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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견적 - 2017년 5월

SWEV 2017.05.02 10:58

원래대로라면 2월 즈음엔 견적을 새로 뽑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원래대로라면 작년 겨울에 나왔어야 할 라이젠이 올 봄이 다 되어서야 나왔고, 그나마도 최상위 라인업만 먼저 출시되어 견적을 짜기 조금 애매했다. 다행히도 라이젠은 기대만큼 잘 나온 CPU였고,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달 견적 부터는 라이젠 위주의 견적이 들어간다. 당장 눈앞의 게임 성능은 인텔이 조금 더 나은 편이 맞다. 그러나 컴퓨터는 게임기로만 쓰일 물건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CPU의 전체성능이 높은 쪽이 더 긴 수명을 가졌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도 하다. 켄츠 할배는 있어도, 울프 할배는 없듯이 더 나은 쓰루풋 성능은 더 긴 수명을 보장한다. 컴퓨터의 교체 주기가 예전의 2~3년에서 5년 이상으로 늘어난 지금, 일정 수준 이상의 레이턴시 성능만 보장된다면 쓰루풋 성능에 더 무게를 두는 쪽이 대다수의 소비자에겐 옳을 것이다.


CPU를 제외한 다른 부품들의 선정 기준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문제를 덜 일으키는 회사. 이 한 마디면 충분히 설명이 된다. 설계상 실수를 해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회사 자체가 도덕성 문제를 일으킨 전례가 있는 경우는 가능하면 쓰지 않았다. 애즈락이나 ECS 마더보드는 내구성이 동 가격대의 다른 제조사들에 비해서 경험상 너무 모자라서 전자의 경우에 해당할테고,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MSI나 삼성전자의 제품들은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딱히 내가 정의로워서 부도덕한 회사를 거르는 것이 아니다. 물건 사면서 대체제가 없다는 표현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런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가장 안전한 견적이 무엇인지 매번 고민하고 있다. 조립을 하거나 실제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들은 사용자를 피곤하게 만든다. 그런 일들을 최대한 피하려면 어떤 회사와 제품을 골라야 할지, 나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유행과 별 관계가 없는 견적이 될 것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게이밍 하드웨어들처럼 LED가 번쩍거리는 제품들은 내 취향과 맞지도 않거니와 시스템의 내구성이나 신뢰도와는 별 관계가 없기도 하다. 나는 그저 오랜 시간동안 탈없이 쓸 PC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내구성과 관계된 부품들에 조금 더 눈길을 주려 한다.


사설이 길었다. 무슨 생각으로 견적을 짜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건 중요하니까 썼다. 늘 그렇듯 길고 재미없는 글이 될 것이다. 마음 단단히 먹으시라. 시작한다.





30만원대


30만원짜리 PC에 소비자가 만능을 기대하진 않는다. 그저 빨리 켜지고, 네이버랑 한글 후딱 뜨면 땡이다. 다행스럽게도 PC의 성능이 너무나도 상향평준화 된 시대이다보니 이 정도면 사무용 내지는 가정용 PC로서 충분히 제 몫을 해낼 수 있다. 그러니까 제일 싼 PC를 새 부품으로 꾸려야 한다면 이 정도 돈이 든다는 일종의 하한선 개념 견적이다. 이것 이하의 가격으로 신품을 구매하면 새 부품으로 컴퓨터를 사는 의미가 없다. 차라리 괜찮은 중고 PC를 사시라.


