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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V
2015년 4월, 이 달의 추천 견적 본문
더 이상 예전처럼 2~3년 마다 새 컴퓨터를 사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 요즘의 PC 부품들은 아무리 싸구려를 사도 어지간하면 충분히 빠르다. 거기에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많아지면서 PC가 없으면 안되는 상황도 드물어졌다. 그냥저냥 적당히 싸면서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을 시원시원하게 띄워주고 가끔 롤이나 한 두판 돌릴 정도면 만족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더 이상 가정용 PC는 만능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만능일 필요가 없으니 돈을 들여 새로운 컴퓨터를 들여놓는 사람의 숫자도 예전처럼 많지 않다. 몇몇 예외를 빼고 조립 PC는 이미 한물 간 아이템이 맞다.
그렇다고 해도 조립 PC 견적이 필요한 사람들은 꾸준히 있는 걸 알기에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정리해서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에서 '데스크탑' PC를 꼭 써야만 하는 상황이 몇이나 되겠나 싶다가도 아직 게임은 노트북으로 돌리기 영 불편한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전체적으로 균형을 잘 맞춰서 뼈대를 짜고 거기에 게임 성능을 조금 더 생각해보는 정도로 견적을 짜는게 가장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
예전 블로그에 매달 적어서 올리던 모양과 비슷하게 갈 예정이니 주변에서 자꾸 견적 요청을 해와서 곤란한 사람들이라면 이미지 우클릭 해서 저장하신 다음에 카톡으로 던지면 만사형통.....이려나?
30만원대
기본적인 문서 작업과 인터넷 서핑들을 시원시원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싼 견적. 예전의 셀러론은 정말 느린 걸 싼 맛에 참아가며 쓰는 물건이었지만 요즘의 셀러론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 안심해도 좋다. 웹서핑 하고 숙제나 하는데 램은 4GB면 충분하니 램도 넉넉할테고 SSD 달려있어서 빠르게 켜지고 네이버도 시원시원하게 잘 뜰 것이다. 메인보드는 무난하고 탈없는 MSI 제품이고 SSD도 요즘 말이 많은 삼성과 비싸서 못쓰는 인텔을 제외하면 가장 무난한 선택인 마이크론. HDD는 어차피 500GB면 충분할게 뻔하니 전기 안먹고 안시끄럽고 자리차지 안하는 노트북 HDD로. 웃기게도 이젠 500GB 하드는 노트북용이 데탑용보다 5000원 넘게 싸다. 파워는 믿고 쓰는 마이크로닉스. 어차피 이 견적대로 조립해봤자 150W 넘게 쓰기도 힘들 것이고, 나중에 하드 한두개 추가하거나 CPU를 쿼드코어로 바꾸거나 그래픽카드를 적당한걸로 추가하더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버텨줄 것이니 참고들 하실 것. 케이스도 PCI-E 보조전원을 쓰지 않을 정도의 그래픽카드라면(=소모전력이 70W를 넘지 않는다면. GTX 650같은 물건이 그렇다) 여유있게 집어넣고 식혀줄 수 있는 물건이다.
요약하자면, 일단 최대한 싸게 싸게 조립을 했지만 부품의 뼈대 자체는 싸구려가 아니기 때문에 차후에 필요한 부분만 업그레이드 하려고 하더라도 그게 불가능할 일은 잘 없으리란 이야기. 다만, 그래픽카드를 달아주지 않았으니 게임은 마비노기나 그랜드체이스나 던파 정도의 2D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정도.
45만원대
앞의 견적에서 그래픽카드를 추가하고 CPU를 살짝 올린 견적. 이 정도만 되어도 그래픽 옵션을 적당히 조절해서 어지간한 게임들을 그럭저럭 돌려낼 수 있다. CPU는 인텔의 펜티엄 브랜드 20주년 에디션인 G3258. 펜티엄 듀얼코어는 인텔 CPU들 중에서도 제일 싼 물건이지만 그래도 캐쉬 차이가 있어서 셀러론보다는 성능이 잘 나오는데다가 전기도 참 아껴먹는 물건이다. 그래픽카드는 나온지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괜찮은 성능인 지포스 GTX750. 여러 제조사/유통사의 제품이 있지만 어차피 시장에서 인기있는 브랜드는 매번 바뀌기 마련이고 그런 와중에도 안망하고 오랫동안 잘 버텨온 이엠텍 제품으로 정했다.
60만원대
45만원대의 견적을 기준으로 조금씩 더 근육을 붙인 물건. 램이 8GB로 늘어났고 CPU도 i3다. 게이밍 성능만 놓고 보면 비슷한 값의 AMD FX6000 시리즈도 생각해볼만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용' PC이기 때문에 전기를 훨씬 덜 먹는 인텔 CPU가 아무래도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옆으로 좀 새보자면, 네 명 사는 집이면 한달 전기요금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3만원 이상은 나올텐데, 거기다가 전기를 많이먹는 부품들로 PC를 구매하는건 별로 잘한 일이 아니다. 60만원짜리 컴퓨터 사면서 게임 몇프레임에 목숨거는 것은 잘못된 일이고,(아반떼 사면서 제로백 타령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어차피 고만고만한 물건들인게 정상이니 시끄럽지 않고 전기를 덜 먹는게 우선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전기를 많이 먹으면 메인보드와 파워서플라이에도 부담이 간다. 본인이 직접 유지보수할 여력이 없는 사람에게 컴퓨터를 조립해준다면 AMD는 정말 피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다른건 다 참겠는데 그놈의 소모전력이 비슷한 성능의 인텔 CPU와 두세배 차이가 나니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플레이인지 원.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헤맸는데, 아무튼 특별한 건 없고 i3는 전기도 덜 먹고 성능도 잘 나오는 i3란 이야기다. 가격이 좀 엿같긴 하지만. 케이스는 잘만 A1이다. 잘만이 망해 없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잘만 추천하기가 조금 껄끄러운건 맞긴 한데 애초에 케이스란 물건 자체가 AS 받을 일이 정말 드물기도 하고 한 번 조립해놓으면 여간해서 고장나지 않으니 모양 예쁘고 쿨링 잘되고 내부 깔끔하면 그걸로 끝이란 생각이 들었다. 파워는 마이크로닉스의 주력모델인 클래식 시리즈. 비슷한 값의 다른 회사 물건보다 여러모로 많은 고민과 노하우가 들어가있다. 일일이 설명하려니 여백이 모자라 여기에는 적지 않는다.
