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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7 공개 본문
좋다
제트 블랙 - 반짝거리는 검정색 모양이 너무 멋지다. 예쁘다. 갖고 싶다. 투명 케이스 씌우면 엄청 예쁘겠지.
광색역 화면 - DCI-P3 컬러 지원. 아이패드 시리즈에서 이미 지원되던 것이라 새롭진 않지만 분명히 좋은 현상이다.
배터리 시간 - 배터리가 더 길어지는 일을 마다하는 소비자는 없다.
스테레오 스피커 - 늦었지만 드디어 해준다. 여지껏 이걸 왜 안넣어줬나 싶을 정도.
가격 - 100달러 인하 좋다. 환율에 부가세랑 이것저것 다 치면 실질적으로 15만원 정도 싸질 것 같다.
싫다
이어폰 단자 삭제 - 진지하게 이걸 좋다고 하는 사람은 정말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해상도 - 경쟁사 제품은 이미 광색역에 고해상도 지원이다. 2016년도에 750p 해상도는 너무하지 않나.
무게와 크기 - 비슷한 스펙의 경쟁사 제품들보다 여전히 너무 크고 무겁다.
생각
루머가 거의 맞아 떨어져서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데다 나올만한 물건이 나왔네 정도의 느낌이다. 그러나 길어진 배터리 시간이나 스테레오 스피커처럼 여지껏 경쟁사 제품들 대비 뒤쳐졌거나 시대에 맞지 않다 싶을 정도로 아쉬웠던 부분들을 어느 정도 해결해서 나왔다. 이만하면 뭔가 신형으로 넘어갈 명분을 못찾았단 이유로 5S나 6 정도에서 머무르던 사람들 입장에서도 고민해볼만 하다. 이 만큼의 거대한 변화는 피부로 느껴질테니까.
그런데 이어폰 단자 제거는 정말 진심으로 왜 저랬나 싶다. 핸드폰에 태블릿에 시계도 모자라서 이젠 이어폰까지 충전해서 쓰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좋게 봐줄 수가 없다. 선이 없다는게 무조건 편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거니와 특히 양쪽 이어폰 사이를 이어주는 케이블이 아예 전혀 없는 디자인인데 저런식으로 목에 걸쳐주는 부분이 없다면 걷다가 땅에 떨어지기 딱 좋다. 크기가 작아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선 찾기도 힘들 것이다. 출근시간에 신도림 역에서 저런 걸 쓸 생각은 하기 어렵지 않겠나. 아마 떨어뜨리는 순간 누군가의 발에 밟혀서 박살나겠지. 주머니에 넣어 다닐때도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충전에 페어링 문제까지 신경 쓰기 싫다면 같이 주는 이어폰 하드 케이스를 따로 들고 다녀야 하고 안전한 보관을 원한다면 거기에 작은 파우치까지 하나 마련해서 들고 다녀야 할텐데 나처럼 오른쪽 바지 주머니엔 핸드폰, 왼쪽엔 담배가 들어가있는 사람들에게 뭔가 하나 더 들어가야 한다는 건 좀 많이 불편할 것 같다. 매끈하고 작아 주머니에서 빠지기도 쉽게 생겼는데 츄리닝처럼 주머니 안의 물건이 수시로 가출하는 옷이라면 신경이 꽤나 쓰일 수 밖에 없는 물건이다.
△ 어썸.
요약하자면, 이어폰 단자 삭제와 무선 이어폰 권장은 여지껏 애플이 추구하던 방향성에서 어긋나 있다는거다. 편하게 쓸 수 있는 장비를 괜찮은 가격에 제공하던 업체가 애플인데 이젠 자기 확신이 지나쳐 아예 '나를 따르라.'가 되어버렸다. 한 5년 전 처럼 시장이 커져가며 앞으로의 장밋빛 미래를 점쳐볼 만한 시대였다면 저런 시도가 먹혔겠지만, 교체 주기가 3년까지 길어지고 기술적 황혼기에 접어든 2016년 오늘날의 소비자용 스마트폰 시장에서 저런 변화는 마냥 기분 좋을 일이 아니다.
나는 애플의 도도함이 싫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이폰 7은 시장에서 많이, 잘 팔려주었으면 좋겠다. 아이폰 7은 기술적으로 특별히 대단하거나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기존의 기술을 잘 다듬는 것 만으로도 소비자가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있다면 다른 제조사들도 조금은 더 희망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애플이 저물어가는 시장속에서 기술의 선봉장이 아니라 희망의 선봉장이 되어주길 바란다. 이게 내가 아이폰 7에 가장 크게 기대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