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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패드 T460p 헠헠

SWEV 2016. 6. 27. 22:03

맥북에어의 충격적인 데뷔 이후로 노트북들이 얇게, 가볍게 변해간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그런데, 무게 보다는 성능에 목을 멘 사람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을 마냥 달가워 할 수가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노트북 CPU들은 30W 전후의 소모전력을 가진 모델들이 주류였고 15W급의 소모전력을 가진 CPU들은 저전력 등급으로 분류되어 휴대성을 강조하고 성능을 어느 정도 포기한 라인업에만 들어갔다. 그런데 요즘 노트북 시장의 주류는 누가 뭐래도 울트라북이고 울트라북엔 보통 15W급 CPU들이 들어간다. 이 유행을 거스를만한 힘을 가진 회사는 사실상 없었고 저전력 CPU들도 충분한 고성능을 달성하고 나니 이젠 30W급 CPU가 달린 노트북 자체가 드물다. 결국 고성능을 바라는 사람은 각 제조사의 플래그쉽 라인업에 해당하는 모바일 워크스테이션[각주:1]을 사거나 성능은 모자라지만 그럭저럭 싼 편인 게이밍 노트북을 사야만 한다.


최초의 씽크패드가 시장에 데뷔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변함없이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디자인, 압도적인 입력장치의 성능 등등 매력이 한도 끝도 없이 많은 노트북이지만, 솔직히 말해 요샌 좀 애매하긴 했다. 시대가 변하여 노트북들의 역할이 바뀐 탓이다. 노트북은 더 이상 예전처럼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나 쓰는 비싼 장비가 아니다. 결국 시대의 변화를 온전히 쫓지 못한 씽크패드는 씽크패드 매니아들에게는 예전만 못하다며 욕을 먹고 씽크패드의 역사나 브랜드에 관심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비싸고 멋대가리까지 없다고 욕을 먹곤 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 씽크패드의 2016년도 플래그쉽인 T460p

씽크패드에도 화면 크기와 컨셉별로 여러 제품 라인업이 있지만 개중에서도 씽크패드를 상징하는 선봉장이자 플래그쉽은 언제나 T시리즈였는데, 이 T 시리즈의 신제품인 T460p가 그야말로 Awesome하다. 넉넉하고 튼튼하게 설계된 하우징에 씽크패드의 아이덴티티인 울트라나브 키보드와 고성능의 CPU를 얹었다. 특히 T460p는 스카이레이크 i7 쿼드코어까지 옵션에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14인치급의 중형 폼팩터에서 데스크탑 이상의 성능을 뽑아낼 수도 있다.


쿼드코어 들어간게 뭐 대수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15W급의 저전력 CPU로는 데스크탑에 준하는 성능을 뽑아낼 방법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45W짜리 노트북용 i7 쿼드코어 CPU들은 상황에 따라 데스크탑용 i5 이상의 성능을 뽑아내기도 하기에 CPU 성능에 목마른 사람들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물건이리라.


△ 야무지게도 채워넣었다.

쿼드코어가 들어간 것 말고도 칭찬할 구석이 많은 제품이다. 여러가지로 내부 설계가 꽤 잘 되어있는데, 일단 메모리 슬롯이 두 개다. 13인치급 울트라북들 중 램 슬롯을 하나만 달거나 아예 납땜해버린 물건들이 많다. 메모리를 납땜 하면서 듀얼채널로 묶어주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물건들도 흔하고 램슬롯이 1개라 듀얼채널 구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제품들도 있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레퍼런스나 구성을 지키지 않는 제품들이 많아지는 것은 싫다. 그래서 램슬롯 두 개를 지켜낸 것 만큼은 아낌없이 칭찬하려 한다.


노트북의 덩치에 비해서 굉장히 큰 쿨러가 달려 있는 부분도 좋다. 쿼드코어 옵션도 선택 가능하기에 쿨러의 냉각용량을 많이 키워놓은 것인데, 덕분에 조용히 쓸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T460p의 무게는 1.8kg인데, 14인치급 노트북의 표준 무게 수준이다. 그 무게에 쿼드코어와 램슬롯 2개, 그리고 2.5인치 베이와 도킹스테이션 포트까지 달아준 것은 진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두 가지 정도 아쉬운 점이 있다. 기판의 밀도가 너무 낮은 것이 첫 번째로 아쉽다. 애플의 맥북처럼 모든 것을 납땜해서 극단적으로 기판이 줄어드는 수준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빡빡하게 채워넣어서 PCB 면적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은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 PCB도 결국 저항을 가지고 전력을 소모하는 부분이기에 같은 부품이라면 기판 면적 자체가 적은 것이 당연히 여러모로 유리하다. 두 번째로 저장장치 선택 옵션이 너무 좁다. 대중적이고 고성능인 M.2 슬롯이 달려있긴 한데 왜 표준에 가까운 2280 규격 대신 2242포트를, 그것도 mPCI-E와 공용으로 넣어줬는지를 모르겠다. 2280 포트 하나 넣을 자리가 없을만큼 기판이 빡빡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CPU성능은 좋은데 큰 어려움 없이 고성능을 뽑아낼 수 있는 스토리지를 포기한 이유가 궁금하다. 옵션엔 M.2 PCI-E 스토리지를 고를 수 있게 되어있지만 아무래도 미덥지가 않다. S-ATA와 PCI-E SSD가 체감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 T460p의 스펙 시트. 선택 가능한 옵션이 다 적혀있다.

욕을 할 구석이 전혀 없는 완전무결한 제품은 아니지만, 14인치에 1.8kg이라는 무게를 유지하면서도 쿼드코어 옵션과 도킹포트, 그리고 외장 그래픽이 들어있다는 것 만으로도 어지간한 단점은 눈에 뵈지도 않는다. 씽크패드가 몇 년 동안 인기가 시원찮아서 좀 아쉬웠는데, 간만에 씽크패드 다운 꿈의 노트북을 만들어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올해도 이 정도의 대단한 제품이 나왔는데 내년엔 뭐가 나올지 더 기대된다. 물론 살 돈은 없지만.

  1. 레노버의 씽크패드 P시리즈, 델의 프리시전 M시리즈, HP의 ZBook 시리즈 처럼 PC의 메이저 제조3사는 각자 최상위 라인업에 데스크탑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가진 모델들을 내놓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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