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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캐리어에 대한 고찰

SWEV 2016. 5. 1. 19:18

어벤져스를 보러 갔다가 헬리캐리어가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환호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같이 군용 장비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눈길을 잡아끄는 물건이고, 메이저급 영화에서 거의 처음으로 잘 그려진 '공중모함' 내지는 '비행 요새' 이라는 것이 어벤져스의 헬리캐리어를 더욱 가치있게 만든다. 멋지지 않은가. 안그래도 항공모함은 엄청나게 강력한 무기인데 심지어 날아다니기까지 한다. 호랑이에 날개가 달렸다는 표현이 정말 어울린다.


△ 그야말로 밀덕의 로망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생각을 좀 해보니 이게 참 말이 안되는 것 투성이다. 일단 현실의 항공모함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무장은 빈약하기 때문에 반드시 호위함들을 같이 데리고 다닌다. 그리고 헬리캐리어는 별도의 호위함 없이 혼자 날아다니는데, 이것부터가 이상하다. 항공모함은 기본적으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쓰는 물건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무장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곤란하다. 러시아의 항공모함들이 저 부분에서 좀 문제가 많았는데, 구소련/러시아 해군이 돈이 없다보니 호위함을 찍어낼 여력이 되지 않아 항모 자체에도 지나치게 무기를 많이 달았다가 결국 항모로 쓰기에 별로였던 사례가 있다.[각주:1] 그러다보니 저 정도 덩치의 대형 항공모함[각주:2]은 오로지 미국만 건조하고, 건조하더라도 비행기를 한 대라도 더 싣기 위해 항모 자체엔 간단한 대공포 정도만 싣는 편이다. 적 병력에 대한 방어나 요격은 같이 다니는 함대의 호위함들이 대신해준다.


△ 여기 등장하는 장비들 가격만 다 합쳐도 우리나라 한 해 국방 예산보다 많다.

왜 굳이 항모형태로 만든 뒤, 호위함 하나 없이 떠다닐 수 있는지 생각을 해봤다. 허공에 떠있는 커다란 표적이고 일반적인 항모들과 다르게 엔진만 대충 터뜨려 놓으면 알아서 박살날 물건이다. 실제로 작중에서도 화살 하나에-_- 엔진이 폭발해서 추락 위기까지 내몰렸다. 저런 위험천만한 무기체계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지 합리화를 해보려 하니 두 가지 결론이 나왔다. 첫 번째로 초계비행을 많이 띄워서 주변 제공권을 확실하게 확보한 상태로만 움직인다는 것. 두 번째로 인공위성을 통한 대규모 공중감시를 하고 있다는 것. 마하 2~3으로 날아다니는 초고속 순항미사일이 있는 판국에 초계비행은 어차피 주변 500km 이내 정도 밖에 의미가 없을테고, 결국 인공위성을 쓴다는 것일텐데 마침 어벤져스 이후에 나온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의 초반부 전투 배경인 '레무리안 스타'라는 배가 인공위성 발사용 선박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윈터솔져에서는 위성에서 데이터를 받아 적을 공격하는 시스템이 헬리캐리어에 갖춰져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좀 더 이전인 어벤져스 시절에도 쉴드에서 쏘아올린 군사용 위성을 통해 주변 제공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움직였을 것이다. 마침 함재기도 전세계 전투기 중 두 번째로 강력한 F-35가 있으니 어지간한 전투기들은 근처에 접근도 어려울테고.


△ 고작 5톤짜리 헬리콥터만 근처에 있어도 이 난리가 난다.

항모 형태로 만든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항모를 공중에 띄우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공기를 큰 압력으로 아래에 쏘아줘야 하는데, 지상에서 떠오른다면 아마 그 지역은 폭격을 맞은 것 마냥 초토화 될것이다-_-. 고작 몇 톤짜리 헬기를 띄우는데도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제대로 서있기가 힘들 정도인데, 10만톤 짜리는 오죽하겠는가. 그러다보니 지상이 아니라 바다에서 띄워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고 기왕 바다에서 띄울거라면 항공모함으로도 쓸 수 있게 항모를 베이스로 만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항모를 공중에 띄워서 요새로 써보자'가 아니라 '공중에 요새를 띄워야 하는데 지상에서는 답이 없으니 바다에서 띄우자. 어 근데 바다에서 요새 역할을 하는 물건은 이미 항공모함이란 이름으로 존재하니 항공모함을 개조해서 만들면 되겠네?'가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일 것 같다는 뜻.