CPU는 셀러론 G3930이다. 내가 5년째 계속 하고 있는 이야긴데, 이젠 셀러론 느리지 않다. 돈 아끼려고 억지로 쓰는 CPU가 아니니까 마음놓고 사라. 셀러론과 SSD의 조합은 눈부시고 빠르다.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데, 노트북의 판매량이 데스크탑을 추월한 것 때문이다. 2017년 현재 시장에서 가장 잘 팔려나가는 노트북은 15W 정도의 소모전력을 가진 듀얼코어 CPU들이 들어간 제품들인데, CPU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씨네벤치 R11.5 기준으로 대충 2~3점 정도의 성능이 나오는 물건들이다. 그리고 셀러론 G3930은 저 물건들보다 한참 빠르다. 결론적으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성능은 고작 5만원짜리 싸구려 CPU로도 이미 충분히 뽑아낸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걱정 말고 사라. 램은 사무용 수준이니 4GB만 넣었다. 싱글채널인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램값이 너무 심하게 올라서 제조사의 레퍼런스대로 듀얼채널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마더보드는 당분간 기가바이트 위주로 쓸 것 같다. 아수스 마더보드들이 너무 못생긴데다-_- 레이아웃이 나빠서 조립하기 좀 그렇다. 기가바이트 마더보드들이 레퍼런스를 충실히 지켜서 꾸준하게 안정성이 잘 나오는 것도 좋고, 여러모로 직접 PC 견적을 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SSD는 그냥 싸고 무난한 WD 그린이다. 어차피 샌디스크 OEM인 물건이고 특별하게 대단할 것도 나쁠 것도 없다.


하드디스크는 일부러 2.5인치 노트북용을 넣었다. 더 싸고, 더 조용하고, 전기와 자리도 덜 먹는다. 어차피 시스템의 속도는 SSD가 빠르게 해줄테니 하드디스크는 느려도 괜찮다. 그래서 앞으로 들어갈 견적엔 전부 2.5인치 디스크만 넣겠다. 큰 용량을 원한다면 알아서들 바꾸면 된다. 케이스는 마이크로닉스의 보급형 미들타워인 루키이다. 요즘 하단파워 케이스들이 시장의 주류가 되었는데, 개인 소비자가 하단 파워를 써서 얻는 이득은 단언컨대 거의 없다. 특히나 보급형 시스템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까 파워의 독립냉각 같은 제조사들의 마케팅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파워는 마이크로닉스의 막내 모델이다. 제일 싸고 용량도 350W 밖에 안되지만 절대로 모자랄 일이 없을 것이다. 적당한 VGA 한 장 끼워넣는 정도는 여유롭게 버틴다. 어차피 이 견적대로 조립해봤자 소모전력은 100W도 넘기지 못할테니 사실 350W도 과용량이다. 되도 않게 파워는 컴퓨터의 심장이니 정격 500W 넣으라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무시해주시라. 의미 없는 조언이다.




50만원대


30만원대 견적에서 CPU를 살짝 올리고 그래픽카드를 하나 추가해서 게임 성능을 올린 정도다. 30만원대 견적으로 게임은 거의 포기해야 하지만 이 견적부터는 1920x1080 해상도에서 오버워치를 여유롭게 돌릴 수 있다. 펜티엄 G4560이 한동안 굉장히 잘나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CPU이다. 8만원짜리 펜티엄 듀얼코어 주제에 상위 라인업인 i3에나 있던 하이퍼 스레딩이 있는데다, 작동 주파수도 굉장히 높다. 이 가격에 이만한 CPU가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에게 축복이다. 램은 4GB짜리 두 개 넣어서 8GB다. 두 개씩 넣어야 CPU의 성능을 온전히 끌어낼 수 있으니 잊지 말고 숫자 맞추어 제대로 주문하시라.

그래픽카드는 GTX1050이다. 당분간 PC방의 표준 그래픽카드나 마찬가지일 것이기에 돈을 주고 게임을 위해 그래픽카드를 산다면 가장 싸고 괜찮은 카드가 될 것이다. 이것 이하의 그래픽카드는 지금 시점에서 게임용으로 신품을 사기엔 조금 애매하다는 뜻이니 참고하면 된다. 이 가격조차도 부담스럽다면 AMD의 RX 460을 권하고 싶다. GTX 1050보다 조금 못한 성능이지만 오버워치를 즐기기에 충분한 성능이고 가격도 10만원 전후이니 대략 2~3만원 정도를 더 아낄 수 있을 것이다. 동영상을, 특히 애니메이션을 많이 볼 생각이라면 RX 460쪽이 플루이드 모션 같은 동영상 특화 기능도 있으니 본인의 사용 환경에 맞춰서 고민해보길.



