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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

S.H.Figuarts Freddie Mercury

SWEV 2016.04.15 14:27

아부지에게 참으로 감사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감성을 나에게 충분히 물려주셨다는 점이다. 어릴적부터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9살 때 Fleetwood Mac을 들었고 10살때 Yanni의 Acropolis 공연 실황 비디오를 봤다. 고등학교 때 퀸의 음악을 알게 됐다. 기뻤다. 이런 노래가 있다니. 이런 목소리가 있다니. 숨이 멎을 듯한 감동이었다. 퀸의 음반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마지막 정규 앨범인 Made in Heaven은 너무 자주 듣다가 CD가 다 긁혀서 갖다 버리고 새로 또 사야했다. Too Much Love Will Kill You는 몇천 번은 들은 것 같다.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 반복해서 들을 때가 있다.


건담을 엄청나게 모아댔지만 피규어[각주:1]는 왠지 손이 잘 가질 않아서 호기심에 하나 사봤다가 팔았는지 버렸는지도 기억 안나는 채로 사라졌는데, 프레디 머큐리 피규어가 괜찮은게 나왔단다. 살까 말까 하다가 출시 예정일을 잊고 있었는데 취직을 하면 뭔가 나에게 선물하겠다던 후배한테 뜯어냈다.[각주:2] 군말 않고 이 비싼 물건을 잘도 사준 후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시작한다.


△ 박스 크기는 대충 소설책 두 권 겹쳐놓은 크기.

S.H.Figuarts라는 브랜드고 사진에서처럼 반다이 계열사 제품이다. 가격은 대충 6~7만원 정도. 옷은 1986년 웸블리 경기장 공연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S.H.Figuarts 홈페이지에 가보면 퀸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는 걸 보니 다른 멤버나 다른 의상 버전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I Want to Break Free의 여장 버전이나 아가일 패턴 쫄쫄이를 입은 프레디 피규어가 나오면 웃길 것 같긴 하다.


△ 웸블리 공연에서의 프레디 머큐리

지금 다시 봐도 멋지다. 최고다. 진노랑 자켓과 빨간 줄이 들어간 흰바지를 입고 공연을 뛰었는데, 아마도 이게 사람들이 떠올리는 무대위의 프레디 머큐리중 제일 익숙한 모습일 것이다. 나도 저 옷과 위에서 말한 아가일 패턴 쫄쫄이 정도 말고는 기억에 남는 옷이 없다.


△ 사람 이름 뒤에 사용 설명서란 단어가 써있으니 좀 웃기다.

구성품은 마이크를 쥐는 손 두 쌍, 주먹손 한 쌍, 편 손 한 쌍과 마이크 두 개, 그리고 표정이 다른 머리 세 개다. 마이크를 쥐는 손은 마이크 봉을 잡는 손과 마이크 중간 꺾인 부분을 잡는 용도의 손이 각각 한 쌍씩 들어있어서 그렇다. 매번 사던 건담들처럼 뭐가 한 무더기 가득 들어있진 않지만 반대로 가지고 노는데 필요한 부품들은 다 들어있는 것 같다. 로봇이 아닌 인물 피규어를, 그것도 움직일 수 있는 물건을 가져본 일이 처음이라 사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것 저것 포즈를 잡고 가지고 놀아봤다.





△ 재떨이를 무대로 썼는데 괜찮다. 하나 더 사서 검게 칠하든지 해야겠다.

포즈는 잘 잡히는데 평소 건담들 가지고 놀던 습관대로 놀기는 좀 어렵다. 건프라처럼 속이 비어있지 않다보니 크기에 비해서 무게가 무겁다. 그런데 발바닥은 건담들처럼 넙데데 하지 않아서 중심 잡기가 조금 힘들다. 그러나 관절들은 꺾일 만큼 꺾여주고 어지간한 자세는 잡을 수 있을 만큼 유연하니까 라이브 공연 보면서 괜찮은 포즈를 잡아보면 될 것 같다. 그냥 멋진 모습만 찍기는 좀 아쉬워서 자세 잡느라 고생한 김에 장난을 좀 쳐봤다.


△ 너무 일찍 떠나버려서 미안하다아아아아아아악!!!!!


△ 헠헠 아이쨩은 사랑입니다.

프레디 머큐리가 동성애자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양성애자라던데 사진 잘 찍어놓고 프레디가 여자를 좋아하긴 했나? 하면서 잠깐 고민하다가 찾아보고 양성애자인걸 알았다. 뭐 양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여자든 남자든 시노자키 아이는 사랑이니까 괜찮다. 저 가슴의 거대한 박애주의 앞에 굴복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참고로 물건너 일본쪽에서는 입을 벌리고 있는 머리가 하도 표정이 괜찮다보니 그걸 이용해서 이것저것 장난을 치는 모양이다.


△ 찾아보니 같은 시리즈로 마이클 잭슨이 있다. Smooth Criminal에 등장한 모습.

잘 나온 피규어다. 컴퓨터 본체 위에 뭐 올려두는게 싫어서 잔뜩 늘어놓지 않으려 했는데 전시공간 중에 제일 눈에 띄는 곳이 그 자리라 거기에 올려두었다. 가격도 피규어 치고는 싼 편이고 자세 잘 잡히고 프레디 얼굴도 닮게 나왔다. 이만하면 깔래야 깔게 없는 물건이다. 가지고 놀다 보니 퀸의 음악이 그리워졌다. 글은 여기서 마치고 그의 목소리를 들으러 가야겠다.

  1. Figure이니 피겨라고 읽는게 맞고 피규어 스케이팅이 아니라 피겨 스케이팅이라 부르는 걸 봐도 피겨가 맞는데, 루리웹이나 오덕들 커뮤니티에선 다들 일본식 발음을 따라 피규어라고 하니 그냥 나도 피규어라 쓰기로 했다. 뭐, 일본에서 만든 물건이니 일본 발음 따라가도 괜찮겠지. [본문으로]
  2. 생각해보니 취직을 하면 내가 축하선물을 주는게 맞는 것 같은데 왜 나한테 선물을 자기가 주겠다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 알게 뭐냐. 받았으니 즐거울 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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