다만 10만톤짜리 쇳덩이를 하늘에 띄울 정도의 고성능 터빈이 항모 가장자리에 박혀있다면 비행기의 이착함은 영 힘들 것이다. 당장 항공모함의 갑판에 툭 튀어나와 있는 함교 부분(아일랜드 라고 한다)에서 발생하는 난기류 때문에 비행기가 이착함 하면서 문제를 겪은 사례도 있는 마당에 10만톤짜릴 들어올리는 초대형 터빈 앞에서 누가 비행기를 타고 싶겠나.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터빈으로 빨려들어갈텐데. 사실 여기까지 나온 문제들이야 나름대로 합리화를 할 수도 있고, 대충 어떻게 때웠겠지 싶게 사소한 수준이다. 그런데 제일 큰 문제가 남았다. 동력원이다.


△ 현존하는 가장 큰 헬리콥터인 Mi-26. 러시아에서 만들었다.

보통 헬기콥터의 추력대 중량비는 대충 톤당 400~500마력을 잡으면 된다. 즉 최대 이륙 중량(적재물 포함) 1톤짜리 헬기엔 400마력짜리 엔진이 필요하고 50톤쯤 나가는 물건엔 대충 20000마력 정도가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위 사진의 Mi-26은 최대 이륙중량이 50톤이고 거기 맞춰서 1만 마력짜리 엔진이 2기 달려있다. 자, 여기서부터는 간단한 산수다. 1톤당 400마력이 필요하다면 과연 10만톤짜리 항모는 몇 마력이 필요한 것일까.

100000 x 400 = 40,000,000 ▷ 4000만 마력-_-

숫자가 너무 크다보니 감이 잡히지 않는데, 10만톤급 항모엔 보통 30만 마력 정도의 엔진이 들어간다.[각주:3] 비슷한 덩치를 가진 함보다 100배 이상의 출력이 필요하다는거다. 아직도 와닿지 않나?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에서 쓰는 원자로 중 제일 출력이 큰 물건이 1기당 200만 마력 정도밖에 안나온다. 더더군다나 헬리캐리어는 비행장치가 붙어있어서 일반적인 니미츠급 항모보다도 한참 더 덩치가 큰데다 심지어 복층으로 갑판이 달려있다. 신소재고 나발이고 10만톤 이하로 만들 수 있을리가 없지 않겠나.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00만 마력은 나와줘야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헬기의 경우 앞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몸통을 기울여서 바람을 밀어내면 얻지만, 항모를 기울여서 앞으로 나아갈리는 당연히 없고 영화에서도 후방에 제트엔진 비슷한 것을 달아놓아 추진하는 것이 보인다. 실제 헬기의 출력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과 몸체를 공중에 띄우는 힘으로 분배되어 쓰이니 대충 저 정도 출력이라면 어찌어찌 앞으로 갈 수는 있을 것 같다.


△ 토니 스타크가 말하길, 초기형 아크 리액터는 초당 3기가 줄의 출력이란다.

헬리캐리어라는 황당한 물건이 튀어나온 이유는 아이언맨이 제일 큰 원흉일지도 모른다. 토니 스타크가 납치당한 뒤 동굴에서 대충 뚝딱거리면서 만든 원자로가 설정상 400만 마력이 쏟아져 나온다-_-. 주먹보다도 작은 아크 리액터 하나가 원자로 2대분 이상의 파워를 뿜어낸다니 참. 조금만 더 크게 만든다면 당연히 헬리캐리어 정도는 사뿐하게 띄울 수 있을 것이다. 혹은 고장에 대비할겸 저걸 15개쯤 달아둬서 병렬로 연결해서 쓴다든가. 다만 헬리캐리어의 건조에 토니 스타크가 참여해서 원자로 기술을 제공했는지는 아직 작중에서 설명된 적이 없다. 어벤져스 이전의 아이언맨 2에서 쉴드의 고문 역할로 참여했으니 아마도 닉 퓨리의 요청을 통해 최소한 대출력 동력원 제공 정도는 했지 않았을까 싶지만. 혹은 헬리캐리어라는 황당한 무기의 기획 자체가 토니 스타크의 주도하에 이뤄졌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토니 스타크가 거대한 무기업체를 소유하던 사람이니 무기체계에 대해 잘 알기도 했을 것이고, 제공권과 화력, 스텔스성의 조화를 모두 포함한 대규모 공중요새라는 개념 자체가 맨정신인 사람 머릿속에서 튀어나올 생각이 아니다. 관련된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입장이 아니면 저런 아이디어를 내기 힘들지 않을까.


