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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걸작, 구글 넥서스 5

SWEV 2014. 11. 7. 15:59

 

참으로 애증이 뒤섞인 마음이 들게 만드는 스마트폰이다. 오래 사용한 스마트폰은 고작 아트릭스와 옵티머스 LTE2 두 가지 뿐이었지만 두 제품 다 엄청나게 균형이 잘 잡힌 기기였고, 생각없이 쓸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좋았다. 모든 면에서 빼어나다고는 못해도 딱히 흠 잡을 구석도 없는 평균 85점짜리 고만고만한 모범생 같은, 그런 기계들이었으니까. 그런데 넥서스 5는 괴상하리만치 좋고 나쁜 부분이 뚜렷하다. 그 와중에 딱히 써줄만한 다른 물건도 없다. 수학이나 과학은 미친듯이 잘하면서 체육과 미술에선 빵점 맞는 같은 반 또라이 학생을 보는 기분이다. 레퍼런스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다 최근 공개된 넥서스 6의 사양과 가격이 엉망으로 나왔기에 앞으로 최소 1년 동안은 여전히 경쟁력 있는 기계로 남을 것 같다. 조만간 팔고 다른 기기로 넘어가기로 마음 먹었기에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 둔다.

 

장점

1. 소프트웨어가 완전히 망가져도 쉽게 복구된다
핸드폰을 발로 밟아 부숴버렸다거나 이런 상황만 아니면 소프트웨어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 할 수 있다. 해외의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이 이미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해두어 클릭 두어번이면 언제든지 공장에서 막 나온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루팅과 커스텀롬을 올릴 수 있는 폰이야 널리고 널렸지만 이런식으로 원터치 복구가 가능하도록 짜여진 물건은 정말 드물다. 당장 소니의 경우만 해도 커스텀 롬을 올리기 위해 도대체 몇십개의 페이지를 열어봐야 하는지 원.. 넥서스는 A4용지 3장이면 그림까지 넣어서 설명이 다 될 정도로 간단하다. 그렇기에 넥서스는 온갖 소프트웨어 마개조를 다 해볼 수 있다. 하다가 말아쳐먹으면 그냥 컴퓨터에 꽂고 버튼 두 번만 누르면 초기 상태로 돌아오는데 무엇이 걱정인가. 이러다보니 개발자들이 별의 별 패치를 다 만든다. 부팅할 때 뜨는 애니메이션 마저도 내 마음대로 손댈 수 있는 기계는 흔치 않다.

 

2. 통신사/제조사 기본 앱이 없다
일단 이런저런 통신사 앱이 없다. 티스토어 티맵 티북 뭐 등등 기타 이런 거 안봐도 된다. 거기에 제조사 기본 앱도 없다.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를 이런저런 제조사의 부가기능 앱이 없으니 필요에 따라 구해다가 쓰면 그만이다. 갤러리나 이메일 같이 필수적인 앱들이 당연히 깔려있는게 오히려 군더더기처럼 느껴질 정도. 자질구레한 앱들이 상시 켜져 있으면서 배터리가 줄줄 새는 일도 당연히 없다. 무슨 짓을 해도 1GB 가까이 남아있는 메모리는 덤이다. 사람들이 3GB 메모리가 아니라고 폰을 욕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의아해 한다. 나는 2GB 메모리도 남아 도는데....

 

3. 최적화의 여지가 많다
기본 작동 클럭이 2.26Ghz인 쿼드코어가 달려있다. 근데 강제로 클럭을 내리고 코어를 꺼서 1.03Ghz 듀얼코어로 작동시켜도 느리지 않다. 이건 전적으로 커스텀 롬과 커스텀 커널의 힘이다. 기본제공되는 롬 대신 외국의 개발자들이 극한까지 성능을 쥐어짜낸 롬을 얹어 쓰고 제대로 셋팅해 놓으면 본래 핸드폰이 가진 성능의 1/4만 가지고도 충분히 빠른 속도로 쓸 수 있다. 기본적으로 구글의 군더더기 없는 코드가 적용되었기에 넥서스는 같은 CPU를 사용한 LG의 G2나 삼성의 갤럭시 S4 LTE-A보다도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는 말이 많은 기계였다. 그런데 거기서 더 쥐어짤 여지가 있다는 건 대단한 일 맞다.

