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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제타 본문
반다이가 한 20년쯤 전에 지금의 4D 영화와 비슷한 체험관을 만들면서 영상에 제타 건담을 등장시킨 적이 있다. 그냥 TV판의 파란색 Z 건담을 등장시킬 수도 있었지만, 마침 영화속의 Z는 대기권으로 피난해오던 민간인 남매를 돕던 상황이었고 기동전사 제타 건담의 주요 전장은 우주로 잡혀 있기에 지구에 주인공 일행들이 끼어들기가 애매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결국 지구상에 존재하는 부대가 따로 있었고, 세 번째로 생산된 제타 건담을 그곳에서 하나 초기 검증 차원으로 들고 있었다는 설정이 붙었다. 이게 초기 검증형이라는 이름이 붙은 제타 3호기의 첫 번째 등장이다. 1
△ 반다이 영상 체험관에 최초 등장한 제타 3호기의 모습
제타 건담은 팬이 많은 기체였고, 우주세기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게 인기 좋은 건담에 아무로 레이가 탄 적이 없었다는 것은 아무로
레이의 팬들에게 영 마음에 차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이걸 알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다이는 체험관 영상의 제타 건담에
아무로 레이가 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설정을 얼렁뚱땅 넣었고, 아무로 레이가 그린 다이버즈라는 부대에 소속되어 피난중인
민간인들을 도와줬다는 전설 정도의 느낌으로 스토리를 짜넣는다. 그리고 이 그린 다이버즈 제타의 배색이 꽤 인기가 좋다보니 반다이에서 제타 건담이 나오면 완성품과 프라모델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나오는 바리에이션이 된다.
△HCM-Pro 그린 다이버즈 제타
첫 타자는 반다이가 한창 밀고 있던 완성품 브랜드인 HCM-Pro였다. 1/200의 작은 스케일이었지만 디테일은 괜찮다고 평가받던 HCM-Pro에 아무로 레이를 끼얹었으니 당연히 잘 팔릴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안팔렸다. 심지어 한정판이라고 박스에 큼지막하게 써있는데도 말이다. 제타에 아무로에 한정판인데도 안팔리다니 참 희한한 노릇이다. 나도 정가 4만원 짜리를 쇼핑몰 재고떨이로 1만원에 사서 잘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군대 다녀오면서 도대체 어디에 내다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금도 다시 갖고 싶어 아쉬울 때가 좀 있다. 그 때 그린 다이버즈 버전의 앗시마도 팔았는데, 둘 다 지금와서 사려면 웃돈을 좀 줘야 한다. 2
△ 순서대로 각각 MG, 로봇혼, RG 제타 3호기
MG 제타 건담 2.0이 튀어나오면서 제타 3호기 버전도 특별판 형태로 출시 됐는데, 전체적으로 색이 지나치게 어두워진 느낌인데다 예전부터 MG 제타의 그 호리호리함이 나는 좀 마음에 차지 않는다. 실물로 보면 어깨의 회색 장갑이 너무 어색한데, 바로 위의 HCM-Pro 그린 다이버즈 제타가 보여준 배색의 아름다움이 모자라서 아쉽다.
로봇혼과 RG로도 나왔고, 각자 나름의 장점이 있었다. 로봇혼은 변형을 포기한 대신 가동률이 잘 나왔고, RG는 부품 교체 없는 완전 변형과 RG 특유의 높은 디테일 밀도라는 내세울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둘 다 배색이 좀 아쉽다. 로봇혼은 구하기가 힘들기도 하고, RG는 후두둑 거리며 부품들이 떨어지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고관절 구조라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 HGBF 라이트닝 제타 건담 아스프로스
빌드 파이터즈에 라이트닝 제타 건담이 나오면서 당연스럽게도 제타 3호기 컬러링이 나오게 된다. 처음으로 배색이 완전히 만족스럽다는 느낌이 있다. 쓸데없이 진한 회색이 사라졌고, 군데군데 노란색 포인트가 들어가서 화사해졌다. 어차피 현실의 병기와 1만 광년쯤 떨어져 있는 물건이라면 이런식으로 아름다움만을 쫓아도 될법도 하다.
△ 드디어 완전한 제타 3호기가 만들어진 느낌이다.
그래서 새로 만들었다. 원래 HGUC로 제타 3호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노란색 포인트가 너무 적다보니까 좀 맹탕인 느낌이 있었다. 결국 머리의 안테나와 옷깃, 가슴과 다리의 덕트 같은 부분들을 오리지널 컬러의 제타에서 가져와 노란색으로 교체해주었다. 이제사 색이 온전히 예쁜 느낌이 든다. 공들여서 만든 김에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어깨의 아무로 퍼스널 마크가 없는 게 좀 아쉽지만, 애초에 딱 맞는 스티커나 데칼 찾기도 힘들테고 지금도 충분히 좋다면서 만족중. 이 짓을 하려고 멀쩡한 제타 프라모델 하나가 희생됐다.
HGUC 리바이브 제타 건담은 전체적으로 잘 나온 프라모델이지만 설정화의 날카로움이 온데간데 없는데다 날개와 어깨의 색분할 때문에 키트 자체의 완성도를 굳이 따지면 썩 좋다는 말을 하기가 참 어렵다. 같은 함에 탑재된 기체들인 마크투와 백식이 완벽에 가까운 프라모델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굳이 한정판을 그것도 두 개나 사가면서 이짓을 한 이유가 다 있다. 건프라 에볼루션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었으니 머잖아 S건담이나 EX-S도 새로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타 다음의 주역기체인 ZZ는 출시 시점이 그리 이르지 않아 굳이 리바이브가 지금 필요 없기도 하고, MG로 딥 스트라이커까지 내준 마당에 반다이가 건담 센티넬의 주역기체들을 HGUC로 리바이브 하려고 간을 보고 있을 타이밍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지간해선 프라모델 하나 가지고 이런 글 안쓰는데, 사진만 쭉 늘어놓자니 괜히 성의없어보여서 3호기 컬러의 제타들을 쭈르륵 늘어놓으며 기대와 썰도 같이 풀어 봤다. 예쁘다. 좋다. 한정판인게 빡치지만, 이 정도 예쁘면 참아줄 수 있다. 그러니까 계속 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