△ 이륙용 대형 로터가 보이기 직전의 장면

어벤져스 상의 연출을 보면 바닷속에서 터빈이 나와서 헬리캐리어 가장자리에 붙으며 이륙하는데, 아마도 쉴드는 독자적인 대규모 무력 보유를 위해 항모를 건조하고 있었을 것이다. 항공모함이라는 것이 1~2년 사이에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물건도 아니거니와 예산도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니 2차 대전 이후로 쭉 유지되던 쉴드라는 조직의 특성상 미리미리 준비해뒀을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10만톤급 원자력 항모의 대표작인 니미츠급의 경우 초도함이 대충 3조원 정도 했고, 니미츠급의 후계 함급인 제럴드 R 포드급은 척당 12조원 이상의 건조비용을 요구했다.


△ 아무리 봐도 날개 부분은 선체 안쪽에 숨겨져 있다 나올 수 있을 만큼 작지 않다.

오래 전부터 항모를 준비해오던 와중에 토니 스타크가 합류하게 되면서 날아다니는 요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마침 쉴드가 건조중이던 항공모함이 있으니 그걸 기반으로 해서 개조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면, 꽤 개연성 있는 전개이지 않을까? 어차피 지상에서 띄우기엔 터빈의 반작용이 너무 크고 막되어먹어서 바다에서 띄우는 방법 밖에 없을텐데 이미 건조중이던 항모가 있다고 하면 토니 입장에서도 얼씨구나 했을 것 같다. 


작중에서는 바닷속에 숨겨져 있던 날개 부분이 물속에서 튀어나오는데 이 부분의 연출이 좀 애매했다. 몸통 안쪽에 숨겨져 있던 날개가 나왔다기엔 날개 부분이 너무 커서 도저히 안쪽에 숨길만한 공간이 없어보이고, 수직으로 접어서 바닷속에 담궈놓은 상태로 있을리도 없다. 저러면 물속에서 저항이 크기 때문에 항행성능에서 손해를 많이 본다. 아무리 날아다니는게 기본이라지만 물 위에서 항모 역할도 할 수 있길 바라고 만드는게 정상이니 접이식 날개 가설은 틀린 것 같다.


△ 마징가 Z도 제트 스크랜더가 추가된 이후에나 하늘을 날 수 있었다.

그런데 물속에 발사를 위한 받침대가 있고 그 위에 항모가 멈춘 뒤 날개 부분만 따로 추가 합체시켜서 날아가게 만든다면? 그건 말이 될 것 같다. 어차피 이미 가지고 있던 항모인거고, 토니 스타크의 합류로 인해 그 개념이 크게 바뀌었으니 나중에 합체하듯 날개를 달아주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 이 모든 뻘글의 원흉은 나였다.

아무튼, 또 쓸데없는 상상력을 발휘 하며 시간을 보냈다. 글을 쓸수록 나의 개노답성이 강화되는 것 같다. 청소기나 돌리러 가야겠다.

  1. 미사일 때문에 비행기를 많이 실을 수 없다든가, 이착함 과정에서 무장과 구조물들이 걸리적거린다든가... [본문으로]
  2. 10만톤 전후의 배수량을 가지며, 저 정도 크기의 항모는 '슈퍼 캐리어'라는 함급으로 친다. 대충 배수량 5~7만톤 이상의 항모에만 적용되는 함급이다. [본문으로]
  3. 실제로 운용중인 현행 미국의 주력 항모 니미츠급의 경우 배수량 10만톤 정도에 26만 마력짜리 원자로를 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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