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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변경 본문
스마트폰을 바꾸었다. 사실 바꾼지 몇 달은 지났는데, 한동안 포스팅이 너무 없었다보니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잡았던게 맥 프로 관련 글이었고, 내가 싫어하는 회사 이야길 썼으니 좋아하는 회사 이야기도 써야겠다 싶었다. 사진이 많은 것을 이야기 해준다. 사진 부터 보고 시작하겠다.
△ 기존 스마트폰
△ 새 스마트폰
△ 지인들의 반응
실없는 농담처럼 보이겠지만, 장난 치는 것이 아니다. 진짜로 저렇게 바꾸었다. 기존에 쓰던 폰은 소니 엑스페리아 XZ였고, 새로 바꾼 폰은 같은 제조사의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이다. 이름이 비슷해 보이고 실제로 비슷한 기계이지만, 컴팩트라는 접미사가 붙으며 크기가 확 줄어들었다. 나는 예전부터 커다란 스마트폰이 너무 너무 너무 끔찍하게 싫었고, 휴대용 기기라면 휴대성이 당연히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 실물을 놓고 비교 하면 크기가 이렇게 다르다.
하필이면 중고로 구할 때 색깔도 비슷한 녀석이 구해져서 둘 다 초록초록한 물건이 되어버렸던 탓에 새 폰을 샀다며 사진을 보여 주었을 때 지인들이 다들 저 개구리와 비슷한 표정을 짓곤 했다. 실제로도 XZ와 XZ1은 고작 1년의 발매 간격을 두고 연달아서 발매된 제품이라 스펙상 거대한 차이는 없고, 소니는 폰이 정말 지옥같이 안팔려서 돈이 없는 집단이기 때문에 매년 디자인을 갈아엎으며 완성도를 높일만한 여력도 없는 회사이기도 하다.
다만 속을 들여다 보면 1년의 터울 만큼 많은 것이 바뀌어 있다. AP가 스냅드래곤 820에서 835로 바뀌었고, 그렇게나 욕을 먹던 3GB램도 4GB램으로 바뀌었으며 제일 심하게 비판받던 스토리지도 eMMC에서 UFS로 바뀌며 많이 빨라졌다. XZ와 XZ1의 차이가 그러하기에 XZ1의 소형화 파생 모델인 XZ1C도 동일한 스펙을 공유한다. 실제로 써 보고 스토리지의 개선이라는 장점이 체감상 꽤 잘 느껴져서 XZ를 중고로 처분하기 위해 초기화 하며 생각보다 느린 속도에 당황했다. 그것 외에 기본적인 특성들은 죄다 전작인 XZ와 뭐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한심하고 눈물겨운 카메라 까지도 똑같다. 그러니 이 기계들에 대한 내 생각을 보고 싶다면 저 위의 내가 쓴 XZ 리뷰를 보시라. 너무 귀찮고 빤해서 리뷰를 따로 쓰기도 뭣하다. 아, VoLTE는 잘 된다. 그리고 1예전부터 그러하듯 컴팩트 모델이기에 배터리도 오래 간다.
△ 한 손에 챡.
XZ의 가로폭은 72mm, XZ1C의 가로폭은 65mm이니 고작 7mm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그 7mm의 가로폭 차이가 주는 기쁨은 만족을 넘어서 행복의 영역까지 치닫는다. 가로폭도 가로폭이지만 세로 높이 자체가 10mm 이상 확 줄어들며 굉장히 여유롭게 폰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바지 주머니에 넣을 때도 쏙, 주머니에서 뺄 때도 가볍게 두 손가락으로. 아무런 불안감 없이 손 안에 감겨오는 이 작고 영리한 기계를 나는 도저히 싫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차이로 큰 만족을 주는 기계를 기획한 소니 모바일의 섬세함과 영민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찬사를 멈출 생각이 없다.
일본으로 넘어가 밤의 황제가 되어버린 O모군이 간만에 한국에 들어와 같이 차를 마시다 내 우악스러운 XZ폰을 보며 "형은 왜 소니를 써요?" 라고 물었다. 이 친구가 뭘 몰라서 저런 소릴 하는게 아니다. 그 친구의 폰은 화웨이 P10이었고 지금이야 화웨이가 범인류적 재앙 수준의 낙인이 찍혔지만 당시로서는 소니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기계를 더 괜찮은 가격에 내놓던 그럭 저럭 참아줄만한 회사는 됐으니까. 나도 저런 질문의 뜻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기에 피식 웃어주고 난 뒤 나는 "부도덕 보단 무능을 택한 결과야." 라고 대답했다. O모군도 그 이야기를 듣고 피식 하더니 딱히 토를 달지 않았다. 잘 아는 사람 사이의 대화란 이렇게 편안하다.
△ 소니의 최신 플래그쉽. Xperia One
스마트폰의 액정은 갈수록 커져가고 가로 폭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화면비가 바뀌며 세로 길이가 길어지고 있다. 내 개인적인 취향은 이 추세가 영 별로지만, 소니는 예전부터 자신들의 장기이자 강점이었던 멀티미디어 관련 기능들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화에나 쓰일 법한 21:9 화면비를 들고 라인업을 전면 리뉴얼 했다. 제품의 발전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별개로, 소니 스마트폰 역사상 최초로 자사의 모든 힘을 동원해 제대로 개발한 카메라를 포함해서 드디어 경쟁사 제품들과 스펙 싸움을 할 수 있을만한 제품을 내놓았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 시장의 반응이 좋아서 차기 모델에선 컴팩트 모델이 발매되길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소니 모바일이 한국에서 철수할 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돌고 있는 상황이라 나는 요즘 영 기분이 거시기하다.
사진 몇 장 올리고 끝내려던 글이었는데 쓸 데 없이 글이 길어진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소니를 찬양하며 글을 닫겠다. 나는 소니가 좋다. 설립 이후 큰 도덕적 흠결이 없었던 점도 좋고, 영화나 음악이나 게임처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산업으로 돈을 번다는 점도 좋고, 나처럼 괜히 예민한 사람들을 위해 컴팩트 제품군을 만들어준 것도 좋고,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고민해 보았던 흔적이 묻어나는 부분들도 좋다. 소니의 사업부 구성 상 엑스페리아와 아무런 관계가 없을 사람이지만, PS4 한국 발표장에 모인 인파를 보고 조용히 감동으로 눈을 적시던 카와우치 시로 부사장의 뜨거운 눈물도 난 좋았다. 그만한 열정과 기쁨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 소니의 높은 자리에 있다는 사실마저도 좋다.
그러니까 많이들 팔아 주시라. 분식회계로 나라 하나를 농락하는 회사, 전세계적으로 민폐를 끼치는 회사, 마진에 미쳐버린 회사들의 틈바구니에서 묵묵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소니의 우직함을 응원해주시라는 당부와 함께 글을 마친다.
- eMMC는 Embedded Multi Media Card의 약자, UFS는 Universal Flash Storage의 약자이다. UFS쪽이 더 나중에 정해진 규격으로서 훨씬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에 달린 eMMC는 보통 조금 느린 SSD정도의 속도에 준하고, UFS 스토리지는 경우에 따라선 NVMe 프로토콜을 이용해 PC의 NVMe SSD와 엇비슷한 성능을 낸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