 

4. 내장형 치고는 배터리가 오래간다
앞서 언급한 2번과 3번의 장점이 합쳐지면서 잘 셋팅해놓으면 자고 일어나도 배터리가 1%만 빠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아이폰에서는 저게 당연한 일이지만, 안드로이드에서는 온갖 알림이 다 뜨면서 자고 일어나면 배터리가 30%씩 빠져있는 사용자들이 많은데, 실수로 충전기를 꽂지 않은 상태로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1~2% 닳아있다. 이렇게 만들기 위해 공부가 조금 필요하다는 점은 피곤한 일이지만, 반대로 쥐어짜는 만큼 그대로 성능과 배터리 타임으로 돌아온다는 건 공돌이들의 영혼을 자극한다.

 

5. 가볍다
5인치 사이즈의 액정을 지닌 모든 폰을 통틀어 가장 가벼운 축에 속한다. 큼직한 배터리를 달지 않은 탓도 있고, SD카드 슬롯 같이 자잘한 부품들이 빠져나가 그런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손에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무게를 목표삼아 설계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젠 남자들한테도 클러치백이 유행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크고 무거워지는 스마트폰들을 보다가 넥서스 5를 손에 쥐어보면 그 가벼움이 정말 산뜻하다.

 

6. 튼튼하다
넥서스 5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씽크패드가 자꾸 생각난다. 탄성이 좋은 플라스틱 재질과 무광으로 마감된 표면을 보면 특히 그렇다. 삼성처럼 도금 벗겨지는 은색 테두리와 대일밴드를 조합시키지도 않았고, 소니나 애플처럼 쓸데없이 유리나 알루미늄을 써서 무게가 늘어나거나 쉽게 파손되도록 만들지도 않았다. 적당한 케이스 정도만 씌워준다면 액정부터 돌부리에 찍히는 특별한 경우 아니고서는 거의 모든 충격에 잘 버티도록 만들어졌다. 이건 다른 스마트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점이다. 아이폰 3Gs처럼 등짝에 숱하게 흠집이 생기지도 않고 엑스페리아 처럼 등짝부터 떨어졌는데도 등짝의 유리가 깨져나가지도 않는다. 휴대용 기기가 튼튼하지 못하면 장비가 아니라 상전이 된다. 끽해야 장난감에 불과한 스마트폰이 뻑하면 깨져나간다고 상상해보라.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7. 후속 모델이 엉망이다
넥서스 5의 후속모델인 넥서스 6가 6인치나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와 1cm(-_-)를 넘는 두께로 발표되었다. 제조사인 모토로라는 한국에서 철수했고, 국내 정식 발매는 될지 안될지도 불투명하며 발매 되더라도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LG전자에서 서비스 편하게 받던 시절은 이제 없는거다. 몇 개 되지도 않는 모토로라 서비스 센터를 가야 하거나 유베이스 같은 AS 전문 외주업체를 찾아다녀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짜증스럽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가격이 넥서스 5보다 두 배나 비싸지며 가격대 성능비도 애매해졌다. 이쯤 되면 한국 사람들이 예전처럼 목매고 덤빌만한 상황이 아니란 이야기다. 넥서스 6를 보면 무얼 봐도 손이 안가는 천덕꾸러기 같다는 느낌이 들어 넥서스 카페의 반응을 살펴보니 그쪽도 다들 이번 넥서스는 포기하는 분위기다. 이런 저런 이유로 넥서스 5는 향후 1년간 가장 밸런스 잘 잡힌 넥서스가 될 예정이다. 후속모델이 엉망이라 전작의 가치가 올라가는 반사이익을 얻게 될 줄이야..쩝

 

단점

1. 구글 내장 앱들의 품질의 좋지 않다
폰을 사면 깔려있는 앱들이 정말 영 아니다.

