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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통제와 안철수 본문
군인은 민간인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문민통제는 얼핏 보기엔 엉뚱하고 말이 안되는 개념 같지만, 실제로는 민주주의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안전장치다. 언제든 폭력을 행사할 준비가 되어있는 집단인 군이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을 상대로 힘을 쓴다면 그 사회는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않을테니까. 당장 5.18을 통해 죄 없는 시민들이 죽어나간 일이 그것을 증명하지 않나. 군인은 반드시 국민들의 손에 의해 선출된 대표의 명령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옳다.
△ 출처 : 연합뉴스
안철수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참으로 답답한 소릴 한 적이 있는데, 군의 인사권을 다시 군에 돌려주겠다는 말이었다. 장군급들 되는 주요 직책의 군 인사는 현재 청와대의 승인을 통해서만 이뤄지는데, 이 인사를 군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겠다는 뜻이다. 진심 저 이야기를 듣자마자 미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쿠테타 두 번에, 민간인 살해까지 일어났던 나라에서 무슨 군의 인사권 반환 이야기가 나오나. 고양이한테 생선 맡겨놓겠다는 헛소리를 잘도 해대는 걸 보면서 이 사람이 얼마나 정치나 역사에 대해서 생각없이 사는지를 알아버렸다.
△ 김새롬의 발언이 촌철살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나는 정치나 사회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가 참으로 고단스럽다. 이야기를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 지식도 없는 사람들과 무얼 논하겠나. 지식이 지혜가 아니라지만, 문민통제가 뭔지도 모르는 후보를 지지하는데서 그 사람의 근현대사에 대한 인식과 정치에 대한 생각의 깊이가 굉장히 얕음이 보여버린다.
김새롬이 농담처럼 이야기 했지만, 안철수의 한계가 뚜렷하게 보이는 말이기도 하다. 안철수의 지지자들 중 안철수의 정치적 지향점이나 공약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면서 지지하는 사람 보다는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를 이유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뭔가 달라보인단다. 정치 경력이 짧으니 이미지가 좋아보여 발생하는 착시를 정치인에 대한 지지로 착각한다. 딱 아이돌 팬덤과 다를 바가 없다. 좋아 보이니까 지지한다고 말한다. '좋아 보이는 사람'을 지지하는게 아니라 '좋은 사람'을 지지하는게 옳은거다. 하다못해 좋은 사람이 없다면 '덜 나쁜 사람'을 지지해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든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특정한 정치인의 지지층을 욕하는 글은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안철수 지지자들이 자꾸 나한테 영업을 뛴다. 그래서 그런 소릴 할 때마다 보여주려고 아예 글을 하나 썼다. 자, 확실히 말한다. 나는 정치인 안철수를 끔찍하게 싫어한다. 그의 역사에 대한 생각이,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의 깊이가 동네 개울가 수준만도 못하게 얕은 것이 끔찍하게 싫단 말이다. 그러니까 이 글을 보았다면 당신도 생각을 좀 다시 했으면 좋겠다. 좀 좋아할만한 사람을 좋아해라. 좀 더 똑똑하거나 좀 더 유능하거나 좀 더 성실하거나 좀 더 인간다운 사람을 지지해라. 이도 저도 안되겠으면 지지는 하되, 나한테 영업은 뛰지 마라. 부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