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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여자와 콘돔 주고 받은 썰

SWEV 2017.02.07 01:59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병원에 가던 길이었다. 12월 초순치곤 바람이 차서 날이 추웠다. 보험금을 받으려면 입원 증빙 서류인가 뭔가 아무튼 별 그지 삼발이 같은 서류가 많이 필요하단다. 짜증나지만 실비보험료를 타먹으려면 참아야 했다. 한 두푼도 아니고 20만원이 넘는 돈이었다. 여러분 위염을 조심합시다. 아무튼 이게 아니고 날은 춥고 병원은 가기 싫고 해서 기분이 별로였다는게 중요하다.


처음 보는 여자가 나한테 뭔가를 들고 다가왔다. 연애 경험이 쌓이면 좀 괜찮을 줄 알았는데 몇 번의 연애를 해보고 시간이 흘렀어도 난 여전히 낯선 여자와 말은 나누는 것이 별로 편하지가 않다. 교회인줄 알고 어떻게 회피기동을 해볼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성큼성큼 걸어오는 그 학생을 피할 수가 없었다. 유괴범 드립[각주:1]을 쳐야 하나 고민하면서 나눠주는 물건을 받았는데, 사탕치곤 커서 봤더니 에이즈 예방의 날이라며 작은 책자를 준다.


△ 별 것이 다 있다.

뭐 건강 관련 책자들 크기가 다 그렇지 하는데 뭔가 촉감이 이상해서 뒤를 돌려보니 콘돔이 맨 밑에 있다. 아하 콘돔 쓰고 에이즈 예방하란거구나. 연애도 안하는 놈이 주머니에 콘돔 넣어 다니기도 뭐하고 해서 되돌려주고 싶었다. 처음엔 대뜸 콘돔을 내미는 여자가 불편했지만 마음을 먹으니 이내 나도 모르게 입에서 미친 개소리가 튀어나왔다.


"그짓을 안하면 에이즈도 안걸리겠네요. 하하하하하하."


나에게 수줍게 콘돔을 내밀던 학생의 귀가 시뻘개지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날이 추워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사람 많은 대로변에서 창피했지만 개드립을 치고 싶은 욕구가 쪽팔림을 막으려는 욕구를 이겨버린 결과이다. 병원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콘돔을 나눠주는 다른 사람과 또 마주쳐야 했다. 이번엔 아줌마였다. 한 번 미친소리를 하고 편해진 마음에 다시 한 번 입이 트였다.


"하하하, 저를 보세요. 이런게 필요하게 생겼나."


썩 잘생기지 않은 내 얼굴까지 팔아가며 미친소리를 있는대로 지껄였다. 그 자리에서 콘돔을 나눠주던 모든 여자분들이 다 나를 쳐다봤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부럽지 않았다. 하루에 한 번씩은 저렇게 똘끼를 뽐내줘야 소화가 잘 되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길가다가 처음 보는 여자가 콘돔을 주면 저렇게 해보시라.


△ 콘돔이고 나발이고 난 섹스를 안한다고 씨발ㅠㅠㅠㅠ

  1. 5년 전에 교회에서 나온 학생이 사탕을 나눠주면서 교회 나오라길래 엄마가 모르는 사람이 사탕 주면 유괴범이라고 따라가지 말래요 하고 황급히 걸어온 적이 있다. 당시 나는 27살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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