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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나의 멍청함

SWEV 2016. 3. 3. 11:19


이종걸 원내대표를 고깝게 보았던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문재인 당대표 체제에서 이래저래 잡음을 많이 일으켰던 사람이기도 하고, 안철수를 위시한 일련의 탈당 사태에서 원내대표 다운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데 저 사람의 무제한 토론을 보며 이제사 깨닫는다. 안철수는 원래 답이 없는 사람이었고,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게 정상이라는걸.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할 노릇이겠지. 사람이 몇 명인데 다 같을리가 있겠나. 그게 민주주의다. 시끄럽고, 편하지 않고, 비효율적이고, 느리다. 하지만 옳다. 옳기 때문에 존속될 수 있었다.


저 남자는 열두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젊지 않은 나이에 지쳐가는 몸을 달래며 자신의 신념을 토해냈다. 편한 신발을 신을 수 있었지만 끝까지 구두를 고집하며 예의를 갖추었다. 눌변으로 저평가받던 화법 마저도 그의 진심을 온전히 가져다주는 무기가 되었다. 노무현 이후로 정치인의 말에 울컥할 일은 잘 없을 것 같았는데, 그의 무제한 토론이 12시간을 채웠을 무렵 나왔던 딱 한마디가 정말 큰 울림을 가져다 주었다. 잊지 않기 위해 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점점 정신이 맑아집니다. 쓰러질래야 쓰러질 수가 없습니다.




사람은 역시 쉽게 변하지 않는다. 당 지도부나 비대위원들이 죄다 경선 없이 공천 받는 와중에 새누리당은 민주당보다도 경선을 더 많이 치룬다. 이게 무슨 개지랄인지 씨발. 그래 내가 멍청한건 맞다. 고작 12시간의 연설에 이종걸 원내대표가 그간 저질러온 악행을 용서한 내가 멍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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