60만원대


자, 여기서부터는 라이젠 견적이다. 지난 견적과는 예산 배분이 좀 달라졌다. 지난 견적에서는 적당한 쿼드코어 CPU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i3를 썼는데 i3는 듀얼코어 중 최상위급의 성능을 보여주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듀얼코어 중에서 좋은 편이었고, 쿼드코어와 힘싸움을 할 수준은 못됐다. 그래도 펜티엄 듀얼코어 보다는 낫지 않겠나 싶어서 2코어 이상을 활용하지 않는 국내 온라인 게임용 견적 정도의 느낌으로 짜 보았는데, 저런 식으로 견적을 짜면 차후에 VGA 업그레이드를 노리는 것이 애매해진다는 맹점이 있어 견적을 올려놓고 나서도 참 느낌이 묘했다. 2코어만 쓰는 국산 온라인 게임을 제외한 해외의 게임들은 갈수록 멀티코어를 잘 활용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멀티코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이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기본 덕목으로 자리잡았다. 하다못해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조차도 8코어, 10코어를 아무렇지 않게 달고 나오는 시대에서 주파수 높은 듀얼코어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하게 떨어지기 마련인데 가능하면 쿼드코어를 쓰는게 옳았을 것 같아서 고민하던 차에 때마침 라이젠의 하위모델들이 적당한 성능으로 나와 주었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CPU성능은 여전히 경쟁력 있는 수준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VGA만 바꿔가며 5년 이상 사용할 사람이라면 i3 듀얼코어보다는 이 쪽이 더 나을 것이다.


당장 쓸 수 있는 성능이 높다는 것 만으로 끝이 아니다. 3년 뒤를 내다 보아도 인텔의 엔트리급 쿼드코어인 i5 7400이나 7500 대비 라이젠 5 계열은 이득이 많다. 라이젠용 소켓인 AM4는 AMD가 직접 3년 이상의 수명을 보장했기에 그렇다. 3년쯤 뒤에 적당한 라이젠 옥타코어를 붙인다면 지금 성능의 두 세배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인데, 메인스트림급 PC에서 이런 식으로 시간이 지난 뒤 급격한 성능 향상이 약속되는 물건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라이젠 1400의 전체적인 성능은 인텔의 i5 7500~7600에 준하므로 당분간 저렴하게 쓰다가 나중에 CPU 성능이 부족하다 느끼면 중고든 새것이든 옥타코어를 사다 끼우면 된다.


마더보드는 기가바이트의 AM4 마더보드 중 막내뻘에 해당하는 물건이다. 거의 비슷한 등급의 인텔 마더보드에 비해서 가격이 1~2만원 정도 비싼 편인데, 이런 식이면 저가 시장에 대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전원부 구성을 보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싶었다. 가장 저렴한 A320 칩셋의 마더보드 조차도 8코어에 4Ghz를 넘나드는 라이젠 7을 무리없이 돌릴 수 있어야 한다. 특히나 AMD는 몇 년전 140W CPU 지원 문제로 홍역을 치른 적이 있기에 보급형 마더보드에서의 전원부 품질에 인텔보다 더 민감할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중간에 또 엄한 길로 빠졌는데 결론은, 상위 CPU까지 여유롭게 지원할 수 있도록 마더보드 구성이 튼튼하게 잘 짜여져 있다는 뜻이다.


어찌보면 이 60만원대가 이번달의 견적에서 가장 고민이 많이 담겨있는 물건이라고 보아도 좋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구색을 갖춘 괜찮은 쿼드코어 PC의 가격선은 80만원 정도였는데, 그게 조금 오버하긴 했지만 60만원 남짓까지 내려온데다가 2~3년 뒤에도 CPU 업그레이드만으로도 충분한 성능향상을 노려봄직 하다는 것이 특히 그렇다. 3년 전에 하스웰 i5 4460같은 쿼드코어로 PC를 맞춘 사람이 지금 CPU업그레이드를 위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4790K 하나라고 보아도 좋을 정도고 그나마도 최대 30%의 성능향상에 불과하다. 그런데 라이젠은 2배를 훌쩍 넘기는 고성능을 목표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다. 이건 굉장한 장점이다.