80만원대
자, 여기서부터는 차로 치면 소나타다. i5 쿼드코어에, 그래픽카드도 꽤나 좋은게 달려있다. 그런데 그것 외엔 딱히 설명할게 없다. 와우 떼쟁도 그럭저럭 할만할테고 그래픽카드가 동영상 가속을 제대로 지원하는 최신 기종이기 때문에 소녀시대 좌절영상 같은 것도 잘 돌아간다. 하드디스크는 1TB로 늘렸다. 1TB까지는 노트북용 HDD와 데스크탑용 HDD의 가격이 같기 때문에 속도는 느리더라도 전기 덜먹고 자리 덜 차지하고 시끄럽지 않은게 우선. 어차피 SSD가 있으면 HDD 속도가 느리더라도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1TB 이하의 HDD는 무조건 노트북용 HDD를 쓰는게 옳다.
100만원대
이 정도 되면 돌리지 못하는 게임은 없다고 봐도 괜찮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USB 3.0을 조금 더 편하게 케이스 앞쪽의 USB 포트에서도 쓸 수 있다. 메인보드는 기가바이트 제품. 원래 아수스 메인보드를 제일 좋아하지만, 요즘 아수스 제품들은 싸게 만드느라 부품 배치가 너무 불편하다. 조립해보면 선정리가 도무지 답이 안나올 지경이라 포기했다. 기가바이트 메인보드가 켜지는 속도가 조금 느려서 그건 좀 아쉽긴 한데 그렇다 해도 내부 부품 질이나 포트의 배치가 워낙 좋은데다가 한 번 사놓고 완전히 고장날 때까지 쓰다가 시간이 지나서 새로 맞추는 사람들에겐 대부분 가장 무난하게 오래 쓰는 브랜드인것도 생각해서 넣었다.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중 서열 3위인 GTX970이다. 이 정도 돈을 들여서 컴퓨터를 조립하고도 느려서 게임 못해먹겠으면 그 때부터는 정말 심각하게 컴퓨터에 300만원은 쓸 생각을 해야한다.
170만원대
마지막 견적이다. 100만원대 견적보다 2배 가까이 비싸지지만 게임 성능은 잘해야 1.3배 정도 나올 것이다. 이것보다 비싸지면 가격대비 성능 같은 단어는 전혀 딴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이 정도가 보통 사람들이 유지보수에 대한 지식 없이 그냥 사놓고 신경 끄고 막굴려도 되는 한계 성능이라고 봐도 좋다. 엔진오일 교체 주기도 모르는 사람이 페라리를 탈 수는 없듯이, 혼자서 조립을 못하면서 이것 이상의 성능을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
CPU는 i7 라인업 중 가장 빠른 쿼드코어인 데빌스캐년이다. 이 물건이 되게 기념비적인 물건인데, 인텔이 공식적으로 반쯤은 포기했던 4Ghz의 벽을 넘은 최초의 개인용 CPU이기 때문이다. 작동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소모전력이 크게 늘어나다 보니 인텔은 이미 10년 전에 4Ghz 넘는 개인용 CPU를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4.4Ghz짜리 Xeon X5698이란 물건이 있었는데 인텔 CPU 아카이브에도 안잡히고 선적이 되었다는 기사 하나밖에 없다. 인텔 아카이브에 잡히지 않는데 선적은 되었다는걸 보면 OEM용으로 아주 적은 양만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간에 4Ghz의 벽이라는 단어 마저 생길 정도로 인텔은 4Ghz라는 주파수를 꺼려했는데, 데빌스캐년에 와서야 4Ghz짜리 CPU가 나왔다. 당연히 무시무시하게 빠르다. 기본클럭 4Ghz, 터보부스트 클럭 4.4Ghz씩이나 되는 물건이니까.
램은 16GB로 늘었고 그래픽카드도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중 서열 2위인 GTX 980이다. GTX TitanX도 있지만 가격이 너무 말이 안되는 느낌이라 고민끝에 뺐다. SSD는 삼성의 S-ATA SSD중 맏형인 850 프로. 최근 펌웨어에서 SSD가 먹통이 되는 일이 보고된다는데, 최신펌으로 안올리면 그만이고 당분간 저것보다 빠른 SSD는 적어도 S-ATA3 인터페이스에서는 없다. 파워는 슈퍼플라워의 500W 골드 모델. 400W 모델로 GTX Titan도 여유롭게 돌리는 물건이니 500W짜리 물건의 성능이 모자랄리가 없다.
특수목적용 견적도 간만에 짜볼까 하다가, 별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고 글쓰기도 귀찮아서 그만 두기로 했다. 머릿속에 견적 종류는 정말 많은데, 가장 무난하게 쓸만한 것들만 추려내서 고민 고민 끝에 글을 쓰기로 마음 먹기까지 반년이 걸릴 줄이야. 쓰고 나니 개뿔도 없는데 그간 귀찮기는 어지간히도 귀찮았나보다. 근 2년만에 쓰는 이 달의 추천 견적은 이걸로 끝.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면 또 새로 짜서 올릴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