이메일 : 보안을 이유로 첨부파일로 날아온 ZIP파일을 다운로드 못하게 막아놓음 - 아쿠아 메일 설치
행아웃 : 불편한 인터페이스, 기존 문자를 XML로 백업해도 사용 불가 - 8SMS 설치
전화 : 전화 버튼을 누르면 다이얼이 뜨는게 상식인데, 단축 번호가 먼저 뜨고 다이얼은 별도로 버튼을 눌러야 함 - Xposed 설치(루팅 필요) 후 Show Dialpad 모듈 설치
통화목록 :  통화목록 단축 아이콘이 없어 통화목록에 바로 접근 불가 - Call Log Shortcut 설치
크롬 : 메모리를 너무 많이 먹고 느리다 - Habit Browser 설치
아이콘 : 기본적인 Grid도 안맞는 심란함 - Morena 아이콘팩 설치
런쳐 :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음 - 노바 런쳐 설치
갤러리 : 세로로 긴 기기에서 가로로 스크롤 하게 만든 불편함 - QuickPic 설치
노티바 : 노티바에서 토글을 하기 위해 터치를 너무 여러 단계에 걸쳐 해야 함 - 커스텀롬 설치로 해결

특히 행아웃은 애플의 iMessage를 보고 따라 만든 느낌이지만, 색감이나 모양이 아무리 써도 적응이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8SMS등으로 갈아타는 듯 하니 뭐 말 할 것도 없고....보안 문제를 위해 첨부파일 다운로드를 막아둔 내장 이메일 앱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내가 옳으니 정해준대로 써라' 라며 강요하는건 애플이나 하는 행동 아닌가? 결국 롤리팝에서는 행아웃 대신 전용 메시지 앱을 따로 만들어 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기에 희대의 바보짓으로 마무리 될 듯 하다.

쓸데없는 내장 앱들 다 날려버리고 따로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깔아서 쓰고 있다. 이런식으로 제조사 특유의 앱을 무시하고 자체 앱을 쓰면 의외의 장점이 존재하는데, 폰을 바꾸어도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바뀌지 않아 예전의 익숙한 환경을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장 앱중에 살아남은건 Keep 밖에 없다. 메모 프로그램인데, 디자인이나 가독성도 훌륭하고 인터페이스도 직관적이다. 더불어 메모는 자동으로 구글에 백업되며 LG처럼 메모가 어디에 저장되는지 알 수 없어 백업이 불가능하지도 않고 삼성처럼 지멋대로 별도의 서비스를 구동하며 사람 확돌게 만들지도 않는다. 편리하긴 하지만 찝찝한 기능이기도 하기에 신상과 관련된 중요한 내용은 될 수 있으면 적지 않는 편. 그렇다 해도 Keep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잘 만들어진 앱이다. 에버노트의 코끼리 아이콘과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아서 울며 겨자먹기로 다른 앱을 쓰다가 Keep에 완전히 정착했다.

 

2. 전화시 입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상대방이 잘 듣지 못함
마이크가 전화기의 액정과 같은 면에 위치하지 않고, 기기의 모서리면에 위치한 부작용이다. 정말 딱 전화기를 얼굴에 정확히 붙인 상태에서 통화하지 않으면 상대가 잘 듣질 못한다. 노이즈 캔슬링 마이크가 원인이라고 가르쳐 주신 분도 있었지만, 잡음을 제거하기 위해 정자세 통화를 강요받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

 

3. 빠르기는 한데...
기존에 쓰던 폰이 옵티머스 LTE2인데 이게 스냅드래곤 S4 플러스 듀얼코어 1.5Ghz가 들어간다. 넥서스에 들어간 스냅드래곤 800이면 코어 숫자나 작동 주파수나 여러모로 고려할 때 아무리 적게 잡아도 S4 플러스보다 3배는 빨라야 맞는데 정작 대다수의 앱에서 체감상 성능향상은 의외로 크지 않다. 삼성의 갤럭시나 LG의 G시리즈 대비 최적화가 훌륭하기에 상대적으로 체감 성능은 뛰어난 편이고 출시 1년이 지난 물건이면서도 여전히 최신의 스마트폰폰만큼 빠르다. 하지만 옵티머스 LTE2 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느낌은 없다. 적어도 순정 상태에서는 그러하다.

