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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팔리니까

SWEV 2016.04.29 01:05

보통은, 문화권을 가리지 않고 자기 자식 내버린 인간은 사람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대기업 회장이 결혼 전에 아이를 낳아 놓고 자신은 무정자증이라고 주장하며 딸 양육비를 한달에 60만원씩만 주다가 나중에서야 딸을 거둬들였다면 그 사람이 엄청나게 유능해도 대중들에겐 조롱과 비웃음을 살 것이다. 그런데 똑같은 짓을 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찬양하는 사람이 많다. 만화에서 튀어나오지 않은 이상 한 인간에게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것은 특이할 일이 아니지만, 보통 저 정도로 되바라진 인간은 우주의 구원자라도 되지 않는 이상은 욕을 먹기 마련인데 유독 잡스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관대하다.


△ 실제로는 hungry, foolish 보다는 DIABOLIC한 인물이었다.

잡스가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해서 말짱한 애플의 제품까지 욕먹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잡스에게 관대하듯 애플에 대해서도 이상하게 관대한 경우가 많아 나는 가끔 사람 마음 참 알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제품을 사다가 쓰는 입장에서 문제가 많은 부분인데 굳이 애플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변해주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회사를 좋아하는 일은 잘못이 아니지만, 눈과 귀를 막고 무조건적으로 칭찬하는 일은 잘못이다. 애플이 돈을 잘 벌어도 당신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진 않는다. 그러니까 욕 할 건 좀 하고 살자.


△ 정말 예쁘다. 나도 갖고싶다. 그런데 내 돈 주고 살만한 물건은 아닌 것 같다.

애플이 작년에 발표한 12인치 맥북은 노트북 전체를 통틀어서 딱 한 개의 USB Type-C 포트만을 가지고 있다. 작은 노트북에서 대단한 확장성을 기대하는 것은 좀 잘못이지만, 문제는 저 1개의 포트로 충전까지 해야 한다는 거다. 충전중엔 USB메모리나 외장하드나 마우스를 연결할 수 없다. 마우스는 블루투스 마우스를 쓰면 되지 않냐고 되물을 수도 있는데, 블루투스는 2.4Ghz 주파수를 쓰고 와이파이도 2.4Ghz를 쓰고 심지어 USB 3.0 포트에서도 2.4Ghz 대역폭의 주파수를 만들기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장 와이파이 간섭때문에 신호는 잡히면서 실제로 데이터 통신은 이뤄지지 않는 일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봄직 하고 USB 3.0 외장하드를 연결했더니 2.4Ghz 대역을 쓰는 장치들이 이상해지는 사례도 나온다.[각주:1]


이런 거지같은 문제를 떠안고 있어도 합리화 하고 변명해준다. 울트라 포터블 노트북에 대단한 확장성을 바라는게 무리라는 이야기를 하고 제품 용도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포트 1개를 비난하는 사용자를 몰아붙이기도 한다.[각주:2] USB 포트 하나 더 넣는다고 단가가 몇십달러 치솟는 것도 아니고, 무게가 100g씩 늘어나지도 않는다.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제한 해놓은거다. USB Type-C 포트를 쓰는 악세사리를 소비자가 살 수 밖에 없도록 강요하고, 관련된 제품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도록 유도한 거다. 그래도 팔리니까. 팔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결정을 해도 소비자가 알아서 변호까지 대신해주니까.


△ 맥 프로의 내부 구조. 굉장히 독특하다.

