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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지원에 대한 생각 본문
1. 시장경제 원칙인 국가에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괼 수 없지만, 계획경제 체제를 쓴다면 할 수 있다. 우리가 북한에 인도적 차원에서 비료와 옥수수를 지원해주면, 북한 정부는 절약된 돈을 가지고 무기를 더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중앙 정부에서 모든 자원의 분배를 컨트롤 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면 그 돈은 그대로 무기 개발에 쓸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분을 두고 지원한 것들이 실제로는 북한의 무기 구입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게, 인도적 지원이라는 단어를 써붙여도 사람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2. 우리가 준 옥수수와 비료가 무기로 안바뀐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의 고민이 굉장히 단순해진다. 그 칼날이 우리를 겨누게 될 가능성이 있어도 북한을 도울 필요가 있느냐, 없느냐 라는 질문으로 바뀌게 되니까. 내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옳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 우리나라와 북한 뿐이라면 조금 고민해볼 여지가 있겠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중국 때문에라도 북한을 계속 도와야 하는 웃기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다.
3. 대북지원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다른 말로 바꿔보면, '휴전선 이북에 중공군이 주둔하는 것을 참아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된다. 중국은 북한을 착실하게 조련해왔다. 온 국민이 굶어 죽어 국가체제가 붕괴하지 않을 만큼만 지원해주며 북한의 경제체제가 자국에 완전히 종속되도록 시간을 두고 길들이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저런 사건이 생겨 북한 정권이 주저 앉았을 때, 눈뜨고 북한의 영토를 통째로 중국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결국 북한과의 교류는 필수가 된다. 대북지원을 하지 않은 상태로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국제사회에서 우리는 국경을 맞대고 한민족을 외치면서도 북한에게 쌀 한되 퍼주지 않은 파렴치한이 되어버리고 만다. 저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부족하게나마 돈을 써가며 북한과의 채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도 다 같은 맥락으로 유지되던 것이다. '남북 경제협력'이란 단어는 위정자들이 우매한 국민들에게 보여준 장밋빛 환상이 아니라 중국의 자본이 북한을 잠식하게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였다.
4. 북한은 참 갈치의 가시 같다는 생각을 한다. 북한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같이 거대한 힘을 가진 적성국가와 국경을 맞댈 필요가 없어졌고, 북한이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징병제 같은 인권유린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뤄진다. 북한이 있기에 대선 시즌마다 역대 정권의 대북 송금액 규모를 놓고 대통령 후보들끼리 드잡이질을 해야하는 상황도 생긴다. 단언컨대, 어떤 대통령이 북한에 얼마만큼 퍼줬느냐는 이제와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북한의 핵보다도 더 두려워해야 할 것은 중국의 영토욕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