스냅드래곤 S4이상의 CPU가 달린, 그러니까 갤럭시 S3 전후에 출시된 3세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더 빠른 폰을 쓰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 가지고 넥서스 5를 새로 구매한다면 실망할 지 모른다. 3D 게임등에선 GPU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확실히 빠르겠지만....최신의 최고성능 CPU라면 웹서핑이나 카톡등의 작업에서 미세한 랙마저도 없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그렇지는 않다는게 문제. 이건 아마도 롤리팝에서 고쳐지지 싶지만...

2014년 11월 13일에 공개된 안드로이드 5.0 롤리팝으로 업그레이드 한 결과 아주 많이 빨라졌다. 이만하면 느려서 못쓰겠다는 사람은 절대 나올리가 없겠으나.... CPU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ART 환경에서도 여전히 배터리는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4.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
제일 체감할만한 곳이 노티바인데, 일단 액정의 밝기를 조절하기 위한 동작을 예시로 들어 설명하면...

LG/삼성 :
노티바 내리기 - 노티바에 바로 뜨는 액정 밝기 조절 슬라이더를 좌우로 움직여 밝기 조절 - 노티바 올리기

넥서스 :
(1) 노티바 내리기 - 노티바 구석의 토글 아이콘 누르기 - 밝기 조절 아이콘 누르기 - 액정 밝기 조절 슬라이더를 좌우로 움직여 밝기 조절 - 노티바 올리기
(2)노티바를 '두 손가락'으로 내리기 - 밝기 조절 아이콘 누르기 - 액정 밝기 조절 슬라이더를 좌우로 움직여 밝기 조절 - 노티바 올리기

LG/삼성 핸드폰에서 3단계로 끝날 일이 넥서스에서는 4~5단계를 거쳐야 가능하다. 이 쯤 되면, 레퍼런스 폰이라 필요 없는 기능을 뺀게 아니라 애시당초 사용자에 대한 배려 자체가 모자란 것.

갤러리 앱도 인체 공학적으로 편하다고는 못하겠다. 넥서스 7을 잠깐 쓰다가 팔았는데 제일 의문이었던 것은 '왜 세로로 긴 기기를 가로로 스크롤 하며 이미지를 넘겨 봐야 하는가' 였다. 실제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앨범을 기준으로 잡고 페이지 넘기듯 쓸 것을 감안하여 만든게 아닐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기존의 LG 삼성 핸드폰들은 세로 스크롤을 기본으로 잡고 있다보니 나는 여기서도 황당했다.

세로 방식의 스크롤보다 더 적은 스크롤로 한번에 더 많은 이미지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가르쳐 주신 분이 계셨는데, 엄지손가락의 움직임 방향과 관절 구조, 그리고 평균적인 손의 크기를 생각하면 한국 사람들이 편할만한 방식은 절대 아니다. 한 손으로 핸드폰을 쥐고 스크롤을 한다고 쳤을 때, 좌우 방향보다 상하 방향 스크롤이 훨씬 더 편하고 자연스럽다. 적어도 손이 그리 크지 않은 보통의 한국 사람 기준으로는 스크롤 횟수가 적다는 측면에서 기계적 효율은 좋을지언정 내 몸을 위한 배려는 없다고 느껴질만한 부분들.

