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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을 강요받는 시대 본문
작가가 주인공을 '아름답게' 그리려 들지 않는 것이야 고등학생도 이유를 알만 하니 그렇다 치겠다. 패드립이 난무하는 작가의 트위터도 얼마든지 이론적 방패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은 자유고 그걸 표현하는 것도 자유다. 자유엔 책임이 당연하게 따라붙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작가가 그림을 '더럽게' 혹은 '더러워 보이게' 그린 것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실제 작가가 더러운 사람이었던 것 뿐이라면 이 때부터 대중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상식과 통념을 거부하면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참아가며 작품에 의미를 주려던 독자들은 뭐가 되냐는 말이다. 더 화가 나는 건, 꼴같잖은 작품에 꼴같잖은 스스로의 생각을 더해 되지도 않은 말을 지껄였던 것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이게 그 잘난 대한민국 페미니즘의 실체다.
상식과 통념을 거부할 수 있는 용기마저도 이번 일로 빛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더욱 뼈아프다. 상식과 통념이 무조건적으로 옳으리란 보장이 없고 정의란 시대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인데 변화나 진보를 향한 움직임마저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이 사람이 정녕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것인지, 혹은 그냥 스스로의 추악한 내면을 싸지르고 말았던 것 뿐인지 사람들이 의심하게 만들어 버렸다. 최순실 사태의 어마어마함에 이 일이 묻힌 상태로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일들이 모여 상식과 통념을 강요받는 시대가 올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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