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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소니 엑스페리아 XZ

SWEV 2017. 8. 27. 15:01

나는 또 엑스페리아를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예전에 쓰던 엑스페리아 Z3 컴팩트는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폰이었지만, '하자'가 전혀 없는 물건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품의 단점을 가리키는 수많은 표현들 중 굳이 '하자'처럼 격한 표현을 쓰는 이유가 다 있다. 소니가 스마트폰을 만들어 팔면서 내세웠던 중요한 요소인 방수가 상식 이하로 너무나도 한심했다. IP68 인증을 받았다며 자랑스럽게 써놨지만, 프레임을 가운데 두고 앞판과 뒷판 사이는 단순한 양면테입으로 제품을 결합해 두었다. 시간이 지나며 배터리가 부풀고 그 힘을 못 이겨 뒷판의 양면테입이 떨어지자마자 기계는 방수성능을 완전히 잃었는데, 같은 시대의 경쟁기종이었던 갤럭시 S5가 방수 인증 하나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꽤 괜찮은 설계로 세탁기에 돌려도 멀쩡했던 것과는 천지차이의 결과물이다.[각주:1]


그래도 소니를 또 샀다.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를 또 샀다. 빌어먹을 넥서스들에 길들여진 나의 손은 커스텀 롬이나 루팅이 안되는 모든 기계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삼성은 루팅하면 삼성페이가 날아가며 기계 가치가 주저앉고, LG는 판매량이 엉망이라 해외 개발자들이 진지하게 대하는 제조사가 아니다. 안드로이드를 가져다가 마개조를 해놓은 삼성, LG와 다르게 소니는 그나마 AOSP[각주:2]에 가까운 롬 구조를 가지고 있기도 했고, 각 기기용 AOSP 소스를 소니가 직접 배포하기에 해외 개발자들도 호의적인 편이다. 찾아보니 루팅이나 부트로더 언락 같은 문제들은 늘 그랬듯이 다 솔루션이 나와 있었다.


고작 SW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1년 넘게 쓰는 스마트폰을 사진 않는다. 일단 예뻤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디자인의 영역에서 소니는 다른 제조사들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베젤이 넓다고 욕을 먹지만 실물로 보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최고 수준의 질감을 뽑아내는 법을 소니는 알고 있는데다 내수 시장의 중장년층을 의식한게 아닐까 싶은 삼성의 노티나는 SW 디자인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마음이 갔다. 그리고 마침 티월드 다이렉트에 할부원금 32만원 조건으로 기계가 떴다. 가격을 생각하면 모든게 용서가 되는 수준이다. 그래서 샀다.


△ 바탕화면 정리를 마치고 캡쳐를 떠서 제품 사진과 합성했다.

홈화면 세팅은 예전의 넥서스 6P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디자인을 처음에 공들여 해놨더니 다른 폰으로 옮겨도 큰 위화감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예쁘지만 실물은 더 예쁘다. 보는 사람들 모두의 반응은 '소니가 핸드폰도 만드는 걸 지금 알았다'와 '엄청 예쁘다'로 갈린다. 굉장히 뻔하디 뻔한 물건이라 리뷰씩이나 쓸 것도 없을 것 같아 안하려 했는데, 간만에 뭔가 변화가 생긴 것이라 자랑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쓴다.



화면
5.2인치에 FHD해상도, IPS LCD 디스플레이가 달려있다. 솔직히 말해 평범하다. 소니의 화면 보정 엔진이니 뭐니 헛소리라는거 엑스페리아 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알테고 DCI-P3 지원하는 애플의 아이폰 7시리즈나 초광색역, 초고해상도, 초고휘도를 자랑하는 갤럭시의 아몰레드에 비할 물건도 당연히 아니다. 허나 충분히 실사용에 지장 없을 정도의 성능이라는 점에서 불만을 가지지 않아도 좋은 수준은 된다. 야외에서도 충분히 밝고 색감은 푸르딩딩 하다고 욕먹지만 난 원래 폰과 모니터를 가리지 않고 색온도 10000K 이상으로[각주:3] 놓고 쓰는 편이니 내 취향엔 어긋남이 없다. 전에 쓰던 폰이 하필이면 모바일 디스플레이 최강자 수준의 넥서스 6P[각주:4]였기에 걱정이 없진 않았는데 다행히도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다.


