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생각 (61)
SWEV
맹세하건대,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우리 엄마 같은 완벽한 인격자를 본 적이 없다. 대책없이 착하거나 바보같은 사람은 흔하지만 우리 엄마처럼 머리가 잘 돌아가면서도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은 드물다. 엄마가 돌보는 아이들은 자기 부모보다 엄마를 더 따르고, 엄마가 가면 울고불고 난리에 하다못해 동네 개마저도 엄마를 보면 삼시세끼 밥 챙겨주는 주인을 버리고 달려오기 일쑤다. 엄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사랑의 힘을 다들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리라. 엄마를 보며 나는 '인간의 완성'이라는 말을 자주 떠올린다. 맞다. 우리 엄마는 옳은 방향으로 인격이 완성된 사람이다. 며칠 전 간만에 본가에 들러 엄마와 아침밥을 먹으면서 결혼이나 연애쪽으로는 이젠 뭔가 마음이 전혀 움직이질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
이종걸 원내대표를 고깝게 보았던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문재인 당대표 체제에서 이래저래 잡음을 많이 일으켰던 사람이기도 하고, 안철수를 위시한 일련의 탈당 사태에서 원내대표 다운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데 저 사람의 무제한 토론을 보며 이제사 깨닫는다. 안철수는 원래 답이 없는 사람이었고,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게 정상이라는걸.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할 노릇이겠지. 사람이 몇 명인데 다 같을리가 있겠나. 그게 민주주의다. 시끄럽고, 편하지 않고, 비효율적이고, 느리다. 하지만 옳다. 옳기 때문에 존속될 수 있었다. 저 남자는 열두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젊지 않은 나이에 지쳐가는 몸을 달래며 자신의 신념을 토해냈다. 편한 신발을 ..
#1. 잘 쓰던 스마트폰이 망가졌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전에 쓰던 물건과 정 반대에 가까운 폰을 샀다. 자세한 리뷰는 나중에 따로 쓰려 한다. △ 간만에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폰을 꾸며봤다. 잘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여러 모로 마음에 든다. 맘에 든 김에 열심히 꾸며주었다. 예전의 AMOLED들은 흰색 화면일 때 배터리를 엄청나게 쓰는데다 수명까지 짧아졌다. 그래서 검은색을 바탕으로 썼다. 근데 요즘 나오는 물건들은 흰색이든 검은색이든 차이가 없단다. 삼성 갤럭시 노트인가 S6 리뷰에서 차이가 없다는 걸 본 것 같기는 한데, 저게 삼성 패널이 들어간 물건인지 찾아보기도 귀찮았고 배터리 벤치마킹도 찾아보기 귀찮았다. 그냥 까만 폰에 까만 테마 가는거지 뭐 하는 생각으로 막 만들었다. 반나절 즈음 만지..
커트 앵글이라는 프로레슬링 선수가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솜씨 좋은 선수이기도 했고 링 위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캐릭터 덕에 인기가 있었다. 나도 아주 좋아한다. 특히 그의 등장 음악인 'Gold Metal'은 진짜 좋다. 가끔 울적할 때 일부러 틀어놓고 걸을 정도로 말이다. △ 그를 상징하는 포즈, 스톤 콜드처럼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지 않아도 충분히 멋지다. 커트 앵글의 인기가 좋았던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You Suck'이란 단어의 존재가 가장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원래는 엣지가 커트 앵글이 등장할 때 커트 앵글을 야유하기 위해 등장 음악인 Gold Medal의 박자에 맞춰 You Suck을 외치던 것이 시초인데, 어느 순간 부턴가 모든 관중들이 특별한 이유 ..
