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V
혼자만의 힘으로는 살아가기 버겁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모여 규칙을 만들고 스스로의 자유를 묶어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규칙에 강제성을 띄게 한 뒤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벌을 주었다. 이게 법이다. 법을 한 사람이 만들고 한 사람이 집행하며 그 와중에 나라까지 다스리니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엉망진창인 군주들이 뜨고 지기를 반복하며 초월적인 1인에 의한 지배 체제는 사라지고 현대 국가의 틀이 갖춰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법을 만드는 일, 법으로 잘잘못을 가리는 일, 법에 근거해 나라를 다스리는 일, 이 세 가지를 각자 다른 집단에서 하기 시작한다. 이게 삼권분립이다.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따른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따로 둔다. 국가라는 집단 안..
아부지에게 참으로 감사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감성을 나에게 충분히 물려주셨다는 점이다. 어릴적부터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9살 때 Fleetwood Mac을 들었고 10살때 Yanni의 Acropolis 공연 실황 비디오를 봤다. 고등학교 때 퀸의 음악을 알게 됐다. 기뻤다. 이런 노래가 있다니. 이런 목소리가 있다니. 숨이 멎을 듯한 감동이었다. 퀸의 음반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마지막 정규 앨범인 Made in Heaven은 너무 자주 듣다가 CD가 다 긁혀서 갖다 버리고 새로 또 사야했다. Too Much Love Will Kill You는 몇천 번은 들은 것 같다.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 반복해서 들을 때가 있다. 건담을 엄청나게 모아댔지만 피규어..
A씨는 입사가 빨랐다. 업무에 대단한 재능은 없었지만, 나이에 비해 경력이 짧지 않아 업계 사정을 그런대로 알고 있는 편이었고, 새로 생긴 팀에서 팀원들과 그럭저럭 잘 지냈다. A씨 덕분에 팀이 자리를 빨리 잡을 수 있기도 했다. 이따금 예의가 없다는 말도 돌았지만, 그게 A씨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를 한순간에 거꾸러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A씨가 연애를 하며 공사구분을 못하고 팀에 꽤 크게 민폐를 끼쳤다. 팀원들과의 사이가 나빠지며 결국 A씨는 팀을 떠났다. 만약 A씨가 내 부하직원이었다면, 나는 A씨를 어떻게 대할지 생각해 봤다. 그냥 별 악감정은 없을 것 같다. 팀에 민폐를 끼치거나 팀원끼리 상처를 주고 받는것 만으로 누군가를 미워할 순 없다. 누구든 민폐 끼치는 순간은 있기 마련이고 회사에서 ..
애플이 레티나 맥북 프로를 내놓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달리지 않은 맥북 프로도 여전히 팔리고 있다. 유지보수가 편한 구조인데다가 ODD자리가 있어서 저장장치 용량을 크게 쓸 수 있다보니 구형 맥북이 필요한 사람도 아마 분명히 있을 것이다. 쨌든 간만에 애플 홈페이지에 들어갔고, 아직도 맥북 프로가 팔리고 있는 것이 신기했는데, 상품 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아주 뜬금없게 잘못된 번역이 있었다. 일단 보고 이야기를 하자. △ '고정형' 드라이브라는게 무엇인지 잠깐 고민했다. 저장장치에 뭘 집어넣을지 고르는 부분인데, Serial ATA 드라이브 @ 5400rpm이라고 쓰여있는 것은 당연히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되시겠다. 레티나 맥북 프로엔 2.5인치 노트북용 HDD 공간이 아예 없지만..
이따끔 그런 생각을 한다. 물건에도 마음이 있다면 스스로가 자랑스러울 물건은 과연 몇이나 될까. 집 앞에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가 낡은 침대 매트리스가 버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가만히 보니 매트리스라고 할 수도 없는 정도의 물건이다. 나무 판때기 밑에 각목을 대어서 두께를 약간 늘린 뒤 1cm도 안되는 스폰지를 바르고 그 위에 껍데기만 씌워놓은 상태. 철제 코일 스프링으로 만들어진 보통의 침대 매트리스도 아니었고 하다못해 군대에서 나눠주는 두께 5cm짜리 두꺼운 스폰지로 채워진 매트리스도 아니었다. 그냥 나무 판자나 다름 없는 물건에 최고급 침대라는 말을 한 두번도 아니고 수십번 반복해서 새겨놓았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이 글을 쓴 나, 이 물건을 만든 회사의 사람들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저 아..
지금은 철지난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렸지만, 기동전사 건담 시드와 시드 데스티니를 난 참 재밌게 봤다. 시나리오가 엉망이고 현실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쏟아지지만 나한테 건담 시리즈는 프라모델 광고일 뿐이다. 액션씬이 멋있게 나온다면 난 그걸로 족하다. 그리고 괜찮으면 프라모델을 사겠지. 말이 나온 김에 하는 소린데, 레이 자 바렐이 길버트 듀렌달을 총으로 쏴죽인 것이 말이 안된다고? 김재규가 박정희 쏴죽인건 말이 되는 일이라서 벌어졌나. △ 포스 임펄스 건담 디자인 원화. 촌스럽게 생겼다.△ 그리고 이게 아마도 임펄스 건담이 가장 멋지게 그려진 일러스트일 것이다. 시드 시리즈가 욕을 먹든 말든 시드에 등장하는 건담들이 난 맘에 들었고 개중에서도 애증이 뒤섞인 놈이 있는데 그게 바로 임펄스 건담 되시겠다. 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