변명과 합리화 같은 이야기지만 모바일에서 2560x1440, 혹은 그 이상의 고해상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있다. 소니가 이렇게 주장해서가 아니라 LG가 WQHD 패널로 사고를 너무 쳐서 그렇다. 고해상도를 지원하기 위해서 TFT를 너무 조밀하게 짜놓다보니 개구율[각주:5]이 낮아지고, 개구율이 낮아지니 백라이트를 강하게 쏘아야만 한다. 강한 백라이트는 강한 발열을 의미하고 결국 G3는 심각한 스로틀링에 시달리곤 했다. 개구율과 백라이트 문제는 스로틀링 말고도 배터리 광탈과 잦은 터치패널 사망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판매량이 워낙 적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G3, G4의 터치패널 사망 문제는 생각보다 꽤 심각했고, G5의 배터리 광탈은 현재도 사용자를 괴롭히는 중. 아몰레드가 아니면 사실 2560x1440 해상도를 감당할 방법이 사실상 없지 않을까 라는게 내 생각이고, FHD 이상의 고해상도가 소비자에게 주는 이점이라는게 있기나 한가 싶어서 FHD인게 차라리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디자인과 크기, 그리고 무게

넥서스 6P를 쓰다 보면 Z3C의 한손에 잡히는 크기가 그리울 때가 많았다. 엑스페리아 X 컴팩트라는 소형화 모델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성능도 화면도 별로인데다 국내 출시 예정도 없던 물건이어서 건너뛰었는데, 5.2인치의 작은 XZ는 그럭저럭 예전에 비해서 손에 쥐기 많이 편했다. 가장자리의 곡면을 손에 잡기 딱 좋게 만들어 놓아서 그립감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단 한톨도 불만이 없다. 다만 삼성과 LG가 모두 제로베젤을 쓰는 이 시점에서 화면 크기보다 기계 크기가 지나치게 큰 점은 소니가 앞으로 많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 폰이 무거워야 될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무게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5.0인치 폰이 140g 전후로 출시되는 판에 5.2인치 폰이 165g이라는 것은 좀 심각한 문제다. 손에 잡히는 느낌이 워낙 좋아서 크게 불편하진 않지만 왜 이렇게 무겁게 만들어야만 했는지 딱히 이유를 못찾겠다. 이게 소니의 고질병 중 하나라는 것이 더욱 치명적이다. 엑스페리아 Z 시절부터 소니는 언제나 플래그쉽 기종을 비슷한 화면 크기의 다른 제조사 제품들보다 10~20g씩 무겁게 만들어왔다. 특별히 더 튼튼하지도 않았고, 기능상 장점이랄 것도 없이 늘상 이래왔다. 발전이 없는 모습을 보면 짜증스럽다.


무게 말고도 좀 특이한 것이 있는데, 진동 모터에 달린 진동추 크기를 좀 줄여 주었으면 좋겠다. 폰 크기와 무게에 비해서 진동이 너무 크다. 좀 타이핑 하다보면 손이 저릿저릿할 정도. 덕분에 전화가 오면 책상이 통째로 울려서 도저히 모를 수가 없다는 장점이 있긴 한데, 진동을 충분히 크게 하면서도 거슬리는 고음의 진동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 하드웨어 경량화에 신경을 꺼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길 정도다. 아무튼 진동이 너무 강하다.



카메라

△ 친구네 고양이. 너무 예쁘고 순하다.

카메라야말로 소니의 한심함이 최고조로 치닫는 부분 되시겠다. 소니는 소형 카메라 센서 시장의 지배자인데, 정작 자사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거지 삼발이처럼 내놓는다. 언제나 항상 엉망진창이었다. Z3C 시절처럼 눈뜨고 못 보아줄 지경은 넘어갔지만, 타사 제품들이 듀얼 카메라를 마구 써대며 초창기 DSLR에 근접하는 수준의 촬영 품질을 따라잡아가는 동안 소니는 큰 발전이 없었다. 그나마 한 가지 나아진 점은 스냅드래곤이 810 이후엔 이미지 후처리 능력이 많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스냅드래곤 801이나 805 시절엔 소니가 아무리 노력해서 고성능의 센서를 넣어도 AP의 사진 후처리 능력이 쓰레기 수준이라 이게 어딜봐서 2000만화소 카메라인가 싶은 사진을 내놓았는데, 그래도 이젠 꾸우욱 참고 봐줄 정도는 되었다. 그래도 바로 전 폰인 넥서스 6P만 못하다는 것은 좀 별로다. 내가 XZ를 산 것을 아는 후배는 성능을 취하고 카메라를 버리는 옆그레이드라며 나를 놀렸다.