맥 프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크기가 휴지통보다 작다보니 필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들고다닐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이 되었다는 장점이 분명하게 있다. 그런데 그것 빼고는 문제가 정말 많다. 온도는 높게 치솟고, 본래의 용도에 가까운 동영상 편집을 위해서는 하드디스크를 많이 달아줘야 하는데 본체에 단 한 개도 달 수 없어서 무조건 외장 하드디스크를 써야한다. 외장까지야 이해해 주겠는데, 변환 칩셋을 써야 하다보니 성능이 느려진다. 시중에 SAS SFF8088 같은 HDD 전용 외장 인터페이스[각주:3]가 분명히 있는데도 굳이 무리해서 썬더볼트를 끼워넣은 결과다. 애초에 HDD 전용 인터페이스로 설계한 규격이 아니기에 데이터 변환을 위한 브릿지 칩셋을 써야 하고, 당연히 성능은 떨어지면서도 가격은 치솟았다. 그냥 구형 맥 프로처럼 본체에 하드베이 4개 달아주면 만사형통이고, 조금만 더 신경써서 설계했다면 지금보다 부피는 두 배 가량 늘었겠지만 예전과 동등한 확장성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안했다. 의도적으로 소비자를 길들였다.


그 와중에 값비싼 썬더볼트 인터페이스의 HDD를 기껏 돈들여서 갖춰 놓은 사람들에겐 규격 변경이라는 지뢰가 기다리고 있었다. 썬더볼트 인터페이스 규격이 3세대로 바뀌면서 커넥터 모양도 USB 3.0 Type-C 커넥터로 바뀌었는데, 다음 세대의 맥 프로에서는 십중팔구 바뀐 커넥터가 적용되어 나올테고, 그럼 변환젠더를 몇 만원씩 주고 구매하거나 스토리지를 포기해야 한다. 젠더가 최소 3~4만원이다. 그리고 썬더볼트 외장 스토리지는 심하면 몇 백만원이다. 이게 말이 되냐.


물론 장점이 없진 않았다. 썬더볼트 인터페이스 자체가 HDD의 규격 변화에 연관을 받지 않다보니 플래쉬 메모리 기반의 초고속 외장 저장장치를 쓸 수도 있게 된다. 2016년 4월 기준으로 최신의 SAS는 12Gbps의 대역폭 밖에 안나오지만 최신의 썬더볼트 인터페이스는 40Gbps에 달한다. 플래쉬 메모리를 쓰는 스토리지라면 1초만에 DVD 한 장을 옮길 수 있는 속도인데, 이건 현존하는 모든 스토리지 인터페이스 중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저런 속도를 다 쓰는 스토리지는 시장에 나와있지도 않고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나온다 하더라도 가격이 비싸서 쓰는 사람은 정말 정말 없다는거다. 저런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서 검증되고 성능 잘 나오는 인터페이스를 버리고 썬더볼트를 강제할 이유는 없다.


쿨링 성능이 개판이어도 사람들은 칭찬해주기 바쁘다. 온도가 90도를 넘나드는데도 내가 쓸 땐 괜찮으니 문제가 없단다. 써보기는 했냐는 비아냥까지 돌아오기 일쑤다. 써보고 안써보고를 떠나서 컴퓨터 안에 온도가 90도 넘는 물건이 있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고 결함이다. 인과관계를 뒤집는 글도 보았다.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한 제품이 출시됐는데, 그게 기획과 계산의 결과물이라고 믿으며 애플을 칭찬하는 것이다. 애플은 발열 설계를 잘못해서 제품을 말아먹는 일을 유독 많이 저질렀는데, 적어도 쿨링이라는 면에서 애플은 정말 믿음이 안가는 회사인데도[각주:4] 대단한 뜻이 있을거라 믿는다. 다른 회사들이 실력이 모자라서 맥프로 같은 제품을 안만드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맥 프로에 쓰인 기술 자체는 새롭거나 특별할 것이 없으며 '저장장치 확장이 불편하며 온도가 90도까지 치솟는 워크스테이션'이라는 황당한 물건이 나온 배경은 일단 제품을 내놓고 나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자신들을 변호해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무슨 걱정이 있겠나. 필요하다면 논리를 뒤틀어서까지 자신들을 옹호해주는 우군이 있는데.