80만원대


60만원대 견적에 비해서 전체적으로 한 체급씩 부품들의 성능과 품질이 좋아진 견적이다. 라이젠 1500X의 타겟 포지션은 하스웰 시절 흔히 쓰이던 소위 '짭제온'과 정확하게 일치하는데, 그 짭제온보다 작동 주파수가 평균적으로 높은데다 라이젠의 클럭당 성능은 하스웰을 넘어선다. 인텔의 농간으로 짭제온이 PC시장에서 사라진지 오래인 2017년 시점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라이젠 1500X는 쿼드코어이기 때문에 1400 기반의 60만원대 견적과 마찬가지로 2~3년뒤 2배 이상의 성능향상을 노린 CPU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것도 매력적이다. 동가격/동급의 인텔 CPU 대비 훨씬 성능 좋은 쿨러가 달려있어 조용하게 쓸 수 있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선 와닿을만한 내용일 것이다.


SSD는 마이크론의 제품이다. 어차피 S-ATA SSD들은 성능이 상향 평준화 되어서 큰 차이가 없고 소비자가 살펴볼 건 가격과 용량 정도인데, MX300이 호환성이나 프리징 문제가 없는데다가 용량도 경쟁 제품들 대비 10%가량 더 준다. VGA는 GTX 1050Ti인데 1050보다 살짝 빠른 가지치기 모델이라 별도의 설명은 딱히 없어도 될 것 같다.


파워서플라이는 마이크로닉스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클래식 500W 모델이다. 지포스 1080 모델까지도 500W 파워면 충분하게 나오는 시대이고, 엔비디아가 당분간 일반라인 플래그쉽은 소모전력 200W 이내로 묶어둘 것이기에 이 정도 파워를 달아둔다면 못쓰는 VGA는 사실상 없다고 보아도 좋다. 이것 이상의 VGA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본체 가격보다 비싼 그래픽카드로 업그레이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_-.



100만원대


100만원 전후의 금액으로 헥사코어 견적이라니 참 기분이 묘하다. 라이젠 1600의 가격대비 성능이 참으로 걸출한데, 인텔의 6800K의 반값에 97%정도의 성능을 제공한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 가성비다. AMD가 직접 제시한 경쟁 제품은 i5 7600인데 이미 7600은 쿼드코어 모델인 1500X선에서 호각으로 힘싸움이 가능하고 코어 숫자가 두 개 더 많은 1600부터는 경쟁사의 최상위 라인업 제품들과 대등한 수준으로 겨루고 있다. 이런 정신나간 가성비를 볼 수 있어서 참으로 기쁘다. 매년 5~10%의 어중간한 성능향상만 보다가 간만에 전년도 제품 대비 50%가 빨라진 제품을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 마더보드는 기가바이트의 B350 칩셋 마더보드인 AB350M-Gaming 3이다. 잘 정돈된 레이아웃과 포트 배치 덕분에 조립이 편한데다가 아무 쓸모도 없지만 불도 들어온다. 사실 윗 견적의 A320 마더보드를 써도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이 정도 금액으로 컴퓨터를 사면 나중에 메모리 용량을 늘릴 것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넣었다. 지금 견적에 8GB x 2 구성으로 16GB가 들어가 있는데 나중에 램을 늘릴 때 8GB 두 개를 빼고 16GB 두 개로 올리는 귀찮음을 감수할 수 있다면, 마더보드는 80만원대 견적의 제품으로 넣어도 괜찮다.


메모리를 좀 신경써서 사야한다. 정확히는 이 앞의 견적들은 솔직히 말해 메모리를 뭘 쓰든 PC19200 DDR4이기만 하면 관계가 없었는데, 이 100만원대 견적 부터는 내가 올려둔 메모리를 사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라이젠은 듀얼채널 메모리 컨트롤러를 가지고 있는데, 메모리 컨트롤러 특성이 좀 독특하다. 메모리를 많이 꽂을수록 메모리의 작동 클럭이 내려가는 것이다. 8GB x 2 구성에서는 최대 2666Mhz 규격까지 정식 지원하지만, 16GB x 4 구성으로는 1866Mhz까지 밖에 지원하지 않는다. 앞서의 견적들에서는 메모리 슬롯이 2개 뿐이었기에 클럭이 내려가봤자 2400Mhz고, 어차피 오버클럭용 메모리가 아닌 이상 2400Mhz 보다 빠른 규격은 JEDEC에 존재하지도 않기에 뭘 쓰든 별 관계가 없었다. 그런데 이 견적에 쓰인 마더보드부터는 램슬롯이 4개가 달려있기에 메모리 조합을 신경쓰지 않으면 성능하락이 있다. 견적에 쓰인 팀그룹의 엘리트 계열은 16GB x 4 구성으로도 2400Mhz 클럭의 작동을 보증한다. 마더보드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호환성 검증목록(QVL)에 정식으로 올라가 있어서 고른 것이니, 차후에 메모리 용량을 늘릴 생각이 있다면 무조건 해당 제품을 쓰시라.