말이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LG나 삼성 기계 쓰던 사람들이 예전 같았음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을 이제는 여러번의 터치를 통하거나 별도 앱을 깔거나 혹은 커스텀 롬까지 올려야지만 가능하다는 거. 넥서스 5가 커스텀롬 올리기 참 편하고 좋은 기계이지만 커스텀롬 설치는 윈도 설치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롤리팝에서는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LG/삼성 폰 수준의 편리함은 아니다. 종료 메뉴에 재부팅 하나 넣어줄 센스는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5. 싼티나는 진동
삼성이나 LG 폰들은 진동 모터에 작은 진동추를 달아둬서 진동이 경쾌하다. 근데 넥서스 5는 플라스틱 재질의 외장인데다 진동 모터의 진동추 크키가 필요 이상으로 커서 핸드폰 전체가 들썩거리는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장시간 타자를 치다 보면 손이 좀 저리다. 꼭 예초기 한라운드 돌리고 온 것처럼. 폰 자체의 무게가 많이 나간다면 그 진동이 상쇄가 될텐데, 가볍게 만들려고 애쓰면서 나온 부작용이다. 북미 기반 제조사인 모토로라 폰들도 대체로 진동이 무거운 편인데, 이게 북미 사람들 취향인가 싶다.

참고로,  케이스를 씌워 사용해본 결과 싼티나던 진동이 조금 나아졌다. 과한 진동에 손이 아프던 사람들이라면 '딱딱하지 않은 재질의' 케이스를 씌워 사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사소한 차이지만, 몇 시간 붙잡고 타이핑 해보면 손이 확실히 덜 아플 것이다.

 

6. 애매한 그립감
넥서스 5 디자인이 못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 못봤다. 근데 필요 이상으로 날을 세우고 각지게 만든 디자인이 손을 너무 괴롭힌다. 크기 상으론 4.7인치 전후의 액정을 가진 3세대 폰들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작음에도 불구하고, 케이스 안붙인 상태로 장시간 사용하면 생각보다 손이 상당히 불편하다. 젤리 케이스를 씌우면 많이 나아지는데, 젤리 케이스라는게 요즘은 인기가 영 없고 제대로 된 케이스는 의외로 2~3 가지 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7. 개념 없이 빠른 버전업
이건 꼭 넥서스 5의 단점이라기 보단 모든 넥서스의 문제고 구글의 숙제다. 넥서스들만 버전이 혼자 올라가다 보니 어플들이 버전업 속도를 못따라간다. 작년 12월 18일에 국민은행 어플이 킷캣 지원 안하고-_- 카카오톡도 채팅방 나가기 기능에 버그가 있었다가 한 달 뒤에나 고쳐졌다. 애플의 경우 버전업이 빠르더라도 대다수의 사용자가 빠른 시간 내에 최신 버전의 OS를 쓰기 때문에 어플 개발자들도 거기에 맞춰 버전업을 해준다. 근데 넥서스는 사용자가 극소수이기 때문에 어플 개발자들도 '넥서스 버전업 따라가려면 가랑이 찢어지니 포기하자' 라는 생각을 하는게 아닐까 의심스럽다.

당장 카카오톡 정도의 자본과 서비스 규모를 갖춘 업체도 버전업을 못따라가서 헤매는 판국인데 영세한 개발자들은 도대체 무슨수로 버전업을 따라가라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이쯤 되면 '레퍼런스'나 '기준점'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 단어인지 고민하게 된다.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는 기준점은 소용이 없으니까. 넥서스를 살까 생각중이라면 지금 쓰는 어플들 중에 최신 버전 OS를 제대로 지원 안하는 물건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보아야 한다. 특히 안드로이드 5.0 롤리팝 업데이트는 기존과 앱이 실행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바뀌게 되는데 윈도 98에서 XP로 넘어가는 것 만큼의 커다란 변화이다. 구글이 제조사들 쥐어짜고 등떠밀고 사탕주고 해서 빠르게 OS 버전업이 이뤄지게 해야 하는데 이거 앞으로도 영영 못 풀 숙제 같아서 답답시럽다.....

 

 

 

마치며

한 4~5년 전부터 공업 제품을 평가하는 단어에 '감성 품질'이라는 단어가 추가되기 시작했다. 예전의 IT기기라면 닥치고 고성능을 추구했기에 다른 곳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헌데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충분히 빨라지고 나니 이젠 숫자로 나타나는 성능은 큰 의미가 없어져 버렸고 얼마나  더 편리하게, 덜 거슬리도록 쓸 수 있느냐에 모두들 목숨을 건다.

