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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인간의 완성

SWEV 2016. 3. 28. 07:41

맹세하건대,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우리 엄마 같은 완벽한 인격자를 본 적이 없다. 대책없이 착하거나 바보같은 사람은 흔하지만 우리 엄마처럼 머리가 잘 돌아가면서도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은 드물다. 엄마가 돌보는 아이들은 자기 부모보다 엄마를 더 따르고, 엄마가 가면 울고불고 난리에 하다못해 동네 개마저도 엄마를 보면 삼시세끼 밥 챙겨주는 주인을 버리고 달려오기 일쑤다. 엄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사랑의 힘을 다들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리라. 엄마를 보며 나는 '인간의 완성'이라는 말을 자주 떠올린다. 맞다. 우리 엄마는 옳은 방향으로 인격이 완성된 사람이다.


며칠 전 간만에 본가에 들러 엄마와 아침밥을 먹으면서 결혼이나 연애쪽으로는 이젠 뭔가 마음이 전혀 움직이질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작년에 연애를 했고, 엄마와 꼭 닮은 사람이라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 그 좋은 사람을 모질게 대하던 내가 너무 쓰레기 같아서 헤어졌다는 말을 꺼내던 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 나는 인간이 덜 되었고 그나마 사람 구실을 하면서 살려면 나이 마흔줄이나 되어야 가능할까 말까 싶으니 마흔이 되기 전까지는 나에게 결혼이나 손주나 연애 같은 기대는 접으셔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엄마는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계시다가 내가 조금 더 안정이 되고 나면 다시 연락 해보는 것은 어떨지 물으셨다. 그리고 나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대답을 했다.



이 한 장의 그림에서 나는 당신의 우주가 얼만큼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 그림을 그린 당신은 우리 엄마처럼 사랑을 무한정으로 쏟아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태양이 빛을 보내주고 생색내지 않듯 당신은 사랑을 주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합리주의자의 탈을 쓴 이기주의자인 나는 세 번쯤 죽었다 깨어나도 하지 못할 행동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로 한 관계는 부모자식 관계 하나면 족하다. 나는 그 죄책감을 견디며 살 수 없다.


그래서 절대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다. 몇 달째 잠들기가 힘들며 숱하게 악몽을 꾸는데다 시덥잖은 곳에서 찰나의 즐거움을 겨우 겨우 찾아내며 죽지 못해 살고 있지만, 그래도 다시 연락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악물고 보란듯이 꾸역꾸역 살아갈거다. 그러니까 제발 당신도 당신처럼 따뜻한 우주를 가진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나는 그 이상 바라는 것이 없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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