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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만들어 본 프라모델 몇 가지

SWEV 2018.05.12 06:41

HGUC 블루 데스티니 건담 1,2,3호기 & EXAM 버전

족보가 꼬이다 보니 이런 일이 다 생긴다. 블루 데스티니 건담들은 게임을 원전으로 둔 기체 치고는 팬층이 두텁지만, 영상매체에 등장한 적이 없기에 건담 월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체이기도 하다. 본디 육전형 건담을 베이스로 마개조가 들어간 물건이라는 설정인 탓에 블루 데스티니 시리즈는 육전형 건담과 비슷한 시기에 바리에이션 킷으로 프라모델화가 진행되곤 했는데, 육전형 건담이 나오고 한참 지나서야 바리에이션인 EZ-8이 나오고 그 뒤로도 몇년이나 지나서야 또 다른 바리에이션인 육전형 짐이 나오게 된다. 터울이 길다보니 육전형 짐과 초기의 육전형 건담은 같은 베이스의 기체라기엔 프라모델 품질 차이가 작지 않았는데, 완전 신금형인 육전형 짐을 베이스로 블루 데스티니 시리즈와 육전형 건담까지 새로 나오는 괴상한 라인업 전개가 되어버렸다.


시작부터 썰이 길었는데, 구버전과 신버전의 건담이 각각 3기체씩 6체를 한꺼번에 조립하느라 좀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데, 구버전은 구버전대로 튼튼한 관절강도와 정자세가 예쁘게 잘 잡힌다는 장점이 있고 EXAM 버전은 기존 반다이의 인젝션 키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과감하게 실루엣을 짜놓은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어깨나 장딴지 부분의 볼륨 분배가 그러한데, 거의 예전의 레진 킷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M 버전의 유일한 단점은 허리 관절이 너무 잘 빠진다는 것 정도인데, 그 정도 단점은 사실 크지 않다는 느낌이고, 사출색 또한 반다이 건프라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멋지기에 여럿에게 권할 수 있을만한 좋은 키트라는 생각. 6기의 블루 데스티니 시리즈 중 하나를 골라서 사야만 한다면, EXAM 버전의 2호기를 권하고 싶다.



1/60 아바레스트 & 건즈백 ver. IV

반다이가 암슬레이브 프라모델 시장에 뛰어든 것은 조금 의외다. 그리고 누구든 환영할 일이라는 생각도 한다. 예상대로 잘 나온 고품질인데다 동 스케일의 코토부키야 프라 반값 정도라 훨씬 잘 팔릴 물건이기도 하다. 헌데, 애니메이션 4기인 Invisible Victory의 디자인을 기준으로 모형화가 이뤄지면서 좀 문제가 생겼다. 너무 심하게 하체가 부실하다. 맨 아래의 사진 두 장을 보면 특히 두드러지는데, 키가 머리 하나 차이나는 오 건담과 다리 길이가 거의 비슷하고 머리 부피는 1.3배 수준, 몸통 부피도 한참 더 크다. 심지어 발은 오건담 보다도 작다 애니의 메카닉 작화가 3D 카툰 렌더링 방식이기에 모델링 데이터를 공유해서 만들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되는데, 애니에서야 이리 저리 역동적인 자세를 잡다보니 비율의 불만스러운 부분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프라로 만들고 나면 전족처럼 작은 발이 너무나도 볼품없어 뵈는데다 자세를 잡을 때 스탠드가 없으면 제대로 땅을 디디고 서있는것 조차 벅차다. 발목 관절이 부실한 것도 마찬가지로 문제.


