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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사람을 망가뜨리는가

SWEV 2018.11.26 09:03

나는 사람이 쉽게 망가지지는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산다. 그리고, 사필귀정이라는 말도 믿고 살고 있다. 그런 믿음이 언제 즈음부터 생겼을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고등학교때 덩치가 큰 친구의 초크 슬램을 맞고도 멀쩡히 일어나서는 "사람 목숨 질기다잉~"이라며 걸쭉한 웃음을 흘리던 옆 반 반장의 모습을 본 뒤 부터였을 것이다. 그 친구는 고작 장난으로 했던 초크 슬램에 다쳐선 안될 친구였고, 그 친구의 말대로 사람은 쉽게 망가지지도 않았다. 뜬금없이 인간의 내구성과 사필귀정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런 생각들이 성선설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크슬램에서 성선설로 이어지는 전개가 무슨 비약인가 싶겠지만, 그 때 꽤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나온 결론이다.


△ 초크슬램이 뭔가 싶어 찾아볼 당신을 위해 가져왔다.

평소에 사람들에게 성악설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내 본심을 좀 더 풀어서 이야기 해보면 뜻이 많이 달라진다. 사람이 선(善)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악(惡)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나도 나의 악행에 대한 기억이 있고, 다시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있고, 이미 저지른 악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되돌려놔야 할지 고민하며 마음을 쓰며 산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굳이 이렇게 쓸데없이 복잡하게 생각하지야 않겠지만, 대충 비슷 마음을 가지고 살겠거니 한다.


이리저리 횡설수설 하며 말을 돌렸지만, 짧게 요약하면 나는 성선설을 믿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과 생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있다. 좀 더 이공계 스럽게 이야기 하자면 사람들이 보통은 '옳은 벡터값'을 가지고 산다는 이야길 하고 싶었다.



△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딸, 조현민. 큰소리로 악을 지르며 막말을 하는 사람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벡터값이 '틀린', 즉 다시말해 성선설에 해당 안되어 보이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벡터를 가졌나 하고 궁금해지게 된다. 에피쿠로스의 말처럼 신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본 내 가설은 '상처 받아서'다. 다리를 다쳐 쩔뚝거리다 보면 똑바로 걷기 힘든 것 처럼, 어디에선가 큰 상처를 받아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는 이야기.


조현민 상무는 무슨 상처를 받았을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강압적인 교육과 스트레스의 해소법을 모르는 상태로 어른이 되어 버린게 이유일까 싶다. 그녀의 동화작가 경력이나 CF에서 번지점프를 뛰던 모습을 보면 자유로운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마땅한 성격 같아 보인다. 큰 욕심 없이 그냥 자신의 마음 속 그림을 세상에 풀어내놓는 걸로도 만족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사람에게 재무와 회계 지식을 주입해넣고 경영과 관리를 맡긴다면 견디기 어렵지 않을까. 그 슬픔을 삭힐 방법조차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다면, 소리를 지른다든가,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의 상식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자신의 슬픔을 토해내는 수 밖에 없었겠거니 하면서 한편으론 딱하단 마음이 들어버린다. 사람이니까, 그리고 마침 권력과 돈이 있으니까 저 정도이지 동물 같았음 진즉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욕구를 참도록 훈련받은 맹인 안내견은 수명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는데, 사람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것이 있겠는가.


△ 10살이란 어린 나이에 조현민에 버금가는 막말을 한다는 대단한 아이가 나타났다.

요즘 핫한 방씨가의 10살짜리 손녀 아이도 비슷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운전기사에게 온갖 종류의 막말을 해서 유명세를 탔는데, 누군가는 삼성 바이오로직스 건을 감추기 위한 조선일보의 고기방패 아니냐는 농담을 던진다. 만약 저게 사실이라면 삼성이 조선에 광고비를 얼마나 써줘야 할 지 상상도 안가서 헛웃음이 나왔다. 광고 정도로는 택도 없고 계열사 지분이라도 한무더기 떼어줘야 할 판이다.


조현민도 10살 때부터 비범했다지만[각주:1] 이쪽도 만만치가 않다. 사람들은 이 아이의 막말을 보고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며 탄식을 쏟아내는데, 단순히 누군가를 흉내내는 수준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한 편으로는, 아부지가 강간범으로 지목받는[각주:2] 집안에서 애를 제대로 키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이유로 생겨난 마음속 응어리를 엉뚱한 운전 기사에게 풀어내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 아닐까 싶어 딱한 구석도 있다. 고작 10살에 도대체 어떤 삶을 살면 저렇게 가시돋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게 되는건가 싶다.



△ 지금은 징역 총 33년이던가 그랬던 것 같다.

이제와선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처럼 되어버렸지만, 나는 박근혜도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의 삶 전체가 욕심 많은 정치인들의 도구로 이용됐다는 생각을 도무지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이용당할 정도로 그녀가 망가졌던 이유는 어린 나이에 겪은 부모의 죽음이 아닐까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근거 없는 망상만으로 쓰인 글이다. 그리고 내 이런 망상과 추측들이 좀 틀렸으면 좋겠다. 나랑 친하진 않지만,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큰 고통을 겪어가며 망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 않다. 나도 망가지지 않게 조심을 하면서 살아야겠다. 글을 너무 안썼다 싶어 어거지로 하나 잡았는데, 아무래도 별론 것 같다. 다음달 견적이나 써야겠다.

  1. 견학차 오빠와 함께 비행기 조종석에 들어가보는 오빠에게 "오빠 잘 봐둬, 나중에 오빠 회사 될 거잖아." 라고 말했다는 증언이 있다. [본문으로]
  2. 사진의 남자는 장자연 성접대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심을 받는 TV조선의 방정오 대표이며, 이번 막말 사건의 주인공인 여자 아이의 아빠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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