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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 하비쇼

SWEV 2017. 5. 16. 04:49

얼마전, 시즈오카 하비쇼에서 반다이 건프라 신제품들이 무더기로 공개됐다. 개중에서 흥미가 가거나 눈에 띈다 싶은 것들만 간략하게 적어둔다.


메가사이즈 유니콘 건담

1/48이라는 거대한 스케일의 유니콘 건담. 나는 1/144 스케일을 제일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요즘 1/144 키트 들이 디테일과 프로포션 모두 크게 좋아지면서 굳이 MG처럼 만들기 부담스러운 가격과 크기를 쫓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1/144 스케일은 크기에서 오는 박력이라는게 전혀 없다는 점인데, 메가 사이즈는 그런 부분에서 보면 나한테 굉장히 좋은 물건. 특히 유니콘처럼 MG의 프로포션이 엉망이고 PG의 조립이나 가격 모두가 부담스러운 기체라면 프로포션이 PG급으로 잘 뽑혔고 금형 내구성을 위해 각을 뭉개놓지 않은 메가 사이즈가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 외장 디테일은 좋으면서도 유니콘 양날의 검인 변신 때문에 흐물거리는 부분도 없을 것이다. 원래 메가 사이즈는 그 크기 덕분에 관절 강도가 굉장히 좋으니까. 가격도 크기에 비해서는 싼 1만엔. 이건 하나쯤 사놓아야 맞는 것 같다.



HGUC 트리스탄 건담

프라모델의 완성도 측면에서 무성의하게 만든 기체인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즈부치 유타카 디자인의 느낌은 고스란히 또 남아있어서 참 그렇다. 어차피 이것도 건담이니까 사기는 살 물건인데, 사면서도 뒷맛이 거지 삼발이 같을 것이다. 특이하게도 생긴 건 전형적인 트리콜로의 주인공 건담이지만 작중 포지션은 악역이다. 그런 미묘한 인상을 잘 살려서 완전 신금형으로 뽑아내 주면서 베이스가 되는 건담 알렉스도 이 참에 리바이브 해줬다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다.



HGUC 블루 데스티니 건담 1호기 EXAM 버전

EXAM 버전이라는 딱지를 달고 나왔지만 실상은 이미 있는 블루 데스티니 건담의 리바이브 버전이나 마찬가지. 기껏 힘들게 완전 신규설계로 육전형 짐을 뽑아내놓고 썩히기 아까워서 나온 재활용 키트에 가깝지만, 육전형 건담의 리바이브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게 만드는 기체라 기대를 담아 장바구니에 호쾌하게 집어넣을 생각이다. 물론 별로 애착이 없는 기체라 언제 살지는 아무도 모른다.



HGBF GM/GM

짐 계열기 치고는 괴상하게 근육질에 힘이 세 보이는 느낌이라 HGUC 짐 버카라도 나오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짐 버카 = 짐 카이가 이미 있으니 저런 물건은 우주세기 정사에 또 다시 튀어나올 리가 없고, 빌드 파이터즈에 등장할 신형 기체였다. 다른 부분은 일절 기대 없고 작중에서 등장하는 '건담'만 모으는 컬렉션 원칙에 어긋나지만, 저런 식으로 잘 나온 액션 피규어형 기체는 하나씩 가끔 사서 만들어 보면서 건프라의 발전을 맛보는 즐거움이 있기에 이것도 언젠간 사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딱봐도 비쌀 것 같지 않으니 어쩌면 제일 먼저 살지도 모르겠다.



HGGTO 자쿠 2 양산형

색만 조금 변해도 느낌이 확 달라지는 양산형 기체들의 특징이 잘 보이는 짤. 분명히 나는 샤아 전용 자쿠 2를 가지고 있는데 색이 다르다는 것 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기체처럼 보인다. 이거는 그냥 필구다. 아마 GM/GM이랑 같이 제일 먼저 살것 같다.



Hi-Res Model 윙 건담 제로 EW

이건 사려고 가져온게 아니라 키트를 보고 드는 느낌이 하도 괴상해서 사진을 가져왔다. 사료 대신 단백질 보충제를 먹여서 키운 16호 닭을 보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천사 건담이라며 많이 아는 기체 중 하나인데, 천사가 아니라 켄시로가 되어버린 모양새. 스케일이 1/100인데다가 내가 윙제로 EW에 별 애착이 없어서 영원히 살 일이 없을 키트.




RG 유니콘 건담

아 이건 정말 고민스럽다. 나는 RG를 정말 싫어하는데 유니콘은 정말 좋아한다. 나는 RG의 후두둑 거리면서 떨어져대는 장갑판과 부품들이 너무 싫고, 똑바로 서있지도 못하게 부실한 관절이 싫고, RG의 색분할과 디테일과 가격을 이유로 HG의 상위 호환으로 여기는 것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니콘은 좋다. 유니콘은 좋은데 또 그 빌어먹을 RG식 장갑 분할과 얼룩덜룩한 컬러링이 더해졌다. 이런 거지같은 딜레마를 나에게 주다니. 그냥 흰색으로 말끔하게 내놓으면 안되나? 여지껏 입체화 되었던 그 어떤 유니콘도 흰색 장갑을 투톤 분할하지 않았다. 인젝션/피규어 가리지 않고 SD, HG, MG, PG까지 유니콘은 그저 순백색이었는데 왜 바둑이를 만들어 놓은 것인가.



나올 만한 키트들이 나올만한 품질로 나온 상황이라 특별할 건 없지만, 그래도 간만에 가지고 싶은 것들이 떼로 쏟아져 나와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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