음악 감상과 통화 품질

음향기기 업체로서 소니가 가진 최고의 노하우는 '무슨 소리를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휴대용 음향기기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저력이 사라질 리 없고, 워크맨이라는 브랜드가 완전히 빛을 잃은 이 시대에도 소니는 고가형 헤드폰 시장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요즘들어 아이리버가 주도하는 고음질 DAP 시장에선 조금 주춤하는 중이지만, 휴대용 음향기기 시장에서 소니는 언제나 사용자의 기대 이상을 해내왔다.



△ 노이즈 캔슬링 기능의 작동 원리.

어차피 측정치 기준으로는 LG의 음감 특화 스마트폰 라인업인 V시리즈 대비 너무 떨어지는 물건이다. 스펙 싸움을 하면 질 것이 뻔하지만 대신 다른 제조사엔 없는 기능인 노이즈 캔슬링이 있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별도로 사야한다는 불편이 있지만, 사용만 할 수 있다면 지하철이나 기차에서 최고 수준의 소음 감쇄 능력을 가진데다, 보통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별도의 배터리 충전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스마트폰 자체에 노이즈 캔슬링 회로가 미리 달려있기에 통화중에도 대단히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장점이 있다.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도 상대방은 음악소리를 전혀 듣지 못할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나. 되지도 않는 카메라 따위 홍보하지 말고 이런 걸 홍보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특히 실외에선 여러 이유로 음원의 음질이나 정보량과 무관하게 음악에 집중하게 어려운 일이 많은데, 적어도 그 부분에서 경쟁 제품들 대비 더 나은 배려가 들어가있다.


통화 품질은 할 말이 없다. 티월드 다이렉트를 통해 샀는데도 VoLTE를 위한 등록이 되지 않아서 SKT 지점을 찾아가야만 한다. 전에 넥서스 6P를 샀을 땐 자동으로 되더니만 이번엔 유독 이모양이라 짜증이다. 동네의 SKT 공식 대리점에서 여러 가지로 알아봐 주었으나 결국 실패했다. 폰엔 분명히 VoLTE 옵션이 존재하는데, 활성화 해도 VoLTE는 잡히지 않는다. 3G 상태에서의 통화 품질은 그간 소니의 제품들이 워낙 처참한 수준이었으나 요즘 것들은 그나마 좀 나아졌다는 것이 위안이다. 방수 기능을 위해 송수화부에 고어텍스 필름을 붙여둔 것이 그간 나왔던 엑스페리아들의 통화품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었는데, XZ에 와서는 거의 해결된 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러나 여전히 전에 쓰던 넥서스 6P보다는 좀 모자라다. 음량도 작고 음질도 모자라다. 통화 품질이 중요한 사람들에게 권하기는 정말 어려운 폰이라는 생각을 한다.



성능과 배터리

UnderKG 리뷰에서는 그냥 2017년의 평범한 스마트폰 수준으로 평가했는데, 실제로는 그것 보다는 오래 가는 느낌이다. 아마도 내가 루팅 이후 기본 앱 284개중 200개를 날려버려서가 아닐까 싶은데 결론적으로는 만족. 조금 의아한 것이 있는데, 4시간 동안 최저 밝기로 PDF 소설을 보고 난 이후의 배터리가 75%씩이나 남아있었다. 즉 PDF파일을 최저밝기로 보는 용도라면 16시간을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는 수치 같지는 않다. 뭐가 되었든 UnderKG에서는 4시간 이상의 화면 켜짐 시간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이야기 했으니 사용자 패턴에 따라서 조금 더 혹은 조금 덜 쓰는 정도 기준으로 생각하면 좋다. 적어도 배터리 사이즈와 회로 최적화, 소프트웨어적 낭비 등의 문제는 없다.


스태미너 모드는 예전만 못해졌다. Z3C 시절엔 세부 앱들을 죄다 등록시킬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그런 기능이 사라진 모양이다. 예전 스태미너 모드의 강력함은 안드로이드 절전 앱의 최고봉인 Greenify에 비견될만 했는데 일반적인 저전력 모드 수준으로 주저앉아 버려서 아쉽다. 그래도 기본적인 배터리 성능이 적어도 업계 평균은 유지하는 수준이니 큰 불만은 없어서 다행.


