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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생산성의 사이 그 어딘가 - 로지텍 G502

SWEV 2016. 3. 29. 01:18

로지텍은 몇 년 전부터 G시리즈라는 플래그쉽 라인업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G가 무엇일지 한참 생각해 보았는데, Gaogaigar나 Gundam, 혹은 G-Cup이면 참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게임과 관련된 기능들을 많이 내세우는걸 보니 G는 Gaming의 약자일 것이다.



어쩌다보니 로지텍의 G시리즈 마우스들만 10년 가까이 줄창(그 이전에도 G시리즈의 전신인 MX 마우스를 썼다) 쓰고있는데 잘 쓰던 G500s가 망가지면서 신형인 G502로 교체받아왔다. 처음에 G500s를 고를때 이미 신형인 G502가 출시되어있는 상태였지만 복잡하고 뾰족하게 생긴게 손에 맞지 않을까 불안해서 오랫동안 손에 익숙해진 모양의 G500s를 골랐더니만 이젠 단종되어 G500s는 구할 수 없고 G502로의 교체만 가능하단다. 결론적으로 돈 안들이고 신형 제품을 손에 넣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게임하라고 만든 마우스이지만 나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사실 스타크래프트 2 정도는 가끔 했는데 빌어먹을 블리자드의 병신같은 게임버그와 블리자드 코리아의 전화 콜센터 하나 없는 악랄한[각주:1] 운영에 완전히 질려버려서 이젠 컴퓨터에 깔린 게임이 하나도 없다. 게임도 하지 않는데 게이밍 마우스를, 그것도 꽤나 비싼 모델로(G502는 7만원이 넘는 비싼 마우스이다) 써야 할 이유가 생각보다 많다. 일단 맷집이 좋다. 좀 더 좋은 스위치가 들어가니 오래 쓸 수 있다. 나처럼 환경이 바뀌면 스트레스 심하게 받는 사람들한테는 오랫동안 고장나지 않는다는게 너무 와닿는다. 그리고 기능키가 많다. 뒤로 앞으로 버튼 없는 웹서핑은 끔찍하다. 확대 축소 버튼이 없는 웹서핑도 마찬가지로 끔찍하다. 결국 내가 쓸 수 있는 최소한의 버튼수는 7개인데 (클릭, 우클릭, 휠클릭, 확대, 축소, 뒤로, 앞으로) 게임용 마우스가 아닌 이상 이 정도 버튼이 붙은 경우는 잘 없다. 그리고 비싼 마우스 특유의 단단한 감각도 분명히 큰 장점이다. 하루종일 붙잡고 사는 마우스 껍데기가 빠각거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어떻게 사나.


생산성을 제목에 넣었으니 생산성 이야기를 좀 해보자. 마우스가 중요한 직종은 CAD나 디자인, 그리고 사진 편집 정도의 직군일텐데 이 경우에도 기능키가 많은 마우스는 제대로 돈값을 한다. 포토샵에서 확대 축소를 하기 위해 휠을 굴리면 33% / 50% / 66% /100%로 딱딱 떨어지지 않고 리니어하게 수치가 증가한다. 이러다보니 확대해서 작업을 하다가 다시 원본인 100%로 보기 위해서는 단축키[각주:2]를 누르거나 돋보기 툴을 더블클릭 해야만 한다. 비효율적이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다가 짜증스러운 과정이다. 한번 두번 더 클릭 하는게 짜증날 정도면 포토샵으로 밥벌어먹고 살지 말아야 한다지만 사람은 한번 두번 왔다갔다 하기 귀찮아서 리모콘을 발명한 존재다. 그리고 이렇게 검지손가락이 직접 닿는 위치에 확대 축소 버튼이 바로 붙어있으면 휠을 굴리면서 발생하는 손가락의 피로도 또한 엄청나게 줄어든다. 사진 누끼를 따면서 확대 축소가 너무 귀찮아 비행 시뮬레이션용 페달을 사볼까 싶던 상황이라 너무나도 적당한 위치에 기능키가 붙어있는 G시리즈가 정말 눈물겹게 감동이었다.


△ 왼쪽 클릭 단추 옆의 DPI 증가/감소 버튼을 확대 축소로 바꾸기 위해서는 약간의 설정이 필요하다.

CAD에서는 기능키의 숫자가 많은게 엄청나게 와닿는다. AutoCAD 기준으로 확대축소는 휠로만 고정되어 있고 CAD는 특성상 벡터그래픽이기 때문에 100% 사이즈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당연히 확대 축소 버튼은  쓸모가 없다. 그래도 괜찮다. G502의 버튼은 원하는대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데다 어플리케이션 별로 프로필을 바꿔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자주 쓰는 반복 작업 단축키들을 미리 매크로키로 등록해놓은 프로필을 하나 만든 뒤, CAD가 켜지는 3~4초의 시간 사이에 프로필을 바꾸고 나면 시원시원하게 작업이 된다. 클릭/우클릭/휠클릭 버튼을 제외하고 기능키 버튼만 8가지나 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반복 작업들은 정말 상쾌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다 쓸 무렵에 생각해보니 이 글은 쓸 필요가 없는 글이었다. 내가 콘돔을 사다가 섹스할 때 쓰든, 그걸로 물풍선을 만들어 놀든, 정글에서 수통으로 쓰든, K6 기관총 총구 마개[각주:3]로 쓰든 남한테 피해주는 일만 아니면 아무 관계 없는 일이니까. 근데 결국엔 썼다. 항상 이런식이다. 다 써놓고 나니 쓸모 없는 글임을 깨닫는다.


쓸모 없는 글이지만 결론은 내려 한다. 게이밍 하드웨어라 해서 게임 용도로만 써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잘 만들어진 하드웨어는 어디에 갖다놓아도 제 몫을 하는게 정상이고 그런 부분에서 로지텍 G502는 정말 괜찮은 물건이 된다. 게이밍 하드웨어 시장이 커지면서 여러가지 키보드 마우스들이 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지만, 이 부분에서 원탑은 누가 뭐래도 로지텍이다. AS가 나쁘다고 욕을 먹던 시절도 있었는데 정작 직접 겪어보니 전혀 아니었고, 로지텍처럼 본질을 가지고 고민해서 원천기술까지 개발해가면서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아직 없다. 얼마전엔 106g짜리 프로페셔널 게이밍 무선(!!!) 마우스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니까 다들 로지텍을 삽시다. G시리즈 붙은것도 마구 사줍시다. 좋아요 최고에요.

  1. 질의응답을 위한 게시판 하나만 덜렁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운영자들은 화가 나서 따지는 고객의 목소리는 깔끔하게 무시해 버린다. 정말 개새끼들이다. 공허의 유산에서 태양석 300개가 갑자기 날아가고 해결책은 날아가기 전 세이브 파일을 불러오는 것이란다. 이걸 대답이라고 하고 있는거냐. 화가나서 글로 따지니 내 글만 쏙 빼놓고 댓글이 달렸다. 이새끼들 수준이 딱 이렇다. [본문으로]
  2. CTRL + ALT + 0인데 고작 이미지 100%로 보려고 양손을 다 써야 한다. [본문으로]
  3. K6 기관총은 총열이 꽤 두꺼워서 콘돔 씌우기 딱 좋게 생겼다. 물론 해보진 않았다. 러브젤이 손에 묻는건 영 질색이니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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