 구색을 갖추기 위한 용도로 넣었으니 필요에 따라서 올리든 내리든 마음대로 해도 좋다.


케이스는 인윈의 고급형 미니타워인 EM058이다. EM021보다 더 두꺼워진 강판이 들어갔고 좌우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더 큰 VGA와 쿨러를 넣어줄 수 있다. 전원 버튼과 USB 포트의 위치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USB 메모리 꽂다가 실수로 전원 버튼을 누르는 참사도 막을 수 있다.[각주:8] 여러모로 소비자용 미니타워의 완성형이라 할만한 물건이다.



200만원대


자, 이번달 견적중에서 가장 비싼 물건이다. 가성비 같은거 다 필요없고 발열이나 소모전력 문제로 특별한 유지보수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맘편하게 쓸 수 있는 상한선 개념의 견적 되시겠다. 이것보다 게임 성능을 잘 뽑아내는 방법이 없진 않지만, 스스로 견적을 온전히 짤 수 있을만한 하드웨어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권하기는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다. 어디까지나 내 견적은 초보자들이 맘편하게 쓸만한 부품 조합을 찾는 것이 목표이니까, 혹여라도 고까워 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다른 부분들은 다 뻔한데 그래픽카드가 좀 요란해졌다. 볼베어링 쿨러가 들어가있는[각주:9] 기가바이트의 GTX 1080 모델이고,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GTX 타이탄 X를 제외하면 가장 빠르고 조용하면서 신뢰도도 보장되는 물건이다. 가격이 타사 제품들보다 한참 비싸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서 넣었다.


괜찮은 M.2 NVMe SSD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 돈쯤 쓰면서 S-ATA SSD를 견적에 넣으면 안되기 때문에 M.2 SSD를 찾는데 삼성전자의 960 시리즈를 제외하면 도무지 쓸만한 물건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플렉스터 제품을 넣는다. 성능은 960 시리즈보다 조금 쳐지지만 플렉스터 자체가 내구성이나 신뢰도에 오랜 시간 투자를 많이 해온 브랜드이니 지금 시점에서 가장 무난한 제품이 되리라 생각한다. 인텔의 750 시리즈는 가격이 너무 자비가 없고, 용량이 애매하다. 솔직히 말해서 딱히 경쟁을 할만한 물건이 없을 정도로 삼성전자의 SSD는 뛰어난 제품이니 삼성전자 제품을 살만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면 그냥 삼성 960 프로나 960 에보를 사시라.





마치며

아이고, 글이 길었다. 어차피 한두달 뒤에 또 써야 할 판인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가 간만에 짜는 견적이라 꾹 참고 공들여서 차근차근 썼다. 널리 퍼뜨려 주시라. 그리고 이 견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 달아도 좋다. 같이 고민해보고 더 나은 견적이 나올 수 있다면 대환영이다.

  1. 인지 ODM인지 뭐라 말하기가 애매하다. 샌디스크가 WD 자회사인 마당에 설계 주체가 누구인지 말하기 좀 묘하지 않겠나. [본문으로]
  2. 2010년대 들어서 CPU성능은 발전이 더디고 VGA 성능은 빠르게 올라가기 때문에 CPU를 비싼걸 사고 VGA를 적당히 좋은 것으로 사는게 더 무난한 견적이 된다. CPU는 교체나 업그레이드가 어렵지만 VGA는 쉽게 갈아끼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3. PC안에서 가장 소모전력이 큰 두 부품인 CPU랑 VGA 합쳐서 100W 조금 넘는 수준이다. 2.5인치 HDD와 SSD는 두 개 합쳐서 5W정도고 마더보드와 램도 합쳐서 30W 먹을까 말까다. [본문으로]
  4. E-ATX, mATX, ITX 등등. [본문으로]
  5. '어쭙잖다'가 표준어이다. 굉장히 놀랐던 부분. [본문으로]
  6. 정확히는 철제 케이스에 녹이 스는 것을 막기 위해 아연도금을 한다. 아연도금의 방법도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인윈의 내부 도색이 없는 케이스들은 가장 비싸고 고급스러운 방법인 전기 아연 도금 강판을 쓴다. [본문으로]
  7. Instructions Per Clock, 직역하자면 클럭당 실행 가능한 명령어 숫자이고, 의역하면 클럭당 성능이다. IPC가 같은 CPU끼리는 클럭과 코어 갯수가 같으면 기본적으로 같은 성능이다. [본문으로]
  8. 사실 윈도의 전원 설정에서 전원 버튼을 눌렀을 때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도록 만들면 된다-_-. 사람들이 이 팁을 모르는게 문제라면 문제. [본문으로]
  9. 견적글에 자꾸 볼베어링 타령을 하는데다가 주변 지인들 컴퓨터를 맞춰줄때도 볼베어링을 자꾸 찾다보니 친구 하나가 미친 베어링 성애자 새끼야 라고 욕한 적이 있다. 그놈한테 10년전에 팔았던 데스크탑이 아직도 잘 돌아간다. 이래서 볼베어링 쓰는거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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