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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답지 않아 재미있는 실수 본문
애플이 레티나 맥북 프로를 내놓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달리지 않은 맥북 프로도 여전히 팔리고 있다. 유지보수가 편한 구조인데다가 ODD자리가 있어서 저장장치 용량을 크게 쓸 수 있다보니 구형 맥북이 필요한 사람도 아마 분명히 있을 것이다. 쨌든 간만에 애플 홈페이지에 들어갔고, 아직도 맥북 프로가 팔리고 있는 것이 신기했는데, 상품 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아주 뜬금없게 잘못된 번역이 있었다. 일단 보고 이야기를 하자.
△ '고정형' 드라이브라는게 무엇인지 잠깐 고민했다.
저장장치에 뭘 집어넣을지 고르는 부분인데, Serial ATA 드라이브 @ 5400rpm이라고 쓰여있는 것은 당연히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되시겠다. 레티나 맥북 프로엔 2.5인치 노트북용 HDD 공간이 아예 없지만 구형 맥북 프로에는 2.5인치 HDD 베이가 달려있다. 그리고 문제의 '고정형' 드라이브가 뭔지 잠깐 생각해봤는데 가격을 보니 역시나 SSD일 수 밖에 없다.
△ 왼쪽은 SSD, 오른쪽은 HDD이다. 둘 다 2.5인치 노트북 HDD의 폼팩터로 만들어졌다.
SSD는 Solid State Disk(혹은 Solid State Drive)의 약자이고 저장용 반도체 여러개를 묶어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물건이다. HDD(Hard Disk Drive)와는 다르게 기계적인 작동부가 전혀 없는데다가 반도체를 여러 개 묶은 특성상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뭐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그냥 쉽게 설명해서, USB메모리 여러 개를 엮어놓은 물건이라고 생각해도 좋다.1
여기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 Solid State Drive라는 이름이다. Drive야 컴퓨터 쪽에서는 저장장치를 가리키는 말이기에 별로 새로울 것이 없지만, 'Solid State'는 좀 낯선 감이 있는데 본디 Solid State는 단순히 고체 상태를 뜻하지만, SSD의 Solid State는 약간 의미가 다르다. 예전에 반도체란 것이 등장하기 이전에 진공관으로 작동하던 기계들이 있었는데, 그것들과는 다르게 순수히 반도체만으로 작동하는 전자 장비에 Solid State라는 수식어가 붙는다.2
문제는 저 Solid State를 한국에서 영 잘못 번역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저장장치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이 없다는 뜻으로 의역했거나, 혹은 맥북의 내부 구조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SSD는 HDD보다 좀 더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거나 둘 중 하나 같은데 무지하게 뜬금 없어서 그 실체를 알고는 피식했다. 혹시나 싶어 레티나 맥북 프로의 저장 장치 선택 부분을 살펴봤다.
△ flash 저장 장치 = SSD이다.
보다시피 말짱하게 잘 번역 되어 있다. non-레티나 맥북 프로가 주력 제품군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신경을 덜 쓰다가 저런 실수를 한 모양인데, 뭐 하나 만들면 구석구석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던 애플 답지 않은 실수여서 조금 놀랐다. 실수가 저것만 있는 게 아니다. non-레티나 맥북 프로를 제외하고는 애플이 만든 컴퓨터에 들어가는 모든 SSD는 PCIe 인터페이스로 나온다. 그런데 맥 프로와 맥북 프로 레티나의 SSD는 PCIe 기반 flash 저장 장치라고 쓰여있고, 아이맥과 맥미니엔 PCIe 기반이라고 쓰여있지 않다.
애플의 한국 홈페이지엔 초월 번역이 꽤나 많은데 꽤 의외인 부분에서 오역이 있거나 상품정보가 관리 되지 않는 건 좀 신기하다. 굉장히 애플 답지 않은 실수이고 그래서 더 재밌다. 아무튼 간만에 애플 홈피에 들어갔다가 또 쓸데없는 글이 나왔다. 역시 블로거는 웹서핑을 열심히 해야 한다. 이상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