썰이 나온 김에 불평불만 좀 더 해보자면, 애니 4기 자체의 AS 전투씬도 좀 별로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메카닉을 3D로 그려낸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로봇 애니메이션은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이라는 불합리성을 어떻게든 무마해가며 나오는 장르이기에, 인간 만큼 역동적으로 움직여주어야 자연스러움이 느껴지곤 한다. 팔다리 달린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 사람의 감정 이입을 좀 더 쉽게 끌어낼 수 있고, 액션이 눈에 잘 들어오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3D 작화로는 그런 움직임을 온전히 표현하기가 어렵다. 특히나 풀 메탈 패닉처럼 작중에 등장하는 주역기체들이 인간 이상의 복잡한 신체 구조를 가졌다는 것, 인간의 움직임을 완전히 쫓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 설정에 명시되어 있다면 더더욱 문제가 된다. 그냥 2D 작화로 진행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가시질 않는다.


뜬금 없는 소린데, 벨리알은 갑자기 왜 눈깔이 하나로 변했는지 모르겠다. 왜 그리 만들었나 싶다. 쓰다보니 너무 싫은 소리만 늘어놓았는데, 그래도 아쉽다.



HGUC 육전형 건담

육전형 짐과 블루 데스티니 건담들에 이어 육전형 건담도 당연한 수순으로 리바이브가 되었다. 대부분의 관절 구조를 공유하기에 허리가 잘 빠진다는 단점을 공유하고, 자세가 잘 잡힌다는 장점도 공유한다. 장점 먼저 말하자면, 육전형 건담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180mm 캐논이 굵직한 포신으로 잘 만들어졌다는 점과 허리가 앞으로 잘 숙여지기에 이 캐논을 쏘는 자세가 굉장히 그럴듯하게 잡힌다는 부분이 좋다.


특별히 단점이랄 것도 없는 키트다. 육전형 특유의 땅딸막하고 묵직한 체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날씬해진 모습이 어색할 수도 있겠으나 요즘 추세를 생각해보면 틀린 방향의 리파인도 아닌데다 구버전의 육전형 건담도 충분히 고품질 키트이기에 묵직한 모습을 원한다면 그쪽을 고르는 선택지도 있다. 블루 데스티니 시리즈들이 팔다리가 굵어지는 쪽을 택했는데 바리에이션 킷인 이 쪽은 반대로 날씬해졌다는게 의외라면 의외.


 HGBD 그리모어 레드베레

건담이 아닌 건프라는 참 오랜만에 만들었다. 주역기체인 건담만 모으자는 생각을 가지고 컬렉션 중이었는데, 전혀 다른 애니메이션인 장갑기병 보톰즈의 스코프독 레드 숄더 커스텀을 모티브로 그나마 실루엣이 비슷한 그리모어를 개조한 물건. 건담 빌드 시리즈 애니메이션이 내 기준에서 썩 만족스럽지 않은 구석이 많지만 이런 식으로 가지고 놀기 좋게 계속 만들어낸다면 빌드 시리즈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나와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옵션 무장들을 덕지덕지 붙여주었다. 뭔가 경험 많은 에이스 파일럿이 되는대로 마개조해서 끌고 나간 뒤 전장을 휘젓는 도구로 쓸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음 같아선 여러 대 사서 소대 하나를 꾸리고 싶어질 정도.


명백하게 레드 숄더 커스텀을 따라한 디자인이지만, 등짐을 떼고 올리브색 머리를 끼워줘도 굉장히 멋지다. 특색없는 오리지널 스코프독, 주인공인 키리코가 사랑해 마지않던 그 스코프독을 만들 수도 있다. 여러모로 잘 나온 키트. 메뉴얼대로 만들어도 멋지고 무장을 추가로 붙여줘도 멋지고, 무장을 최대한 떼어도 멋지다. 진짜 진짜 갓프라. 참고로 사진은 유리달님의 12년전 포스팅인 카이요도/타카라 - 피겨컬렉션 DX 보톰즈 스코프독 포스팅의 구도와 자세를 거의 베껴왔다. 이 자리를 빌려 유리달님께 감사인사를, 유리달님 포스팅에 나오는 바주카와 비슷한 모양을 가졌다는 이유로 기껏 새로 사서 만들어놓고 바주카만 빼앗긴 뒤 사진 한 장 제대로 나오지 못한 돔 트로펜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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