그래픽카드는 GTX1060 3GB인데 이게 참 걸작인 물건이다. 전력소모도 적은데다가 고작 중상급기 주제에 성능은 전세대 플래그쉽인 GTX 980에 육박한다. 일부러 조텍의 짧은 기판이 들어간 미니버전으로 골랐는데 이게 다 이유가 있다. ATX와 그 파생 케이스 폼팩터에서 오랫동안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VGA 아랫쪽의 발열이 빠져나갈만한 공기 흐름을 만들어낼 방법이 없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VGA로 달궈진 케이스 바닥쪽의 공기를 배기팬이 만들어내는 기압차 만으로 뽑아내야 한다. 이럴 때 VGA가 큼직하면 케이스 아래에 있는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아버리는데, 케이스의 좌우 폭이 넉넉한 제품들이라면 VGA의 옆면으로 빨려 올라가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보급형 케이스는 대부분 가로폭이 180~190mm 정도이기 때문에 VGA가 크다면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래서 소모전력 150W 미만의 VGA라면 어차피 온도가 높지 않으니 커다란 쿨러를 달아주기 보단 기판의 넓이를 줄여서 시스템 전체의 공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쪽으로 셋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사소하지만 가볍게 볼 수 없는 차이가 될 것이다.


케이스는 인윈의 제품이다. 인윈이 요즘에서야 온갖 괴작들을 만들어내면서 독특한 제품군을 가진 제조사가 되었지만, 원래 일반 소비자용 케이스도 굉장히 잘 만들던 회사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제조사 케이스들보다 더 두껍고 질긴 고품질 강판을 쓰는데다 별 쓸모가 없는 부가기능을 넣으면서 가격을 올려받지도 않는다. 케이스의 상품정보를 보면 안쪽이 새까맣게 칠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더 싸보인다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그런데 케이스는 안쪽에 색칠 안해두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 피부 미인이 화장 두껍게 하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유이다. 강판 자체의 질이 좋은데다 더 엄격한 품질 관리를 거치기 때문에 굳이 색칠을 해서 강판의 결점을 가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색칠 하지 않은 강판은 도체이기 때문에 접지 구조에도 유리하다.


볼베어링이 들어간 파워 서플라이를 썼다. 케이스 배기팬이 시간이 흐르며 멈추더라도 파워 서플라이의 팬이 시스템 전체의 열기를 잘 뽑아내 줄 것이다. 싸구려 볼베어링도 아니고 ADDA사의 120mm 볼베어링 팬 주력모델인 AD1212MB가 들어가있다. 카탈로그 스펙상의 MTBF 4만시간을 다 채우고도 생존률 9할이 넘는 물건이니 팬의 수명에 대해서는 정말 걱정이 없을 것이다. 하단 파워 케이스를 쓰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케이스 팬은 거의 무조건 슬리브 베어링이 달려 있기에 수명을 기대할 수가 없다. 이럴 때 오랜 시간 필드에서 검증된 쿨링팬이 달린 파워를 사서 상단에 달아주면 4~5년이 흘러 케이스 팬이 멈추더라도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잘 돌아갈 것이다. FSP는 중보급형 파워 서플라이를 잘 만드는 회사이고 500HPN은 특별한 약점이랄 것이 없이 수년간 검증되어온 물건이니 믿고 쓰시라.



