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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시대는 가고 본문
AMD가 EPYC이라는 브랜드의 CPU를 발표했다. 현재 Opteron 브랜드가 맡고 있던 서버/데이터센터 CPU의 새로운 브랜드이다. 당연하게도 ZEN 아키텍쳐 기반이며, 최근까지 Naples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던 물건이다. 경쟁사인 인텔의 XEON 시리즈에 대응하는 라인업이며, 1 CPU당 최대 32코어/64쓰레드에 2CPU까지의 확장을 지원한다. 뭐, 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내용이고 별다르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그것과는 별개로, EPYC 브랜드의 시작을 알리는 동영상이 꽤 멋져서 퍼왔다. AMD는 예전부터 이런 부분에서 디자인이 굉장히 좋았다. 인텔보다 훨씬.
ZEN기반의 CPU들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나는 Opteron이라는 브랜드가 유지 될 것인지가 굉장히 궁금했다. 그래야 할만한 이유와 그러지 않아야 할 이유가 모두 있었기 때문이다. Opteron은 AMD에게 승리의 영광을 가져다 준 각별한 브랜드였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 한없이 쪼그라든 AMD의 위상과 함께 저물어가는 브랜드이기도 했다.
△ 최초의 옵테론 프로세서인 SledgeHammer.
지금이야 코어 수만 많은 병신 CPU 취급을 받지만, 옵테론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x86 기반의 CPU 중 최초로 64비트를 지원하는 것 부터 시작해서 최대 8 소켓까지의 확장을 보장하는 어마어마한 확장성, 메모리 컨트롤러 내장을 통한 압도적 성능과 하이퍼 트랜스포트라는 선진적 구조를 통해 멀티 CPU간의 데이터 통신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점 등등 모든 면에서 인텔보다 못한 구석이 없었을 정도. 기술적 선진성의 측면에서도 옵테론은 시대를 앞서 나간 제품이었고 그걸 통해서 소비자가 얻는 이득 또한 컸기에 AMD는 옵테론을 통해 서버 시장에서 점유율 4할을 기록하기에 이른다. 그야말로 AMD에겐 영광의 순간이었다.
△ 제품이 망작인 와중에도 PPT 슬라이드는 예뻤다는게 웃기다.
그러나 불도저 출시 이후 AMD의 망조는 걷힐 기미가 없었고 마그니쿠르처럼 코어 갯수를 많이 늘린 옵테론 조차도 인텔의 제온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가격이 싸다보니 나름대로의 비중은 가지고 있었을지언정, 예전처럼 좋았던 시절은 온데간데 없었다는 것이 문제. 사실 불도저 이전에도 AMD의 K8 기반 아키텍쳐는 2008년도 즈음에 이미 한계에 달해서 경쟁사 제품과 겨뤄볼 상태가 아니긴 했다. 그리고 이 상태가 거의 10년 가까이 계속된다. 그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옵테론이라는 브랜드는 서서히 빛을 잃는다.
△ EPYC은 아마도 당분간은 가장 거대한 CPU가 될 것 같다. 성능 면에서나, 크기 면에서나.
EPYC 브랜드의 출범과 함께 AMD에게 영광의 시대를 열어주었던 K8 시절부터 이어져오던 모든 브랜드들이 퇴장했다. 애슬론 - 페넘 - FX를 거쳐 데스크탑 프로세서 브랜드는 라이젠으로 완전히 교체되었고,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에픽이 옵테론의 자리를 이어받는다. 그리고 기존에 없던 HEDT 시장엔 쓰레드리퍼가 새로 추가되었다. 1 AMD가 약진하는 모습을 보니 반갑지만 한 편으론 AMD의 전성기를 실시간으로 누리고 살았던 입장에서 AMD에게 영광을 안겨다 주었던 이름들이 모두 떠나는 모습에 기분이 묘하기도 하다. AMD 직원들 입장에서도 오랜 시간 공들여 가꿔온 브랜드가 시들어버려 이젠 바꿔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렸을 때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썼다. 2
△ 최초의 옵테론 로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멋지다.
EPYC이라는 이름엔 굉장히 많은 것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한다. RYZEN이 부활했다는 의미의 영단어 Risen의 발음을 따온 것 처럼, EPYC은 서사시를 뜻하는 EPIC의 발음을 따왔을 것이다. 그 와중에 라이젠처럼 i를 y로 바꾸어 변주한 부분도 의도된 것일테고, RYZEN과 EPYC을 한 자리에 두면 결국 부활의 서사시, 승천의 서사시가 되리라는 AMD의 명명 의도도 이해가 간다. EPYC이 이름처럼 한 시대를 관통하는 좋은 CPU가 되었으면 좋겠다. ZEN 아키텍쳐가 등장하며 더 싼 값에 더 좋은 성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이 길게 유지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