#1. 나는 목소리가 항상 큰 편이었다. 5살때 다녔던 유치원 비디오에서 내가 카메라 근처에 있으면 다른 아이들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내 목소리만 나온다. 안그래도 큰 목소리가 학창시절 이후에 더 커졌다. 그래서 나는 살면서 목이 쉬거나 메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2. 그런데 헤어지자는 말을 할 때는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언제나 어디서든 크고 당당하던 내 목소리가, 그 순간 만큼은 정말 거짓말처럼 나오지 않았다. 나오지 않던 목소리로 여러 번 반복해서 힘겹게 쥐어짜내가며 이야기 했다. 헤어지자고. 미안하다고. 그 아픈 이야기를 반복해서 짜내야 했던 나도 힘들었지만, 여러 번 들어야만 했던 당신이 더 아팠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3. 몇 달이 흘렀다. 더 이상은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
새누리당은 '무시'를 참 잘 한다. 목소리를 무시해도 될만큼 상대가 약하다고 생각하면 새누리당은 언제나 무시를 해왔다. 국민들을 무시하고, 시위 참가자들을 무시했다. 그 한명 한명을 무시한다 한들 큰 일이 없으리란걸 알기 때문이다. △ 한나라당의 노무현 비방용 연극, 환생 경제(2004) 그러다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충분히 강한 사람을 만나면 그때부턴 헐뜯기 시작한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모여 극단을 창단한 뒤, 노무현을 노가리라는 캐릭터로 그려낸 연극을 공연하며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잘 먹혀들어서 대다수의 순진한 국민들이 노무현이란 인물을 우습게 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노무현을 우습게 여겼지만 정작 노무현을 우스운 사람으로 만들었던 새누리당은 항상 그를 두려워했다...
프랑스가 무슬림을 폭격하는 동안 언론매체는 뭐하냐는 글이 해외 페북에 올라왔다. 희찬이가 퍼왔고 기환씨가 좋아요를 눌렀다. 저 메시지에 공감한다. 영향력 있는 나라의 아픔에는 많은 사람들이 애도를 표하지만 가난한 나라의 고통은 누구도 헤아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굳이 이제와서 꼬집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런데 '좋아요'를 누르기에 마음이 영 편치가 않다. 죄없는 어린애들이 다치고 죽어나가는 마당에 '좋아요'라는 단어를 써서 공감을 나타내라니. 저 참담한 기사를 접한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 고작 '따봉'으로 표현될리가 있겠나. 메시지에 동의한다는 뜻의 '좋아요'인것은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러나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모든 대화와 소통이 빠르게 진행되는 세상이 온 뒤, 사람들은 조금 간단한 방..
리바이어던이란 책이 있다. 사회계약론이란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 책이다. 토마스 홉스는 이 책에서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계약 관계로 정의했다. 그리고 개개인이 각자의 자유를 최대한 넓게 가져가기 위해서 때로는 스스로의 자유를 묶어둘 필요도 있다고도 주장한다. △ 리바이어던의 표지. 리바이어던의 표지를 보고 법과 도덕의 출발이 개인의 두려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개인만으로는 살면서 쏟아지는 고통과 아픔을 견뎌낼 수 없다. 그렇기에 법과 도덕이라는 굴레를 만들어 스스로를 가둔다. 그 법과 도덕을 휘둘러 권력이라는 무기를 만들어내며 사람들은 같이 살아가는 길을 택했다. 출발점이 개인의 삶이기에 다른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올바른 법적, 도덕적 판단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
사람들은 보통 스킨십을 좋아한다. 그런데 정부는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부는 외계인들만 모여서 구성되는 것도 아닌데, 스킨십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놓으니 스킨십을 싫어한다. 이상한 노릇이다. 정부가 국민과 맞닿는 일이 두려울 이유가 있을 이유가 없는데도 그렇다. △ 친절한 번역 : 난 섹스 없어도 잘 살아. 왜냐면 정부가 매일 나를 강간하거든. 스킨십을 하려 들지 않는 것 까지만 해도 참아줄 수 있다. 섹스리스 부부도 있는 마당에 손 좀 잡지 않는다고 큰일이야 나겠는가.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다. 강간을 하려 든다. 숱한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정치적으로 강간한다. 국민의 역사관을 강간하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만들고, 국민의 주머니를 강간하기 위해 세금을 올린다. 사람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