△ HP의 Z800 워크스테이션 분해 동영상. 초등학생이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쓰다보니 욕할 꺼리가 또 생각났는데, 내부가 쓸데없이 비좁고 극단적으로 단순화를 하다 보니 신형 맥 프로는 유지보수가 피곤하다. 그리고 소비자의 자가수리는 메모리와 SSD 교체 까지만 허락한다. 위의 동영상을 보라. HP의 워크스테이션은 초등학생이 별다른 공구없이도 분해 조립이 가능하다. 그래픽 작업용 워크스테이션에서 보통 고장이 잦은 부분은 스토리지와 VGA 정도인데 동영상에 나온 HP의 Z800은 숙달된 사람이면 1분 안에 아무 공구 없이 작업을 마칠 수 있다. 맥프로의 VGA가 죽으면 값비싼 AS 센터에 맡기는 수 밖에 없고 스토리지는 애초에 SSD말고는 달려있지도 않으니 논외다. 페라리와 덤프트럭이 같냐고 물을 수도 있다. 같지 않다 당연히. 그러나 덤프트럭을 페라리처럼 모노코크에 미드십 엔진을 얹어서 만들면 안된다는 것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연구되어 결론이 난 '법칙'이다. 좀 더 이과스럽게 표현하자면, 'Theorem'이 아니라 'Law'라는거다.


△ 아이폰 SE의 지문인식.

아이폰의 홈버튼 지문인식은 굉장히 좋은 기능이었다. 편하고 빠른데다 보안성도 높다. 그런데 홈버튼이 고장나서 서비스 센터를 가면 리퍼를 받아야 한다며 40만원을 요구한다. 가격에 놀라 사설수리에 가니 5만원에 고쳐주는 대신 지문인식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 뭐 거기까지야 이해할 수 있다. 사설수리는 이용 약관을 어기는 일이고, 사설수리용 부품이 애플에서 판매하는 정품과 같지 않은 것은 잘못이 아니다. 수준 이하의 짝퉁 부품들이 발생시킬 문제에 대해서까지 애플이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


그런데 애플은 지문인식이 안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핸드폰을 못쓰게 만드는 바보짓을 저지른다. 지문인식이 작동하지 않으면 핸드폰의 잠금이 아예 풀리지 않는 업데이트를 내놓았고, 별 생각없이 업데이트를 했던 소비자들은 핸드폰을 쓸 수 없게 됐다. 업데이트를 안하면 그만 아니냐고? 알림 영역에 업데이트 하라고 시도 때도 없이 묻고 귀찮게 구는데다 실수로 업데이트를 마치면 탈옥 외엔 되돌릴 방법도 없다. 이게 정상인가. 웃긴건 저런데도 보안을 위해 옳은 처사였다며 애플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나왔다는거다. 보안이랑 아무 관계 없다. 그냥 돈 벌려고 했던 일이다. 결국 아이폰 안의 데이터를 못쓰게 된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을 준비하자 애플은 슬그머니 패치를 내놓는다. 공장 테스트용 코드가 묻어 들어갔다며 실수한 것 뿐이란다.[각주:5] 만약 정말 소송으로 번졌으면 패소할 게 뻔하기에 발빠르게 대응한거다. 저 조치가 보안에 필수적이었다면 애플은 보안을 신경쓰지 않는 회사가 되고, 보안이랑 관계 없는 조치라면 그냥 돈에 미쳐서 소비자 재산권을 침해한 미친짓일 뿐이다. 그래도 실드 쳐준다.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는 후배가 보안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소리를 하는걸 보았다. 답답하고 말문이 막혔지만 재산권이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해 주려다가 소 귀에 경읽기 같아서 결국 포기했다. 결론을 정해놓고 생각하는 사람을 설득해서 무엇하나. 시간낭비다.


