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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장충동 왕족발 보쌈

SWEV 2014. 12. 21. 15:08

고기는 참 맛있지만 동물을 죽여야만 얻을 수 있다. 내 욕심을 위해서 누군가를 해쳐야만 한다니,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절대 맘 편히 먹을 수가 없는 음식이다. 그런데 다들 잊고 산다. 병아리나 오리 새끼를 보며 귀여워 하다가도 우리는 통닭을 아무렇지 않게 시켜먹는다. 맛있기도 하거니와 고기 없이 인간이 살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같이들 외면하고 덮어버리는 쪽을 택했다. 그게 모두의 정신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그런 불편한 생각을 억지로 꺼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돼지고기인거 알지만 돼지의 살아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싫고, 통닭인거 알지만 닭장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닭을 상상하기 싫은 나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박살내놓는다.

 

닭이 좋다고 저렇게 멀떡하니 서있을리가 없고, 돼지가 좋아서 주문 전화까지 받을리 없는데 디자인 한 사람에게 무슨 생각으로 로고를 만들었냐고 묻고 싶다. 아무리 인간에게 잡혀먹히는 동물이고 인격 따위 없다지만, 저건 좀 심하지 않은가. 명확하게 구분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는 건 나도 잘 안다. 우리나라도 동물 학대법이 있지만 학대는 안되면서 잡아 먹는 건 괜찮다는 논리도 뭔가 뒤틀림이 느껴져서 짜증스러운 마당에 학대법이 있다고 해도 오리나 거위는 털을 뽑혀서 옷의 재료로 사용된다. 나중에 저승가서 저 동물들이 나에게 따진다면 나는 해줄 말도 없을 것 같고 미안하다며 그냥 눈물이나 질질 짤 것 같은데, 두렵지도 않나 다들.

 

그러니까, 괜한 로고 디자인으로 사람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떠올리도록 만들진 않았으면 좋겠다. 내 욕심을 위해 죽어간 동물들을 생각한다면, 죽어갈 동물들을 가지고 로고를 만들지는 않아야 한다고 본다. 이건 최소한의 양심이고 예의 문제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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