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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삼성은 갤럭시 알파라는 희한한 물건을 내놓았다. 720p의 어정쩡한 해상도, 115g의 황당할 정도로 가벼운 무게, 그 와중에 삼성의 최신이자 최고성능 AP인 엑시노스 5430까지. 저가형이라기엔 AP에 너무 힘이 들어갔고 고가형이라기엔 해상도가 너무 낮았다. 그런데 저 애매한 단어들이 뒤섞이고 나니 정확하게 엄마가 원하는 스마트폰이 되었다. 옵티머스 LTE를 쓰시던 엄마는 지금의 스마트폰보다 크고 ..
딱 잘라 말해서 그냥 '똥오줌 못가리는 재벌 아가씨의 삽질'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미 만신창이가 될 만큼 욕도 먹었고 얻어맞았는데 아직도 사람들은 조현아 욕하기에 바쁘고, 온 국민의 분노가 전부 저 한 여자한테 다 꽂히는 느낌이 든다. 욕먹어도 할 말 없는 여자인 건 나도 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욕 먹을 일인가 싶어 생각해보면 조금 아..
고기는 참 맛있지만 동물을 죽여야만 얻을 수 있다. 내 욕심을 위해서 누군가를 해쳐야만 한다니,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절대 맘 편히 먹을 수가 없는 음식이다. 그런데 다들 잊고 산다. 병아리나 오리 새끼를 보며 귀여워 하다가도 우리는 통닭을 아무렇지 않게 시켜먹는다. 맛있기도 하거니와 고기 없이 인간이 살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같이들 외면하고 덮어버리는 쪽을 택했다. 그게 모두의 정신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nb..
어릴 적에 빅파이를 무지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 개에 고작 50원. 100원짜리 동전 한 개면 빅파이를 두 개나 먹을 수 있었다. 퍽퍽하고 그냥 뻔한 과자였지만 주스와 같이 먹으면 무지하게 맛있었고 한 상자를 사면 세로로 가득 줄을 맞춰 들어있던 물건이라 가격대비 양도 풍성했다. 빅파이가 'Big Pie'가 아닌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알았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Vic'Pie 였기에 이름만 ..
컴퓨터 업계에서 엔비디아처럼 극단적으로 좋고 싫음이 뚜렷한 회사가 드물다. 엔비디아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크고 지배적인 회사가 일단 잘 없는데다 만약 있더라도 그 정도 쯤 되는 회사면 욕 먹지 않도록 알아서 잘 하기 때문이다. 인텔이 그렇다. 컴퓨터 업계에서 인텔은 칭찬 받느라 24시간이 모자란 회사다. 인텔 안티를 외치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프레스캇 사건 이후로는 인텔이 특별하게 실수하거나 지저분하게..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일들이 많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야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바뀌곤 한다. 이를테면 실내 흡연이 그렇다. 4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은 쉬는 시간,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복도에서도 창문만 열어놓고 담배를 피웠다. 지금은 저런 담임선생님이 있다면 아마 학부모들이 등교 거부를 할 것이다. 무언가 계기가 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쉽게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이영돈을..
대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첫키스를 나눈 여자 였고, 성적으로 흥분을 느낀 첫 상대였다. 온 하루를 같이 보내고 3주 쯤 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채여있었다. 다른 남자와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을 오토바이 타고 가다 보아야 했다. 우울증이 있는 아이였다. 엉뚱하고 황당하게 나를 바보로 만들었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이해했다.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개구리를 괴롭히던 나의 모습과 비슷할 뿐이라며 합리화 했다. 사람으로서 느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