한국 한정으로 서비스 센터가 엉망진창인 것은 뉴스에 날 만큼 유명한 일이고 그 와중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도 쿨하게 무시하는 어이없는 행동도 다들 보아서 알 것이다. 수리 맡긴 핸드폰을 돌려줄 수 없다고 우기던 오원국씨의 사례는 결국 법정까지 가서야 끝이 났고 패소한 뒤에는 아예 민법을 무시하며 약관을 개정시켰다. 차기 아이폰에서는 이어폰 단자가 사라지고 라이트닝 커넥터를 통해서 이어폰을 연결하거나 무선 이어폰이 딸려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전자라면 충전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없고 후자라면 이어폰 충전도 신경써야 하는 엿같은 사례가 될 것이다. 그래도 저걸 기대한다는 사람이 나왔다. 뭐가 기대된다는건가. 애플이 하면 무조건 옳냐.


이래도 팔아준다. 팔아만 주면 다행인데 합리화 해주고 변호해주고 영업까지 해준다. 나는 진심으로 묻고 싶다. 그렇게 해서 당신이 얻는 이득이 있긴 하냐고. 상식적이고 건전한 소비생활과 비판은 정녕 당신들에게 불가능하냐고. 잘 하면 사심없이 칭찬해주고, 못 하면 호되게 욕해주면 그만이다. 애플의 승리는 당신들의 승리가 아니다. 쓸데없이 기업에 감정이입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잘못을 잘했다고 우기지 않아도 애플 제품들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물건이 많다. 사람들이 그럴수록 나는 애플 제품을 쓰고 싶지 않아진다. 나만 싫은게 아니라 '일부' 애플 광신도들이 애플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 까지 짜증나게 만든다. 좋은 이야기도 한두번인데 아이폰 사라는 권유를 자주 들으니 짜증스럽다. 이 글을 '문제를 일으키는 극히 일부의 애플 열성신도'들에게 바친다.

  1. 오죽했으면 USB 3.0 포트의 전파 간섭에 관련해서 인텔이 Whitepaper를 다 내놓았겠나 싶다. [본문으로]
  2. 특별한 이해나 고민 없이 쓸 수 있는 것이 OSX와 iOS의 장점이라고 말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이해를 강요한다. 이 무슨 이중잣대냐. 누가 봐도 합리적으로 나오는게 정상이다. [본문으로]
  3. 정확히 말하자면 SAS는 S-ATA 같은 HDD 연결용 '프로토콜'이고 SFF8088은 그 SAS HDD를 외장으로 쓰기 위해 설계된 전용 커넥터의 하드웨어 규격이다. [본문으로]
  4. 발열 때문에 기판이 휘어서 칩이 소켓에서 빠지는 문제를 소비자가 문의하니 본체를 단단한 책상에 후려쳐서 쓰면 칩이 다시 끼워질 것이라는 전설적인 답변을 내놓은 적이 있다. 아이맥 G4 큐브에서는 소음을 줄이겠다고 팬을 달지 않았다가 시스템이 수시로 뻗기 일쑤였고, 파워맥 G5에서는 수랭 쿨러의 누수 문제로 욕을 먹었으며 아이맥 후기형에서는 내부 부품들의 발열이 LCD 패널로 쏟아지는 바람에 LCD가 돌연사 하는 문제가 자주 보고된다. 적어도 애플은 '믿을만한' 발열설계를 쭉 해오던 회사가 절대 아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가 (다른 회사라면 절대 저지르지 않을만한)실수를 반복하는 회사일 뿐. [본문으로]
  5. 저게 사실이라면 여러 사람의 핸드폰을 망가뜨린 OS를 제공한 무능한 집단이기에 iOS의 완전 무결성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할 말이 없어진다. 거짓이라면? 그냥 애플은 돈에 미쳐 사용자의 가치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악덕 기업일 뿐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이클라우드와 아이튠즈 백업을 사용하지 않던 소비자들은 데이터를 완전히 포기해야 했다. 결국 나중에 되돌아 왔지만. 무능과 악덕 중 어느 것을 고를지는 당신의 판단에 맡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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