110만원대


100만원대 견적에서 게임성능이 조금 더 올라가고 소소하게 부품 품질이 올라갔다. 컴퓨터에 100만원을 쓸 수 있다면 110만원이라고 못쓸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그냥 짜본 견적이고 그래픽카드, 케이스가 한단계씩 올라가며 후면팬이 괜찮은 물건으로 추가된 구성이다. 그래픽카드의 메모리가 6GB로 늘고 클럭도 살짝 올랐다. 작다면 작은 성능 차이이지만 GTX 1060쯤 쓴다면 게임에도 꽤 신경을 쓰는 컴퓨터이기 때문에 텍스쳐 용량이 갈수록 커지는 요즘의 게이밍 개발 환경을 고려하면 가격만큼의 성능 차이는 분명히 나온다.


케이스는 인윈의 고급형 미니타워인 EM058이다. EM054보다 더 두꺼워진 강판이 들어갔고 좌우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더 큰 VGA와 쿨러를 넣어줄 수 있다. 전원 버튼과 USB 포트의 위치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USB 메모리 꽂다가 실수로 전원 버튼을 누르는 참사도 막을 수 있다. 여러모로 소비자용 미니타워의 완성형이라 할만한 물건이다. REEVEN은 신생 브랜드지만 EUROS 팬은 소니의 S-FDB 베어링이 들어가있어서 팬의 수명이 굉장히 길다. 케이스에 달린 기본 배기팬을 떼어내고 달아주면 된다. 조용하지만 시원하게 시스템을 식혀줄 수 있다.



160만원대


여기서부터 라이젠 옥타코어 견적이다. 크, 이런 대단한 성능의 컴퓨터를 150만원 안쪽에 살 수 있다니 너무 좋은 현상이다. CPU는 라이젠 옥타코어의 막내 모델인 1700이 들어간다. 조립을 몇 번 하면서 장시간 써봤는데 정말 좋은 CPU다. 저 정도의 성능을 뿜어내는 물건 치고는 비정상적으로 온도도 낮고 소모전력도 적다. 기본으로 딸려오는 쿨러의 성능이 여유롭기에 소음도 대단히 낮다. 정말 여러모로 한결같이 잘 만들어졌다.


그래픽카드는 GTX 1070이다. 뭐 딱히 할 말이 없는 고성능 VGA인데, GTX 1060보다 많이 빠르지만 그만큼 가격도 많이 비싸지니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게임을 위해 큰 돈을 쓸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GTX 1060 6GB 정도만 쓰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적당히 구색을 갖추기 위한 용도로 넣었으니 필요에 따라서 올리든 내리든 마음대로 해도 좋다.



200만원대


가장 비싼 견적이다. 이쯤 되면 못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될 정도. CPU는 라이젠의 플래그쉽인 1800X이다. 8개의 코어가 기본 3.6Ghz로 작동하며 엄청난 연산성능을 뿜어낸다. CPU만 강력한 것이 아니다. 마침 GTX 1080Ti가 GTX 타이탄 2016버전보다 모든면에서 낫기 때문에 CUDA를 많이 쓰는 연산머신으로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낼 것이다.



괜찮은 M.2 NVMe SSD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 돈쯤 쓰면서 S-ATA SSD를 견적에 넣으면 안되기 때문에 M.2 SSD를 찾는데 삼성전자의 960 시리즈를 제외하면 도무지 쓸만한 물건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커세어 제품을 넣는다. 성능은 960 시리즈보다 조금 쳐지지만 인텔의 750 시리즈는 가격이 너무 자비가 없고, 용량이 애매하다. 솔직히 말해서 딱히 경쟁을 할만한 물건이 없을 정도로 삼성전자의 SSD는 뛰어난 제품이니 삼성전자 제품을 살만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면 그냥 삼성 960 프로나 960 에보를 사시라.


파워는 XFX의 TS550인데, 이게 XFX 브랜드를 달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시소닉에서 만든다. 부품의 빌드 퀄리티 면에서 시소닉을 따라갈만한 제조사가 없기도 하고, 국내 유통 가격에 거품이 심하게 끼어있는 시소닉 리테일 제품군에 비해서 XFX 파워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괜찮은 성능을 제공한다. 사실 적당히 싼 FSP의 600HPN으로도 충분하지만 250만원짜리 사치스런 컴퓨터에 브론즈급 파워는 좀 모자라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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