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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만들어 본 프라모델 몇 가지

SWEV 2016. 11. 19. 06:46

HGCE 블래스트 임펄스

할 말이 굉장히 많은 물건인데, 아직 미발매인 소드 임펄스를 배송 받고 난 뒤에 따로 글을 하나 쓰는게 나을 것 같아 일단 말을 아낀다. 빌어먹을 한정판만 아니었다면 느긋하게 샀을텐데 좀 짜증스럽다. 주인공 기체를 한정판으로 내는 건 반다이스럽지 않아서 싫다. 이젠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도 키트는 좋다. 생각이 많아지는 키트지만, 주인공 기체인데도 지독하게 천대받던 물건이 나와 준 것 만으로도 고마운 마음도 있다.



메카컬렉션 VF-31 지크프리드

사진만 봐서는 잘 와닿지 않겠지만 손바닥 위에 올라가고도 남을 정도로 작은 물건이다. 메뉴얼도 박스 뒷면에 인쇄되어 있고, 가격도 500엔 밖에 하지 않아서 '컬렉션'이라는 라인업의 이름에 정말 걸맞는 제품. 마침 이번 마크로스는 아이돌 마스터나 러브 라이브처럼 걸그룹을 등장시키면서 전체적으로 작품의 색채를 화려하게 잡았다. 덕분에 주인공의 기체들도 색이 선명하고 예뻐서 모으는 재미가 있다. 어릴적에 문방구에서 사던 자그마한 장난감의 향수도 느낄 수 있는데다 크기가 작아 완성하는데 1시간도 걸리지 않기에 만드는 과정도 고단하지 않다. 대부분의 색분할을 스티커로 때웠지만 스티커가 굉장히 얇은데다가 재단도 기가막히기에 거슬리지 않을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반다이의 노하우가 총 결집된 느낌의 물건. 내 돈주고 사지도 않았고 희성이형 물건을 같이 만들어봤는데, 순간 혹해서 나도 색깔별로 모을 뻔했다.



HG 건담 발바토스 루프스

HG 발바토스도 굉장히 고품질의 걸작 건프라였는데, 발바토스 루프스는 한술 더 떠서 오리지널 발바토스보다 덩치가 한참 커졌다. 그러면서도 값은 똑같이 1000엔으로 고정. 이만하면 희대의 혜자 건프라라고 할만하다. 가격도 가격인데다 이해하기 힘드리만치 품질이 좋아서 입문용 키트로는 권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이 가격과 품질을 기준으로 잡고 보면 다른 프라모델들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서다. 발바토스의 가지치기 키트 정도로 생각했지만 막상 나와보니 겉부분은 완전히 새로 만든데다가 앞서 이야기 했듯이 덩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같은 1/144 스케일의 HGUC 뉴 건담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크다.


예전의 발바토스가 걸리적 거리는 부분 거의 없이 굉장히 편하게 포즈를 잡으며 놀 수 있었던 액션 피규어의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루프스는 기본 무장이 커다란 검이기에 용자스러운 포즈를 잡으면서 놀기 좋다. 여러모로 추천할만한 건프라. 시장 독점 업체이면서도 굉장히 양심적인 반다이의 은혜로움이 느껴진다. 사라. 꼭 사라. 두 개씩 사도 아깝지 않을 물건이다. 성진이가 사줬다. 사준 이유는 나도 잘 기억이 안난다.



HGCE 스트라이크 프리덤

무난하게 잘 나온 키트다. 그런데 HGCE 계열들이 전체적으로 다 가지고 있는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내가 HG 등급의 프라모델을 만드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 된다. 일단 싸고, 두번째로 부품수가 많지 않아 만들면서 지칠 일이 없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가지고 놀기 편하기 때문이다. 이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데, HG대비 크기가 큰 MG쪽이 디테일도 더 좋은데다 관절축의 갯수가 많아서 여러모로 더 다양하게 포즈를 잡을 수 있긴 하다. 그런데 MG는 내부 프레임이 들어가서 HG보다 부피 대비 무겁다보니 포즈를 좀 잡아보려 하면 스탠드가 못견디거나 관절들이 삐걱거리면서 자세가 흐트러지기 일쑤다. 결국 가볍고 다루기 편하며 전체적으로 관절이 튼튼한 HG계열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이런 저런 자세들을 잡아보면서 디자인을 감상하기에 훨씬 나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RG처럼 디테일 밀도에 집중하다가 프로포션이 엉망이 되는 일도 없고, MG처럼 자세 좀 잡아보려 하면 듣기 싫은 삐그덕 소리가 나면서 프라모델 전체가 후들거릴 일도 없으니까.


그런데 HGCE에는 HG 등급의 좋은 점이 적용되지 않는다. 건담 시드 세계관에 등장하는 건담들이 보통 등에 뭔가 큼지막한 덩어리를 지고 있어서 무게중심 잡기가 쉽지 않은데다 자세를 잡아놓은 팔다리가 축축 쳐지거나 움직이는 도중에 빠지기 일쑤다. 사실 관절이 움직이다가 빠지는 문제는 요즘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반다이 프라모델들이 가지고 있는데, 코팅 버전을 내놓기 위해 금형 공차를 빡빡하게 잡지 않기 때문이다. 코팅막의 두께를 고려해서 금형을 느슨하게 설계하다보니 결국 구멍은 커지고 구멍에 들어가는 축은 작아지면서 수시로 관절이 빠지기 일쑤다. 그런데 HG 발바토스처럼 몸뚱이만 덜렁 있는 키트에선 뭐 빠지고 자시고 할 일 자체가 잘 없어서 괜찮지만 건담 시드의 기체들처럼 뭔가 달린게 많은 물건들은 정자세로 세워놓는 것 조차 쉽지가 않아 스탠드로 받쳐주어야 한다. 시드 계열 건담들의 디자인을 고려해서 HGCE는 좀 더 관절을 빡빡하게 만들어 주었어야 맞는데 그런 배려가 빠져 있는 것이 아쉽다. 자세를 잡는게 너무 고단하다.


욕만 한무더기 써 놓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만한 가치가 없는 프라모델은 절대 아니다. HG 치고는 조금 비싼 2000엔으로 나왔는데, 색분할은 두 군데 빼고 다 채워주었으며 HGCE 특유의 안정적이고 잘 다듬어진 비율과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모습 그대로에 가까운 점 등등 여러모로 굉장히 잘 나온 수작 키트이다. 스트라이크 프리덤이 HGCE 등급으로 나오면서 3년에 걸쳐 키라 야마토의 탑승기체 컬렉션이 완성됐는데 셋 다 굉장히 고품질이지만 프라모델로서 가장 잘 만들어진 제품은 처음 나온 에일 스트라이크 건담이라는 것은 좀 묘하다. 그래도 HGCE 등급으로 GAT-X 시리즈 나머지 4대와 저스티스 계열들, 프로비던스와 레전드도 마저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김성진이 사줬다-_-. 사준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냥 사줬다.




거의 두 달 만에 쓰는 글이 프라모델 이야기라서 정보를 보고자 이 곳에 오시는 분들께 조금 죄송스럽다. 두 달 사이에 또 배가 아파 병원에 실려갔었고(신경성 위염) 아픈 몸으로 촛불시위도 다녀왔고 글도 열심히 썼는데 카탈로그로 보는 하드웨어 시리즈가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다. 쓰다보니 써야 할 것들이 자꾸 자꾸 생각나서 글이 엄청 길어지고 있다. 꾸준히 쓰고 있으니 알아는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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