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생각 (61)
SWEV
1. 시장경제 원칙인 국가에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괼 수 없지만, 계획경제 체제를 쓴다면 할 수 있다. 우리가 북한에 인도적 차원에서 비료와 옥수수를 지원해주면, 북한 정부는 절약된 돈을 가지고 무기를 더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중앙 정부에서 모든 자원의 분배를 컨트롤 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면 그 돈은 그대로 무기 개발에 쓸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분을 두고 지원한 것들이 실제로는 북한의 무기 구입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게, 인도적 지원이라는 단어를 써붙여도 사람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2. 우리가 준 옥수수와 비료가 무기로 안바뀐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의 고민이 굉장히 단순해진다. 그 칼날이 ..
1. 절차적 정당성(과정)은 내용적 정당성(결과) 만큼이나 중요하지만 가끔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긴 한다. 그리고 국경을 맞댄 적국에서 핵실험을 하고 그 적국의 돈줄은 방조중인 상황은 절차적 정당성이나 사회적 합의를 논할만큼 느긋하지 않다. 전략적 모호성이 어디로 갔냐고? 이젠 의미가 없어졌으니 하지 않는 것 뿐이다. 눈앞에서 강도가 칼을 빼어든 상황에서 내 손의 우산을 고쳐쥐는 행동을 신중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한 가지 더,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는 당연히 정말 중요한 문제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인접 적성 국가의 무력도발은 카테고리가 달라도 너무 달라 정책의 일관성을 꼬집기 위해 함께 논할만한 문제가 아니다. 2. 기습 공격이 아니어도 대규모 부대 이동 같은 전술적 기동은 ..
얼굴이 예뻐야 한다. 몸매도 좋아야 한다. 아름답게 춤추면서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어야 하고 지쳐도 웃으면서 나를 반겨주어야 하며, 가끔 날 크게 웃게 해줄 수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남자와 썸 비슷한 느낌이 들게 친하게 지내서도 안된다. 이게 요즘의 걸그룹에게 대중들이 요구하는 여러가지 '재능'들이다. 써놓기만 해도 참 숨이 막힐 정도로 바라는게 많다 싶은데, 오늘날의 걸그룹과 팬들은 상상연애로 연결 되어 있기에 이런 식의 무리한 요구가 흔하게 보이곤 한다. 요구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만화까지 그려가면서 탈덕하겠다는 사람이 나오고, 웃겨야 할 자리에서 웃기지 못하면 무례하다며 욕을 먹기도 한다. 나는 대중들이 아이돌 멤버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굉장히 자주 한다. 초아의 AOA 탈퇴를 보면서..
양자화는 참으로 마법같은 단어이다. 물리학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가리지 않고 '양자'라는 단어가 붙으면 전염병이라도 되는 것 마냥 두려워하기 일쑤이며, 나처럼 양자역학 수업을 세 번이나 듣고도 무슨 정신나간 소리인지 한 글자도 이해하지 못해서 다들 어떻게 시험을 보는지 궁금해 하는 전공자들도 있다. 양자역학이 어려운 개념이든 아니든간에 양자화라는 개념 자체는 이 글을 쓰는 나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모두 살면서 흔하게,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다. 그리고 나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양자화의 뜻을 빌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볼 생각이다. 시작이 거창하지만 늘 그렇듯 내 글은 별 알맹이가 없는 내용일테니 편하게 읽어도 좋다. '어떠한 물리량의 값이 연속되지 아니하고 특정한 최소 단위의 정수배 값만을 가지는 상..
제목에 철지난 드립이 섞여있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오래전에 쓰려다가 한도 끝도 없이 길어져서 그만 두었던 글 중 하나이다. 요새 좀 글이 뜸하다 싶어 쉬어가는 느낌으로 쓸 글이 하나 필요했다. 그래서 쓴다. 국가의전서열은 얼핏 보기엔 별 것이 없다. 나라로부터 월급을 받는 사람들을 한줄로 세워 놓았을 때, 누가 제일 서열이 높은가를 따지는 내용이 전부이다. 간단하게 보면 고위급 정치인이나 관료들 중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앉아 있나를 판가름하는 하나의 기준점일 뿐이지만, 실제로 그 의미를 따져보면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의미가 느껴진다. 단순히 자리의 높고 낮음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의 통치 구조에서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이 주어지는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사설이 길었다. 보면서 이야기..
