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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대비를 위한 포스팅

SWEV 2016. 3. 1. 04:41

테러방지법이 정부가 내키는대로 국민을 감시하는 법이라고 아무리 외친다 한들, '네가 캥기는 짓을 할 일이 없으면 괜찮은거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아니, 많을 것 같은게 아니라 그냥 많다. 뭔가 당당하지 못하니까 정부를 두려워 하는게 아니냐는 묻는 사람도 보았다. 부모님께서 아무때고 당신의 방문을 벌컥벌컥 열어도 괜찮냐고 물어보고 싶다. 당당하다면 두려울 건 또 무엇이겠냐면서 말이지. 그런데 이건 정말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요즘의 통신 도감청은 예전과는 방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


△ 영화 '베를린'의 한 장면

도청, 감청, 감시 라고 하면 시꺼먼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이 뭔가 큰 죄를 짓는 사람들에게나 저지르는 일이라고들 생각하겠지만 요즘의 통신 도감청은 그렇지 않다. 그냥 속 편하게 이동통신사와 모바일 서비스 업체에 세무조사 압박 넣으면서 모든 문자 / 메신저의 서비스 데이터를 요구하거나 아니면 일정한 필터를 만들어주고 그 필터에 걸러서 올라오는 사람들 리스트만 추려달라고 요구한다.[각주:1]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뭐 대단하다고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도청장치를 심거나 감시를 하겠나. 그냥 당신은 수많은 데이터들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수많은 데이터들 중 하나일 뿐이기에 인격을 가진 인간으로 대접 해주지 않는다. 아무때고 마음 내키면 열어보고, 의심스러우면 주변인들의 통신기록까지 같이 뒤져볼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국가 안보'라는 허울 좋은 핑계 아래 실행된다. 뭐, 선거에 이기기 위해 북한에 돈주고 테러를 요청했던 집단에서 나올법한 발상이긴 하다.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이기에 원래대로라면 당연히 법원에서 발부된 '영장'이 필요하겠지만 테러 방지법이 발효되면 그런거 없다. 국정원이 의심만 하면 언제고 내 핸드폰과 메신저를 따볼 수 있다. 사생활 같은 사치스런 단어는 사라진다. 대통령 욕한다고 북한처럼 쏴죽이거나 자아비판을 시키진 않겠지만, 개인의 존엄이나 인격 같은 가치는 애저녁에 충분히 침해당한 상황이다.


△ 지금 보고 있는 글의 HTML 코드이다.

그런 의미에서, 적극적으로 테러방지법의 필터를 농락하기 위해 블로그에 뭔가 글을 하나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내 블로그와 핸드폰의 수많은 글자들 중 현 정권을 욕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면, 필터에 걸려들 것이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이 글 자체엔 보이지 않지만, HTML 코드속에 박근혜 욕을 꽤 많이 써놨다. HTML 소스를 볼 줄 안다면 확인해보면 된다. 이런식으로 지속적으로 쓰는 글마다 코드를 넣어볼까 한다. 그리고 청와대 폭파, 대통령 암살, 대통령 테러 같이 흉흉한 단어들도 군데군데 넣을 것이다. 블로그 방문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싫지만, 이런식으로 한 반년쯤 하다보면 국정원의 사랑을 듬뿍 받지 않을까? 연락이 올지 안올지도 궁금하고 만약 내가 국정원의 필터에 걸려들었다면 거기서 나한테 불이익을 줄 방법이 있을지 궁금해 하고 있다. 판사쯤 되는 사람들도 사상검증 해가면서 뽑도록 국정원이 날뛰는데, 나같이 힘없는 시민 나부랭이는 개미새끼 밟아 죽이기보다 쉬울 것 같다.


이런 글까지 써야 하는 현실이 싫다.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중단 선언에 그냥 마음이 좀 피곤해 졌나보다. 타이밍과 이유가 납득은 가지만 그렇다 한들 이렇게 무너지듯 그만두길 바랐던 것은 아니다. 마음이 피곤하든 말든 할 말은 해야겠고 좆같은 건 좆같은 거니까 그냥 쓴다. 검사님,[각주:2] 그리고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거 제가 쓴 글 맞아요 씨발. 고양이 안키웁니다.

  1. 이런 방식의 통신 도감청을 데이터 마이닝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카톡이라는 광산에서 테러분자라는 금맥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쓰여온 방식이고, 새로울게 전혀 없다. [본문으로]
  2. 보통 이런 드립을 칠 때 판사님이 먼저 나오지만, 검사님이라고 먼저 쓰는게 이치에 맞다. 판사한테까지 갔다면 이미 충분히 판이 커져서 골아픈 상황인거고-_-, 검사가 기소 자체를 하지 않게 만드는게 더 낫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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