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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펄스 건담

SWEV 2016. 4. 7. 17:33

지금은 철지난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렸지만, 기동전사 건담 시드와 시드 데스티니를 난 참 재밌게 봤다. 시나리오가 엉망이고 현실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쏟아지지만 나한테 건담 시리즈는 프라모델 광고일 뿐이다. 액션씬이 멋있게 나온다면 난 그걸로 족하다. 그리고 괜찮으면 프라모델을 사겠지. 말이 나온 김에 하는 소린데, 레이 자 바렐이 길버트 듀렌달을 총으로 쏴죽인 것이 말이 안된다고? 김재규가 박정희 쏴죽인건 말이 되는 일이라서 벌어졌나.


△ 포스 임펄스 건담 디자인 원화. 촌스럽게 생겼다.

△ 그리고 이게 아마도 임펄스 건담이 가장 멋지게 그려진 일러스트일 것이다.

시드 시리즈가 욕을 먹든 말든 시드에 등장하는 건담들이 난 맘에 들었고[각주:1] 개중에서도 애증이 뒤섞인 놈이 있는데 그게 바로 임펄스 건담 되시겠다. 시드에 등장하는 기체들 중 최고 인기 기체는 두말할 것 없이 프리덤과 스트라이크이다.  스트라이크는 모두가 인정하는 걸작 디자인이지만 임펄스처럼 직각으로 뚝뚝 떨어지는 라인으로 투박하게 그려낸 맛은 또 없어서 그게 좀 아쉽다. 프리덤도 괜찮은 디자인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뭔가 묘하게 맘에 들지 않는다. 임펄스는 작중의 포지션 상으로도 그러하고 특유의 무식한 느낌도 그렇고 제타 건담에 등장하는 MK.2와 여러모로 비슷한 느낌이 있다. 근데 임펄스의 백미는 다른게 아니라 변형 합체 시스템이다.


△ 한 10년쯤 보면 정이 들 줄 알았는데 12년이 지나도 여전히 병신같다.

작중에서는 국가간의 평화조약으로 인해 건담을 예전처럼 무한정 찍어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상하반신을 쪼개서 각자 날아다니게 만든 다음 전투기라고 구라쳐서 만들었다는 설정인데 뭐 아무리 그렇다 쳐도 저 디자인이 공을 들였거나 멋진 느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못본 것 같다. 오죽하면 인석이는 신 합체 로봇이라며 좋아할까. 특히 왼쪽 아래의 Chest Flyer는 고3이 책상에 엎드려 자는 모습 같다며 임펄스 건담의 별명은 고삼건담이 되고 만다. 그야말로 임펄스는 2000년대 들어 나온 모든 건담 역사상 작품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가장 취급이 안습한 건담 중 하나다. 주인공이 타는 신형 기체라고 내놓았는데 막상 작품이 전개되면서 주인공은 페이크 주인공으로 전락하고 임펄스의 성능은 전작에 등장하는 프리덤보다도 한참 못하다든가 등등.


△ 포스 임펄스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중이지만 작품 안에 소드 임펄스와 블라스트 임펄스도 나온다.

뭐 아무튼 난 임펄스 건담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그러는데 물건너 일본에서는 악성재고로 남아 포스, 소드, 블라스트 임펄스 3개를 다 합쳐 100엔에[각주:2] 팔아도 매장 문 닫을 때 까지 한 세트도 안팔렸단다.[각주:3] 결론적으로 뜬금없이 MG로 나온 것 말고는 한동안 입에 오르내릴 일 조차도 없는 최악의 주역 기체였는데 얼마 전에 내가 모으는 사이즈로 새로 나온다는 소식이 떴다. 반다이가 미친 것 같다.



잘 나왔다. 정말 잘 나왔다. MG 임펄스 건담은 팔다리가 너무 가늘고 낭창낭창하게 생겨서 44사이즈 옷을 입혀주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였고 그 이전의 임펄스 프라모델들은 뭐 말하기가 좀 난감할 정도로 못나와서 컬렉션을 완성하기 위해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는데, 이 정도 쯤 되면 고민없이 사도 될 것 같다. 이쯤에서 구버전 임펄스와 비교를 해보면....


△ 왼쪽이 구 버전, 오른쪽이 신 버전. 얼굴만은 구버전이 더 나은 것 같다.

많이 다르다. 이건 뭐 배색 빼고는 같은 게 없다 싶을 정도. 전체적인 비율이 훨씬 더 보기좋게, 그러나 지나치게 비쩍 마르지는 않은 선에서 잘 바뀌었고 미친듯이 거슬리던 커다란 발과 허벅지의 괴상한 파워에이드색 장갑판도 적당한 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둘다 색칠이 완성된 상태라 티가 안나지만 구버전 임펄스 프라모델은 부품을 충분히 나눠놓지 않아서 흰색이어야 할 부분이 시뻘겋거나 시퍼렇거나 그랬는데, 새로 나온 임펄스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당장 아래의 스트라이크 건담도 새로 출시되면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딱 하나 아쉬운 걸 꼽자면 구버전의 얼굴이 작품에 등장하는 원래의 모습에 훨씬 가깝다는 것인데 뭐 정히 안되면 둘다 사서 대가리만 바꿔 끼우지 뭐 잇힝 몸통이 새로 나왔는데 얼굴 따위가 대수야.


△ 12년의 터울을 두고 발매된 두 대의 스트라이크 건담.

아무튼 좋다. 6월에 발매 될 것 같다던데,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로 사야겠다. 갑자기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기왕 이리 된거 포스 말고 소드랑 블라스트 임펄스도 새로 나왔으면 좋겠다. 제발.

  1. 태양의 후예가 욕을 먹든 말든 송중기가 심쿵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본문으로]
  2. HG 포스, HG 소드, 무등급 블래스트 임펄스의 발매 정가를 다 합치면 3300엔이다. 3300엔 짜릴 100엔에 팔았다. [본문으로]
  3. 더 웃긴건 포스와 소드 임펄스는 반다이의 주력 라인업인 HG 등급으로 프라모델화가 되었는데 블래스트 임펄스는 HG는 커녕 아무 등급도 없는 문방구 프라모델로 나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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