#1.많은 곳에서 축하가 이루어 지고 있지만, 나는 축하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없다. 사람들은 뒤늦게라도 '정의'가 구현됐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 '뒤늦게'가 너무 뼈아프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십수년 전으로 뒷걸음질 쳤고, 세월호에선 억울한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으며 백남기 농민은 권력의 물대포에 숨을 거두었다. 김관홍 잠수사가 유서로 남긴 뒷 일을 부탁합니다 라는 말이 나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모든 비극은 그 '뒤늦게' 때문이다. 그리고 이 '뒤늦게'를 우리 모두가 다 같이 아파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거대한 고통과 슬픔 앞에 축하라는 단어를 들이밀 자신이 나는 없다. #2.감성적인 해석을 떼어내고 순수히 민주주의적 시각에서만 보더라도 탄핵이 기..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병원에 가던 길이었다. 12월 초순치곤 바람이 차서 날이 추웠다. 보험금을 받으려면 입원 증빙 서류인가 뭔가 아무튼 별 그지 삼발이 같은 서류가 많이 필요하단다. 짜증나지만 실비보험료를 타먹으려면 참아야 했다. 한 두푼도 아니고 20만원이 넘는 돈이었다. 여러분 위염을 조심합시다. 아무튼 이게 아니고 날은 춥고 병원은 가기 싫고 해서 기분이 별로였다는게 중요하다. 처음 보는 여자가 나한테 뭔가를 들고 다가왔다. 연애 경험이 쌓이면 좀 괜찮을 줄 알았는데 몇 번의 연애를 해보고 시간이 흘렀어도 난 여전히 낯선 여자와 말은 나누는 것이 별로 편하지가 않다. 교회인줄 알고 어떻게 회피기동을 해볼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성큼성큼 걸어오는 그 학생을 피할 수가 없었다. 유괴범 드립을 쳐야 하..
작년에 필리버스터를 통해 우리는 패배한 승리자를 여러 명 보았다. 그들 모두, 비록 졌지만 잘 싸워 주었고 덕분에 다음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패배한 승리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지난 총선을 통해 다들 느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심상정이 패배한 승리자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당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렇지만 민주당과의 단일화 과정 없이 끝까지 당당하게 패배하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원내에 그런 멋있는 사람, 멋있는 정당 하나 쯤은 있어도 괜찮지 않겠나. 아니, 꼭 있어주어야만 할 것이다. 또 다른 승리를 위해서 말이다. 박수치겠다. 응원하겠다. 당신의 패배를 비웃지 않겠다. 그러니 용기 있게 싸워주길.
이 글을 보고 있을지도 알 수 없고 나 같은 건 완전히 까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혹여 보고 있다면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잘 지내는지, 건강한지, 그 순진하고 착한 성격에 또 나처럼 거지 발싸개 같은 놈한테 걸려서 맘 아플 일은 없었는지 항상 걱정스럽고 보고싶어 연락을 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1년 반째 열심히 꾹꾹 참고 있어요. 그러니까 혹여 이 글을 볼지 모르는 당신도 잘 견뎌내길. 건강하길.
작가가 주인공을 '아름답게' 그리려 들지 않는 것이야 고등학생도 이유를 알만 하니 그렇다 치겠다. 패드립이 난무하는 작가의 트위터도 얼마든지 이론적 방패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은 자유고 그걸 표현하는 것도 자유다. 자유엔 책임이 당연하게 따라붙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작가가 그림을 '더럽게' 혹은 '더러워 보이게' 그린 것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실제 작가가 더러운 사람이었던 것 뿐이라면 이 때부터 대중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상식과 통념을 거부하면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참아가며 작품에 의미를 주려던 독자들은 뭐가 되냐는 말이다. 더 화가 나는 건, 꼴같잖은 작품에 꼴같잖은 스스로의 생각을 더해 되지도 않은 말을 지껄였던 것을 반성하는 사람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