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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삼권분립과 이정현

SWEV 2016. 4. 18. 03:30

혼자만의 힘으로는 살아가기 버겁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모여 규칙을 만들고 스스로의 자유를 묶어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규칙에 강제성을 띄게 한 뒤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벌을 주었다. 이게 법이다. 법을 한 사람이 만들고 한 사람이 집행하며 그 와중에 나라까지 다스리니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엉망진창인 군주들이 뜨고 지기를 반복하며 초월적인 1인에 의한 지배 체제는 사라지고 현대 국가의 틀이 갖춰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법을 만드는 일, 법으로 잘잘못을 가리는 일, 법에 근거해 나라를 다스리는 일, 이 세 가지를 각자 다른 집단에서 하기 시작한다. 이게 삼권분립이다.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따른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따로 둔다. 국가라는 집단 안에서 법이 가지는 힘은 무지막지하기에 법과 관련된 기관들은 역할에 따라 나뉘어 서로를 견제하고 감시하는게 옳다. 그래야 하나의 권력 기관이 폭주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권분립의 구조 아래서 입법부인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일'을 한다. 한마디로 '옳은 법을 만드는 일'만 제대로 해낸다면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제 몫을 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선거 제도가 묘하다 보니 엉뚱한 사람이 보인다.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다른 곳에서 잘못을 하고 다녀도 묻혀버리는 것이다.


△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

새누리라면 치를 떠는 전라도 지방에서 새누리 당적으로 당선된 이정현 의원이 그렇다. 요란한 유세차 대신 자전거를 끌고 다니며 지역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덕분에 당선되었지만, 이 사람의 국가관이나 정치적 세계관은 왕권국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헛소리를 잘도 해대고, 대통령 기자회견 장에서 대통령이 곤란해할까봐 질문을 하지 말라는 제스쳐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위의 사진 오른쪽이 질문하지 말라며 기자를 압박하는 이정현 의원의 모습이다. 이 사람은 민주주의를 해치는 사람이다. 민주주의를 해치는 사람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법을 만들고 있다. 이게 아이러니다.


이 사람을 보면 삼권분립이 뭔지 자꾸 헷갈린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행정부 산하 공무원들이 잘 처리하면 될 일이다. 시장이 처리하든, 동사무소 직원들이 처리하든 전혀 중요치 않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니 국회의원이 나선다. 예산을 얼만큼 끌어와서 어디에 먼저 쓸지는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정하면 그만이다. 국회의원의 권위나 권력이 끼어들어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는거다. 국회의원을 법을 만드는 사람이지, 의대 유치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이정현 의원 한 명 개인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선거철이 되면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표심을 사기 위해 이런저런 공약을 남발한다. 빌어먹을 노릇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공약대로라면 지역 이기주의고 나발이고 애저녁에 사라졌다. 다들 잘먹고 잘사는데 뭐하러 다른 지방 의원들하고 드잡이질 해가면서 예산을 끌어오고 시설을 유치하나. 한다고 해서 다 될 것 같았으면 나는 지금 에네르기파를 쏘면서 마인부우를 때려죽이고 있을거다. 현실성 없는 선심성 공약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게 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투표할 때 공약을 보는 방법이다. 그리고 제발 입법에 대한 공약을 제외하면 예산과 지역발전 문제를 공약집에 써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 문재인을 좋아하지만, 이건 좀 싫다.

그 문재인 마저도 이런 소릴 하고 다닌다. 이건 틀렸다. 선심성 공약으로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은 국민을 얕잡아보는 행위다. 매관매석하고 뭐가 다른가.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국회의 일은 법을 잘 만드는 일이다. 그것에만 집중해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소선거구제가 개편되어야 할 것 같은데, 이게 참 내용이 길다보니 한 호흡에 글을 쓰기가 어렵다. 시간이 되면 차근차근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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