구글과 애플이 운영체제의 모양을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을 두고 크게 뜯어고친 것도 모두 그러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근 2~3년간 스마트폰들은 성능과 사용자에 대한 배려 모두 대단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여 초기의 스마트폰들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로 진화했는데, 단순한 수치상의 스펙 경쟁과 점수 경쟁만으론 더 이상 소비자를 잡아 끌 수 없음을 제조사들도 알아차렸다는 뜻이리라. 핸드폰이라면 재질감 개선, UX 최적화 등을 통해 감성 품질을 높일 수 있을테고. 그런데 넥서스는, 감성품질에 신경 안쓰는 구글의 무심함이 정말 온몸으로 다 드러나는 그런 기계다.

'개발자 용으로 나온 물건이라 그렇다', '레퍼런스라 그렇다'는 의견은 참아주었으면 한다. 철저히 개발용 킷으로서 나온 물건이라기엔 지금의 넥서스는 일반 소비자용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고려하고 나온 제품이다. 애시당초 상품정보 페이지 자체에서도 레퍼런스 혹은 개발용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는 한 마디도 없고, 오히려 일반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문구들(소중한 순간을 공유하세요 등등)이 먼저 튀어나온다.

넥서스 자체가 개발자들은 다들 알고 있을 만한 물건이니 따로 언급이 없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일반 소비자 상대로 진행하는게 명확한 마케팅이나 브랜딩 작업등은 더 이상 이 스마트폰이 소수의 매니아만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는걸 말하고 있다. 아무도 못따라오는 레퍼런스나 기준점이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또 아리까리 하지만... 결정적으로, 개발자용 제품이고 뭐고를 떠나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한건 불편한거다. 개발자도 사람인데, 불편을 감수하며 써야만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글의 제목인 '미완의 걸작'은 그런 의미로 붙여봤다. 넥서스 5는 여러가지로 기막히게 멋진 구석이 정말 많지만,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고 쓰지 못한다면 제 가치의 절반도 뽑아내지 못할 기계다. 사용자의 실력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로 갈린다는 점은 나같은 공돌이들이나 좋아하지 대다수의 평범한 소비자들에겐 그저 불친절한 기계로 느껴질 뿐이다. 찌개백반이 4,500원이라 써진 간판을 보고 들어갔더니 밥대신 생쌀이 튀어나온 그런 기분. 여러모로 보았을 때, 넥서스는 정말 아이폰 계열들과 명확하게 반대쪽 노선을 타려고 하는 느낌이 강하다. 아이폰의 장점은 누가 써도 일정한 성능을 보장받는다 라는 점이고 아이폰의 단점은 누가 써도 더 이상 빨라질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넥서스와 아이폰중 어떤 기계가 일반적인 소비자들에게 더 친절한 물건일지는 안봐도 뻔하다.

그렇다 해도, 분명히 넥서스 5는 좋은 기계다. 출시 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장 최고 수준의 스펙 경쟁력을 갖추었고, 당분간 누구보다도 빠르게 OS 업데이트를 받아보게 된다.(이건 위에서 언급했듯, 마냥 좋지만은 않다)전작인 넥서스 4는 지나치게 늦은 출시시기와 LTE 미지원등을 이유로 약간 애매한 물건이었으나, 넥서스 5는 내장 배터리 정도를 제외하고 스펙에서 소비자가 욕할 구석이 거의 없다. 그리고 넥서스 6가 그렇게 썩 매력적인 스펙으로 나오지 못한 탓에 당분간 넥서스 5는 꽤 오래 가치가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LG나 삼성 핸드폰을 쓰던 사람이라면 앞에서 언급한 감성 품질이 아쉽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신중하게 구매하시길. 가격이 싸다고, 스펙이 좋다고 무작정 달려들면 여러 단점들 앞에서 좌절하게 될지 모른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뤄진 상태에서 넥서스 5를 구매한다면 정말 만족하고 쓰리라 예상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론적으로 이 가격에 이만한 물건은 시장에 잘 없으니.

 

△ 마지막으로 기념하는 차원에서 스크린샷을 찍었다. 나는 내 넥서스 5를 이렇게 꾸며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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