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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던 밥솥이 죽었다. 16800원 주고 사서 4년 가까이 밥을 잘 지어주면서 충분히 제 몫을 다해준 물건이다. 사실 지금도 신기하다. 도대체 밥솥이 20,000원도 안하는게 말이 되나. 남으니까 내다 팔겠지만 그래도 신기한 건 매한가지다. 중국 공장에서 나오는 원가는 $10 정도 되지 않을까. 유통마진이나 물류비 이것저것 고려하면 대충 그 즈음일 것 같다..
왼쪽이 죽은 밥솥이고, 오른쪽이 새로 산 밥솥이다. 배송료 포함해서 20,000원 줬다. 예전 물건과 마찬가지로 압력기능도 없고 IH방식도 아닌 가장 싼 밥솥 중 하나다. 내가 고슬고슬하고 물기가 많지 않은 밥을 좋아하기 때문에 밥솥에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 웃기게도, 저런 싸구려 밥솥을 쓰면 본의 아니게 부지런해진다. 밥솥의 밀폐가 형편없어서 밥을 지어놓고 보온 상태로 방치하면 금방 먹을 수 없게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매 끼니 때마다 새 밥을 짓게 된다. 그래서 원하든 원치 않든 갓 지은 새 밥을 먹을 수 있다. 조금 귀찮긴 하지만 잘 지은 새 밥을 먹고 있으면 행복하다.
내 글이 늘상 그러하듯, 제목과 글의 내용은 별 관계가 없다. 그냥 오랫동안 내 밥을 책임지던 물건을 보내면서 그럴듯한 제목으로 글을 쓰고 싶었다. 한국사람은 밥심이고 밥심을 잘 채워주는 중요한 임무를 맡은 물건이라 거창하게 권력이동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봤다. 잘가라 키친아트. 어서오렴 모닝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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