성능은 대만족. 특히 스냅드래곤 820은 이전 모델인 스냅드래곤 810과 달리 쿼드코어로 개발되었고, 코어 당, 클럭 당 성능이 크게 높아져 있기에 전체적으로 반응성 면에서 예전 세대보다 많이 나은 감이 있다. 스냅 810을 쓰던 넥서스 6P를 극단적으로 최적화해도 나올 수 없는 성능을 아무 튜닝을 거치지 않은 순정 상태에서도 보여준다. 안투투 기준 14만점 정도는 찍어주는 기계이니 최신 AP와 발적화된 소프트웨어의 조합이 겁나는 사람들이라면 소니만의 가벼운 순정 롬과 기존 세대 대비 많은 성능향상이 이뤄진 스냅드래곤 820의 성능에 크게 만족할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지문인식

소프트웨어는 소니가 돈이 없는 제조사인 덕분에 잡스런 기능이 거의 없다. 이게 웃긴 일인지 슬픈 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소비자 입장에서 유용한 기능을 바라는 사람들에겐 나쁜 소식일테고 나처럼 내가 알아서 할테니 기계는 제발 닥치고 성능만 좋길 바라는 사람이면 좋은 소식이 되겠다. 기본 기능중에서 쓸모 없는 것들을 사용중지 시켜서 걷어내고 나면 대충 200개 가량의 앱이 남는다. 이 정도면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하는 플래그쉽 스마트폰 중에서 가장 가벼운 축에 속하는 편이고, 앞서 말했듯이 소니는 여러 이유로 AOSP 소스를 크게 건드리지 않는 편이기에 서드파티 앱을 쓰는 사용자도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 기본 앱들 중에서 시계 앱은 디자인이 굉장히 괜찮다. 나도 시계 만큼은 서드파티 앱을 쓰지 않고 내장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지문인식은 충분히 빠르다. 갖다대는 순간 딜레이 없이 바로 열린다. 다만 버튼을 한 번 눌러야만 된다는 점은 조금 불편하다. 전원 버튼을 쓰는 것은 좋지만 후면 지문인식이 주는 장점을 온몸으로 누리던 나같은 사람들에겐 업그레이드라고 말하기 조금 애매하다.



구성품과 액세서리

싸구려 이어폰 하나, 평범한 5V 1.5A 충전기 하나다. 둘 다 뜯어볼 생각도 안했고, 구매 사은품으로 딸려온 고속 충전기와 예전에 쓰던 소니의 BA타입 이어폰을 쓰고 있다. 이건 좀 문제가 있다. 플래그쉽 기기에 제대로 된 번들 하나가 딸려오는게 없다는 느낌을 자꾸 준다. LG는 G6+을 사면 B&O 이어폰을 주고 고속충전기를 주는 기계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HTC처럼 다 망해가는 회사조차도 Quick Charge 3.0을 지원하는 충전기를 주는 마당에 이렇게 구성품이 성의 없는 것은 좀 곤란하다. 심지어 XZ는 소니의 2016년 플래그쉽이다. X라는 이름과 Z같이 소니에서 상징성 있는 알파벳씩이나 갖다 붙여놨으면 온 힘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구성품 가지고 욕을 먹어선 안되는 거 아닌가. 심지어 소니의 액세서리 가격은 도무지 저렴하지도 않다. QC 3.0을 지원하는 고속 충전기는 권장 소비자 가격이 49,000원이나 된다.


△ 이걸 도대체 왜 유행시킨건지 묻고 싶다.

액세서리는 여러가지 써보니 좀 짜증스런 구석이 있는데, 이놈의 2.5D 글래스가 모든 일의 원흉이다. 강화유리를 붙이면 가장자리가 커버되지 않고, 가장자리가 커버되는 강화유리를 쓰면 케이스 고르기가 어렵다. 애플이 만든 수많은 유행들 중 가장 최악의 소비자 경험을 만드는 부분 같다. 나는 리어스의 링케 퓨전이나 슈피겐 SGP의 울트라 하이브리드 케이스가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게 가장 괜찮은 케이스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슈피겐 제품은 출시되지 않아서 뭐라 평가 할 말이 없고 링케 퓨전은 언제나 최고 수준의 제품이었기에 이번에도 고민없이 추천이다. 마지막 물량 떨이를 하면서 제누스의 하드타입 투명 케이스가 하나 딸려왔는데,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하드케이스들은 기계와 빠각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영 아니다. 차라리 싸구려도 좋으니 TPU 재질의 젤리케이스를 주었으면 좋겠다.




