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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키드슨, 그리고 이종석

SWEV 2015. 4. 15. 03:40

부모님께는 참 죄송할 이야기지만, 나는 내 생김새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부지보다 작은 키도 마음에 들지 않고 오똑하게 솟지 않은 코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성형수술을 생각하진 않았다. 어린 아이들이 엉엉 울다가도 나랑 눈이 마주치면 갑자기 굳어버린다거나, 별 생각없이 사우나에 들어가니 중학생들이 나를 피해 나가는 느낌이 든다거나 등등 곱상하게 생기지 않아서 원치않지만 얻는 것도 없진 않다.[각주:1]

 

그런데 내 생김새나 몸매가 시원찮아서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사지 못할 때는 그건 좀 짜증이 난다. 이를테면 컨버스의 캔버스 화가 그렇다. 나는 발등이 두껍고 발 자체가 좌우로 넓은데다가 하체도 튼튼하기 때문에 그 신발을 신으면 꼭 무슨 살찐 졸라맨 같은 모양이 나온다. 그래서 내가 사는 신발은 대부분 신발 자체가 위아래로 어느정도 두께가 나오는 물건들이다. 나이키의 에어포스 1이나 에어맥스 같은 그런 신발들 말이다. 반대로 프리런이나 루나 계열은 보통 실루엣이 납작하기 때문에 내가 신으면 정말 아니다.

 

내가 봐도 내 생김새랑 정말 안어울리게 좋아하는 무늬가 있는데 그게 꽃무늬다. 나는 밝은 줄무늬나 핑크빛 도트 같은것도 좋아하지만 몸에 걸치는 무언가에 대해서는 항상 꽃무늬를 최고로 친다. 내가 그걸 입을 수 있는지 아닌지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자의 모습은 얼마나 눈부신가.

 

 

 

 

꽃무늬가 좋다보니 캐스키드슨 같은 가방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설렌다. 그런데 내가 저걸 메고 다니면 패션 테러리스트가 될 것이 뻔하다. 저런 가방은 좀 더 하늘하늘하고 좀 더 소년같고 좀 더 날씬한 사람이 메야 예쁠 것이다. 내 분수를 알고 주제파악을 잘 하는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성격에서 몇 안되게 자랑할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튼 저 가방 너무 예쁘다. 가방은 쓰기 편한게 제일이라는 성격 때문에 우산 넣을 주머니와 보조배터리 넣을 주머니, 그리고 노트북 넣을 공간을 먼저 살펴 버릇 하다보니 나랑은 영 인연이 없을 물건이다. 아무래도 저런걸 메려면 다시 태어나는 쪽이 훨씬 더 빠를거다.

 

 

 

 

이종석 같이 생겼으면 저런 가방 실컷 메고 다녔을텐데 라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한다. 키 크고 날씬하고 소년같은 이미지와 남자다운 이미지가 동시에 한 얼굴에 공존한다. 모델 출신이라 옷발도 무지하게 잘 받는다.

 

심지어 그는 머리도 매우 좋아서 적당히 몰입해서 볼 수 있는 드라마만 골라내는 놀라운 능력마저 지녔다. 트로트의 연인처럼 도저히 봐줄 수 없을 만큼 발로 쓴 시나리오를 고르지도 않고 펀치처럼 잠시라도 집중을 놓쳤다간 무슨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시나리오를 고르지도 않는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적당한 배역을 고르는 방법을 그는 아주 잘 알고있다. 의욕만 앞서서 자기 그릇에 담지 못할 일들을 벌여놓지 않는다.

 

남자의 질투는 꼴사납지만, 캐스키드슨 가방을 맨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이종석을 떠올리며 질투심이 폭발한다. 어디 나같은 오징어가 이종석이랑 스스로를 빗대냐는 생각이 들어도 어쩔 수가 없다. 이종석이 부럽다. 그리고 닮고싶다. 이종석과 내가 닮은 부분은 상동염색체 정도 말고는 없으리란 생각이 들어서 슬퍼졌다.

  1. 애들이 날 보고 조용해지면 조용한 건 좋은데 기분이 좀 그렇다-_-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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