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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지 않은 사람들의 반가운 이야기

SWEV 2016. 3. 29. 21:50


반란을 일으킨 군인이 자기 아버지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건 넘어갈 수 있다. 그런 사람의 딸을 대통령까지 앉혀놓은 국민들이 있는 마당에 이제와서 군소정당의 비례대표 하나가 살인자의 후광으로 원내에 끼어들어간다 한들 그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도 않으니까. 박정희의 이미지를 쓰는것도 그렇고 헛소리를 장마철 팔당댐마냥 쏟아내는 박근령의 인성도 그렇고 난데없이 끼어들어간 도도맘 아줌마까지 공화당은 참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정당이 이야기 하는 공약과 정책은 무시할 수가 없다. 꽤나 파격적이고 진지한 공약이 첫 두 줄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성매매 합법화가 극우를 표방하는 정당의 공약집 맨 앞에 나온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6번 공약인 종북 좌익 인사 북한 이주 같은게 맨 앞에 튀어나와야 정상인 것 같은데 엉뚱하게도 성매매 합법화가 첫 줄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자세히 보아도 틀린 말이 없다.



성매매 합법화 보다는 성매매 비범죄화[각주:1]가 나는 더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정도 비슷한 논리를 가진 공화당의 정책 1호에 써있는 이야기를 하나도 가벼이 볼 수가 없다. 특히 성관계 같은 내밀한 영역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국가가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와닿는다. 뭐 저런것까지 공약집에 써놓느냐 할 수도 있는데, 생각 정말 잘못하고 계신거라는 답을 드리고 싶다. 섹스와 관계된 이야기가 금기시 되거나 신성시 되어야 할 이유는 병아리 눈꼽만큼도 없지 않은가. 그냥 삶의 일부일 뿐이다. 삶의 일부에 대해 건조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나.


이 문제의 본질은 섹스 이야기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성노동자 이야기지만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묶어둘 수 있는가?' 라는 물음이 최종적으로 튀어나온다. 저런 무거운 질문은 항상 진지하게, 여러 사람이 넉넉히 시간을 들여가며 고민해 보아야 옳다. 어지간한 건 다 되는 대한민국에서 유독 섹스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조선시대 수준을 못벗어난 구석이 많은 것도 나는 매번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저런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나라도 튀어 나왔다는 것이 나는 진심으로 반갑다.


하도 민감하게들 여기는 문제이다 보니 여야 모두 이런 이야기는 그냥 말을 안한다.  성매매 합법화 같은걸 공약으로 내걸면 그 정당은 지지도가 주저앉을게 뻔하다보니 뜨거운 감자인걸 알면서도 모두들 손대길 꺼려하는데 그게 수십년째 반복되니 모두들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 들어갔다. 이게 이래서는 정말 안되는 문제인데도 그렇다. 일을 하고 돈을 받을 뿐인 문제다. 섹스가 살인이나 방화처럼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도 아니고 도대체 이걸 국가가 왜 관리하고 간섭하려 드나. 니 가랑이나 신경쓰고 살라는 이야길 하고 싶다. 말이 나온김에 하는 이야긴데 수도 서울 관습법 드립에 대법원 상대로 드잡이질이나 하던 헌재에서 간통법 폐지 시킨거 나는 쌍수들고 환영하고 있다. 다 큰 어른들 잠자리를 국가가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에이즈 같은 걸 확산시키려고 일부러 막나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2번 공약인 핵무기 보유도 솔직히 솔깃하다. 경제규모 20위권 안에 드는 국가치고 우리나라는 너무 홀대받는다. 사실 순서가 뒤집힌 억지 주장인 건 나도 안다. 핵이 있으면 단숨에 강대국으로 발돋움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강대국이기 때문에 핵같은 추악한 무기를 가지는 것이 용서되는 일이라는 것을. 그런데 주변국 사정이 너무 골치가 아프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고생하는것도 매번 거슬리고 이 정도 국력과 힘을 가진 나라가 핵 하나 없다는 것은 조금 존심 상할 일이라는 생각도 있다. 말도 안되는 주장인 것은 알지만, 감정적으로는 이해가 간다. 지상 발사형 대규모 사일로 같은게 아니더라도 전쟁억지력을 위한 SLBM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줘야 앞으로 견딜 수 있지 않겠나.


△ 당연한 결과지만,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좋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보니 저렇게 '꼭 필요하지만 지지율 하락이 두려워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던 문제'를 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좀 서글프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만 저런 중요한 이야기를 입밖에 낼 수 있다니 저까짓 성매매가 도대체 뭐라고 이 지경까지 온건가. 누구든 소신있게 자기 할 말을 하고, 그 말의 옳고 그름을 다같이 고민하는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 사회인데도 엉뚱한 문제로 싸우느라 시간을 보냈다. 국가적으로 큰 낭비인데다 유권자 개개인의 관심이 쓸데없는 당파싸움에 집중되기에 정상적인 생각을 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서 나쁘다. 다들 자각했으면 좋겠다.

  1. 합법화는 국가가 나서서 관리한다는 의미고 비범죄화는 그냥 잡아가지만 않되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둔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국가가 쥐톨만큼도 좀 손을 안대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내 가랑이 사정까지 왜 나라가 신경써주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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