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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원내대표를 고깝게 보았던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문재인 당대표 체제에서 이래저래 잡음을 많이 일으켰던 사람이기도 하고, 안철수를 위시한 일련의 탈당 사태에서 원내대표 다운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데 저 사람의 무제한 토론을 보며 이제사 깨닫는다. 안철수는 원래 답이 없는 사람이었고,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게 정상이라는걸.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할 노릇이겠지. 사람이 몇 명인데 다 같을리가 있겠나. 그게 민주주의다. 시끄럽고, 편하지 않고, 비효율적이고, 느리다. 하지만 옳다. 옳기 때문에 존속될 수 있었다. 저 남자는 열두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젊지 않은 나이에 지쳐가는 몸을 달래며 자신의 신념을 토해냈다. 편한 신발을 ..
테러방지법이 정부가 내키는대로 국민을 감시하는 법이라고 아무리 외친다 한들, '네가 캥기는 짓을 할 일이 없으면 괜찮은거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아니, 많을 것 같은게 아니라 그냥 많다. 뭔가 당당하지 못하니까 정부를 두려워 하는게 아니냐는 묻는 사람도 보았다. 부모님께서 아무때고 당신의 방문을 벌컥벌컥 열어도 괜찮냐고 물어보고 싶다. 당당하다면 두려울 건 또 무엇이겠냐면서 말이지. 그런데 이건 정말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요즘의 통신 도감청은 예전과는 방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 △ 영화 '베를린'의 한 장면 도청, 감청, 감시 라고 하면 시꺼먼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이 뭔가 큰 죄를 짓는 사람들에게나 저지르는 일이라고들 생각하겠지만 요즘의 통신 도감청은 그렇지 않다. 그냥 속 편하게 ..
친절한 번역 1. 꺼져라. 2. 꺼져버려 돼지랑 떡치는 시리아 난민 학살자 씹새끼야. 3. 데이비드카메론 씹년. 올해 초에 웹서핑을 하다가 웃기는 짤을 발견했다. 원본엔 오바마의 새해 인사 트위터와 같이 올라와 있었는데, 오바마 트위터엔 고맙다는 리트윗이 올라와 있지만 위의 사람 트위터엔 온통 욕지랄 뿐이다. 뭐하는 사람이고, 뭘 얼마나 잘못해서 저리 욕을 쳐먹나 했더니 영국 총리였고 실제로 찾아보니 욕먹을만한 짓을 하긴 했다. 처음엔 Cunt라는 심한 욕을 쓰길래 '뭔 대역죄인이라도 되나 씹년 소릴 다 듣고다니네 허허 껄껄' 정도였는데 볼수록 곱씹어볼만한 트위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 가서 살아본 적도 없고 영국의 정치나 사회 문화에 대해 쥐콩만큼도 지식이 없지만, 저 모습 하나는 부럽다. 한 나라..
잘 쓰던 스마트폰이 박살났다. Z3 컴팩트는 참 좋은 스마트폰이었지만 AS기간이 지나자마자 액정 가장자리의 본드가 떨어져서 화면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그걸 붙여보겠다고 순간 접착제를 살살 흘려넣어 붙였더니 아주 약한 충격에 액정과 뒷판의 강화유리에 금이 가버렸다. 화면 터치가 안되어서 문자를 보기 위해 스마트폰에 마우스를 연결해서 쓰다가 이게 무슨 광대놀음인가 싶어서 T월드 다이렉트에 들어가 봤다. Xperia Z3C를 잘 썼기에 이참에 Z3나 Z5C를 사볼까 싶다가, 1년 지나니 정확하게 액정 접착제가 떨어지는 소니타이머가 생각할수록 황당한데다 한번에 핸드폰 기계값을 다 내면서 사야 하는게 영 부담스러워서 Z3는 포기하게 됐다. Z3C의 후속모델인 Z5C는 국내에 정식 발매가 안되어서 구매대행 업체를 ..
#1. 잘 쓰던 스마트폰이 망가졌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전에 쓰던 물건과 정 반대에 가까운 폰을 샀다. 자세한 리뷰는 나중에 따로 쓰려 한다. △ 간만에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폰을 꾸며봤다. 잘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여러 모로 마음에 든다. 맘에 든 김에 열심히 꾸며주었다. 예전의 AMOLED들은 흰색 화면일 때 배터리를 엄청나게 쓰는데다 수명까지 짧아졌다. 그래서 검은색을 바탕으로 썼다. 근데 요즘 나오는 물건들은 흰색이든 검은색이든 차이가 없단다. 삼성 갤럭시 노트인가 S6 리뷰에서 차이가 없다는 걸 본 것 같기는 한데, 저게 삼성 패널이 들어간 물건인지 찾아보기도 귀찮았고 배터리 벤치마킹도 찾아보기 귀찮았다. 그냥 까만 폰에 까만 테마 가는거지 뭐 하는 생각으로 막 만들었다. 반나절 즈음 만지..
컴퓨터를 만지작 거리다 보면 후배들한테 이것 저것 가르쳐줄 일이 많은데 뜬금없이 굉장한 질문을 하는 후배가 있다. 의정부에 사는 김모군이 가끔 그런데, 오늘은 300만원짜리 램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전두환의 전재산을 10번 빼앗아도 못사는 메모리라니, 듣기만 해도 두근거리지 않나. △ 어디서 뭘 보고 이런 걸 묻는지 원..."응, 있어." 라고 짧게 대답해줄 수도 있겠지만, 어지간한 사무용 컴퓨터 10대와 같은 돈을 주어야 살 수 있는 램이라는건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궁금할 사람들이 분명히 지구상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램에다가 금칠이라도 해놨냐고 묻고 싶을수도 있는데, 원래 램에는 반드시 금이 들어간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메인보드와 맞닿는 소켓 접점 부분에 금박이 얇게 씌..
커트 앵글이라는 프로레슬링 선수가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솜씨 좋은 선수이기도 했고 링 위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캐릭터 덕에 인기가 있었다. 나도 아주 좋아한다. 특히 그의 등장 음악인 'Gold Metal'은 진짜 좋다. 가끔 울적할 때 일부러 틀어놓고 걸을 정도로 말이다. △ 그를 상징하는 포즈, 스톤 콜드처럼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지 않아도 충분히 멋지다. 커트 앵글의 인기가 좋았던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You Suck'이란 단어의 존재가 가장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원래는 엣지가 커트 앵글이 등장할 때 커트 앵글을 야유하기 위해 등장 음악인 Gold Medal의 박자에 맞춰 You Suck을 외치던 것이 시초인데, 어느 순간 부턴가 모든 관중들이 특별한 이유 ..
#1. 나는 목소리가 항상 큰 편이었다. 5살때 다녔던 유치원 비디오에서 내가 카메라 근처에 있으면 다른 아이들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내 목소리만 나온다. 안그래도 큰 목소리가 학창시절 이후에 더 커졌다. 그래서 나는 살면서 목이 쉬거나 메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2. 그런데 헤어지자는 말을 할 때는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언제나 어디서든 크고 당당하던 내 목소리가, 그 순간 만큼은 정말 거짓말처럼 나오지 않았다. 나오지 않던 목소리로 여러 번 반복해서 힘겹게 쥐어짜내가며 이야기 했다. 헤어지자고. 미안하다고. 그 아픈 이야기를 반복해서 짜내야 했던 나도 힘들었지만, 여러 번 들어야만 했던 당신이 더 아팠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3. 몇 달이 흘렀다. 더 이상은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