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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V
찰리 채플린이 말하기를,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다. 통진당의 정당해산은 멀리서 보면 헌정의 수호라는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한 배신과 국가기관 사이의 알력다툼으로 얼룩진 비극이다.
부모님께는 참 죄송할 이야기지만, 나는 내 생김새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부지보다 작은 키도 마음에 들지 않고 오똑하게 솟지 않은 코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성형수술을 생각하진 않았다. 어린 아이들이 엉엉 울다가도 나랑 눈이 마주치면 갑자기 굳어버린다거나, 별 생각없이 사우나에 들어가니 중학생들이 나를 피해 나가는 느낌이 든다거나 등등 곱상하게 생기지 않아서 원치않지만 얻는 것도 없진 않다. 그런데 내 생김새나 몸매가 시원찮아서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사지 못할 때는 그건 좀 짜증이 난다. 이를테면 컨버스의 캔버스 화가 그렇다. 나는 발등이 두껍고 발 자체가 좌우로 넓은데다가 하체도 튼튼하기 때문에 그 신발을 신으면 꼭 무슨 살찐 졸라맨 같은 모양이 나온다. 그래서 내가 사는 신발은 대부분 신..
이 참담한 일이 벌어진지 벌써 1년 가까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잊어도 될 일이 아닌데 내가 너무 무심했다. 잊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솔직히 말해 이 여자가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꽤나 놀랐었다. 귀화한 외국인 출신의 국회의원이라니. '5000년의 유구한 역사 내내 단일 민족을 유지했다'며 교과서에 자랑스럽게 써둔 나라에서 쉽게 자리를 줄리가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 나라인 필리핀 출신에 나이도 젊고 심지어 여자이기까지 하다. 한나라당 치고는 유연하게 사람을 뽑았다며 조금 감탄했던 기억도 난다. 다문화 관련 정책들을 수립하기 위해 괜찮은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다. 어쨌든 한국에 들어와서 사는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입장을 가진 사람도 한 두명은 있는 것이 옳다고 여겼으니까. 그런데 그녀의 행보를 보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을 보면 특히나..
고기는 참 맛있지만 동물을 죽여야만 얻을 수 있다. 내 욕심을 위해서 누군가를 해쳐야만 한다니,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절대 맘 편히 먹을 수가 없는 음식이다. 그런데 다들 잊고 산다. 병아리나 오리 새끼를 보며 귀여워 하다가도 우리는 통닭을 아무렇지 않게 시켜먹는다. 맛있기도 하거니와 고기 없이 인간이 살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같이들 외면하고 덮어버리는 쪽을 택했다. 그게 모두의 정신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그런 불편한 생각을 억지로 꺼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돼지고기인거 알지만 돼지의 살아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싫고, 통닭인거 알지만 닭장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닭을 상상하기 싫은 나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박살내놓는다. 닭이 좋다고 저렇게 멀떡하니 서있을리가 없고..
어릴 적에 빅파이를 무지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 개에 고작 50원. 100원짜리 동전 한 개면 빅파이를 두 개나 먹을 수 있었다. 퍽퍽하고 그냥 뻔한 과자였지만 주스와 같이 먹으면 무지하게 맛있었고 한 상자를 사면 세로로 가득 줄을 맞춰 들어있던 물건이라 가격대비 양도 풍성했다. 빅파이가 'Big Pie'가 아닌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알았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Vic'Pie 였기에 이름만 빅이지 실제로 크지도 않네 하던 내 생각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대 후 흔히 말하는 '곽과자'를 한참 먹어대던 시절, 예전의 그 맛이 그리워 빅파이를 찾았다. PX병이던 승민이는 빅파이를 찾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신기해 했는데 박스를 보니 예전이랑 뭐가 많이 다르다. 가운데 난데없이 딸기잼이 들어있다고 ..
대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첫키스를 나눈 여자 였고, 성적으로 흥분을 느낀 첫 상대였다. 온 하루를 같이 보내고 3주 쯤 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채여있었다. 다른 남자와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을 오토바이 타고 가다 보아야 했다. 우울증이 있는 그 친구는 엉뚱하고 황당하게 나를 바보로 만들었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이해하려 애를 썼다.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개구리를 괴롭히던 나의 모습과 비슷할 뿐이라며 합리화 했다. 사람으로서 느껴야 할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는 친구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본인의 노력이나 의지로 어찌 될 문제가 아니었던 걸 나도 알고 있다. 컴퓨터를 고쳐주다 두 번째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응석 부리는 나를 잘 받아주었지만 입이 짧고 매사에 예측이 안되었던 친구..
주변에서 사람들이 컴퓨터를 산다며 종종 나에게 이것 저것 묻곤 한다. 어지간하면 요즘 컴퓨터는 다 빠르고 좋아서 뭘 사도 그게 그거라며 특별하게 사고 치지 않을 부품들만 골라 가르쳐주지만 이따금 드물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싸고 좋은 물건'으로 견적을 뽑아달란 사람들이 그렇다. △ 잘도 그러겠다. 모든 사람들이 정치적 신념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을 안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양심은 가지고 투표를 하길 바랐다. 무언가 나아지길 기대한다면, 내 주머니가 조금 얇아지는 것 정도는 다들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민주주의라 믿었다.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는 만큼, 모든 것이 내 마음에 들 수는 없기에 조금씩들 양보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성립할 수 없을테니까. 그런데 사람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