마치며

리뷰를 쭉 본 당신에게 묻고 싶다. 이 제품이 정말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느낌을 받았는가? 받았다면 정상이다. 실제로 뭐 하나 잘난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경쟁사 기종들을 간신히 쫓고는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명백하게 뒤쳐져 있고, 그나마 좀 봐줄만한 부분이라고는 디자인 하나 뿐인데 농사 지어도 될 베젤 두께를 생각하면 그마저도 찜찜한 구석이 있다. 

△ 예뻐.

그래도 가치 없는 기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하고 싶다. 일단 가격이 좋다. 한 세대 전이지만 플래그쉽 AP인 스냅드래곤 820이 들어간 기기를 이 가격에 쓸 수 있다. 얼굴값은 톡톡히 하는 기계이기도 하다. 모두가 예쁘다며 탄성을 내지르는 기계는 흔치 않다. 소니가 스마트폰을 만든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낯선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법도 하지만 기계 자체가 멋지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나도 안다. 억지스러운 합리화로 버무려진 글이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엑스페리아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 가능성 없는 제조사도 아니고 그저 시장의 반응을 온전히 쫓아갈 역량이 아직은 충분치 않을 뿐이다. 적어도 국내에선 소니가 도덕성 문제로 사고를 친 적이 없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돈이 만능인 자본주의의 시대라지만, 반대로 이런 시기이기에 남들 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흠결 하나쯤마저도 없는 회사이기에 더 빛이 난다. 그리고 이런 업체의 물건은 홍보를 해줘야 한다. 소니가 핸드폰을 만드는 사실 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썼다.


기계를 주문하고 나니 후속 모델인 XZ1이 출시된단다. 이번엔 소형화 모델인 XZ1 Compact와 저가형인 X1도 같이 나온다는데, 디자인을 우려먹는다고 욕을 엄청나게 먹고 있다. 나는 소니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는 일은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스마트폰을 살 때 한 번쯤은 생각해 주시라는 당부, 기왕이면 많이들 팔아주시라는 당부와 부탁을 전하며 글을 닫는다.

  1. 갤럭시 S5의 탈착식 배터리 커버는 대일밴드 디자인으로 온갖 조롱을 당하며 삼성 모바일 사업부에 위기를 가져왔다는 혹평까지 들어야 했지만 기능적으로는 흠잡을데가 없었다. 볼록한 모양의 배터리 커버는 수압이 기계 외부에서 전방위적으로 가해질 때 내부의 방수용 고무 패킹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며 수밀구조를 유지시켜줄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엑스페리아의 평면형 뒷판은 수압 벡터가 가해지면 가운데부터 움푹 들어가며 가장자리는 강제로 들어올려지고 결국 기계의 결합을 담당하는 양면테입이 스스로 뜯어지는 구조다. 두께 1mm도 안되는 양면테입으로 방수를 논하다니 황당해서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본문으로]
  2. Android Open Source Project, 문자 그대로 안드로이드의 기반이 되는 바닐라 상태의 OS를 의미한다. 여기에 하드웨어용 드라이버와 GAPPS(Google Apps)만 얹으면 그것이 바로 넥서스, 픽셀의 롬이 된다. [본문으로]
  3. 최근 블루라이트 차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근데 블루라이트의 위험성이나 유해성에 대한 내용이 빛의 휘도나 광도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파장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좀 의아하다. 파란색으로 보이는 물체와 물질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부 위험하다는 논리인데, 저 논리대로라면 바닷가 사는 사람들의 노년기 시력이 심하게 낮다는 통계라도 있어야 맞지 않나. [본문으로]
  4. 갤럭시 노트 5에 들어간 것과 동일한 삼성제 5.7인치 AMOLED 패널이 들어간다. [본문으로]
  5. LCD는 구조상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 '창문'을 써야 한다. 이 창문을 TFT(Thin Film Transistor)라고 하는데 흔히 말하는 TFT-LCD가 바로 이러한 원리로 작동된다. 문제는 이 창문의 창틀이 너무 두껍다는 것이다. 커다란 창문에선 창틀이 적당히 두꺼워도 별 관계가 없지만 작은 창문에선 창틀 두께마저도 빛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마찬가지로 TV에선 개구율 문제가 없지만, 스마트폰에선 개구율이 꽤 심각한 문제가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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