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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지 알려주는 국가의전서열

SWEV 2017. 3. 20. 09:27

제목에 철지난 드립이 섞여있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오래전에 쓰려다가 한도 끝도 없이 길어져서 그만 두었던 글 중 하나이다. 요새 좀 글이 뜸하다 싶어 쉬어가는 느낌으로 쓸 글이 하나 필요했다. 그래서 쓴다.


국가의전서열은 얼핏 보기엔 별 것이 없다. 나라로부터 월급을 받는 사람들을 한줄로 세워 놓았을 때, 누가 제일 서열이 높은가를 따지는 내용이 전부이다. 간단하게 보면 고위급 정치인이나 관료들 중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앉아 있나를 판가름하는 하나의 기준점일 뿐이지만, 실제로 그 의미를 따져보면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의미가 느껴진다. 단순히 자리의 높고 낮음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의 통치 구조에서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이 주어지는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사설이 길었다. 보면서 이야기 하자.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여당대표

야당대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국회부의장

감사원장


순서대로 쓰여있는 서열을 보고 뭔가 낯설은 느낌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흔히들 생각하기에 이 나라의 대빵은 대통령이고 그 다음은 국무총리일 것 같은데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많이 끼어있다. 대통령이 맨 윗줄인 것이야 다들 별 고민없이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국회 의장이 2위인 것은 낯설어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세 번째 서열이 된다. 대통령은? 익히 알고 있듯이 행정부의 수반이자 한 국가의 수장이 된다. 초등학교때 삼권 분립에 대해 배웠을 것이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수장이 국가 의전서열상 나란히 1,2,3위를 차지한다.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의장은 선출직 공무원 되시겠다. 국민들이 뽑았기에 저 자리에 앉아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바로 보인다. 적어도 민주주의라는 체제 하에서는, 여러명이 모여 뽑은 사람이 무조건 킹왕짱이라는 의미가 국가 의전서열을 통해 드러난다는 이야기다.


위의 국가의전 서열에서 굵은 글씨로 표시된 사람들은 전부 선출직 공무원이다. 여당대표, 야당대표, 국회 부의장 모두 국회의원들만 가능한 직책이기에 선출직 공무원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가 흔하게 나라의 2인자라고 여기는 국무총리는 의전서열상 5위에 불과하다. 국무총리는 선출직이 아니기에, 대통령 한 명이 임명하는 임명직 공무원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그 대통령의 임명 조차도 국회의 청문회와 동의 과정을 거쳐야만 받아들여진다. 이 과정이 흔히 말하는 '인준'이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가 또 다시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회의 승인 하에만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이것이 민주주의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정치인들에 의해서 중요한 직책이 결정된다는 것. 이 절차에 새겨진 의미가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국가의전서열 상위 10명 중 1,2위를 포함한 5명이 선출직 공무원이다. 그리고 나머지 임명직 공무원 5명중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있다. 선관위원장이 특별히 정치적으로 돌출된 적이 거의 없기에 그 존재감이 희미하지만, 대선, 총선, 지방선거등의 굵직한 선거 이벤트를 모두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의전서열상 아주 높은 위치에 자리한다. 하도 존재감이 희미하고 그림없이 글만 있으면 보기 허할까봐 싶어 사진을 가져다가 넣었다. 정치적으로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직책이지만, 앞서 선출직 공무원들이 민주주의에서 어떤 위치를 가지는지 충분히 설명했기에, 그 선출직 공무원을 뽑는 일을 총괄하는 선관위원장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은 다들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굳이 쓸 필요가 있나 싶어서 안쓰고 포기했던 글인데, 동년배의 친구들 중에서도 황교안이 대통령 대타를 치고 있으니 나라에서 2번째로 높은 사람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경우를 보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 개개인이 가진 한 표의 의미가 얼마나 무겁고 중요한 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국가의 기본적인 권력 구조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권력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누가 어떤 의미로 어떤 자리에 앉아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썼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뽑는 한 표의 값어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주권주의를 다시금 되새기며 글을 마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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