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V
처음으로 몸과 마음을 모두 써가며 여자와 사랑을 나눠 본 게 스물 두 살 때의 일이다. 어지간하면 엄마한테 숨기는 일이 없는 편이지만 잠자리와 관계된 이야기는 숨겨야 할지 말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몇 달간 고민하다가 내 삶에서 중요한 변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래도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았고, 결국 TV를 보던 엄마 옆에 앉아 할 수 있는 한 가장 조심스러운 단어를 골라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말씀이 없으시던 엄마는 잠깐 뜸을 들인 뒤 어마어마한 대답을 들려주셨다. "엄마, 나 이제 총각이 아니야.""그래서?" 엄마의 반응이 너무나도 쿨해서 말문이 턱 막혔다가 간신히 한 마디 다시 꺼냈다. 그리고 또 엄청나게 충격적인 대답을 들었다. "아니 엄마, 내 일신상의 중요한 변화라서 엄마한텐 이야길 꼭..
흔히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내분으로 망한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나는 저 말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진보가 내분이 일어나기 더 쉬워서 망하는 게 아니라 망할 만한 놈들이 모였으니 망하는 거다. 시덥잖은 싸움에 등돌릴 사이라면 애초에 서로 쓸모 없는 존재일 뿐인거고. 진보가 망하는 이유는 내분이 아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다. 스스로 진보라 외치는 작자들은 하나같이 말을 어렵게 쓴다. 스스로 '옳은 일을 하고 있다.'라고 믿기 때문에 별 내용도 없이 쓸데없게 어려운 글이 읽는 사람을 얼마나 피곤하게 하는지 생각조차 못하나보다. 맞는 말을 하든 틀린 말을 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읽는 사람들을 쓸데없이 괴롭히지 않는 글을 제발 써달란 말이다. 적어도 글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라면..
몸에서 느껴지는 이런 저런 감각들은 고스란히 살아있는데, 그걸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할 운영체제가 다운되는 느낌이었다. 아주 느리게 슬로우 비디오처럼. 보통 컴퓨터가 다운되는 일은 갑작스레 벌어지기 마련이지만, 웃기게도 사람의 몸이 컴퓨터보다 훨씬 복잡하다 보니 다운되는데도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는거. 뭐 컴퓨터도 달린게 많으면 켜지고 꺼지는 속도가 느려지니까 그러려니 한다.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말 자체도 느려졌고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뿅가고 홍콩 갈 것 같은 느낌은 한 톨도 없었다. 아무튼 생전 인연이 없을 것 같았고 별다르게 관심도 없던 마약을 아주 우연한 기회에 내 의지와 관계없이 겪었다는 것이 핵심. 지난 주 금요일인가 목요일에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소화불량..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시킬 수 없다' 라는 말이 도대체 왜 메갈리아에 한해서는 쓰이지 않는 걸까? 진보진영이 그간 숱하게 써온 프레임이자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가치이지 않았나. 여권 신장이라는 목적을 위해 남혐과 패드립이라는 수단을 써도 된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고 합의한 게 아닌데도 정의당과 한경오는 메갈리아를 편들고 있다. 그간 그들이 부르짖던 정의와 상식은 온데간데 없다. 그리고 나는 이 현상이 진짜로 신기하다.
밀키스는 1,000원이고 암바사는 1,100원 이었다. 마침 지갑속엔 딱 1,000원짜리 한 장이 들어있어서 밀키스를 샀다. 평소 같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롯데, 남양, 팔도의 제품들을 가능하면 사지 않으려 마음먹고 있기에 초코에몽 맛이 궁금해 미치겠으면서도 사지 않았고, 팔도 비빔면이 최고인걸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삼양 갓비빔을 사먹곤 했다. 항상 정의롭게 살 수야 없겠지만 내가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내 피곤과 수고로움을 견디고 싶었다. 나에게나 세상에게나 그것이 더 옳을 것 같았다. 근데 고작 100원에 그 원칙이 깨졌다. 피곤하고 귀찮았던 게 원인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니 내 양심과 인내의 가격이 고작 100원인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이젠 그러지 ..
정의당이 심상정 원맨팀 같이 느껴져서 이게 결국 박근혜의 보스정치랑 뭐가 다른가 싶을 때가 많았다. 그래도 심상정을 마음속이나마 응원했다. '리더가 절대적으로 선(善)하다면, 독재는 용서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의 심상정은 그런 기대를 걸어도 될만한 사람 같았다. 적어도 그때는 그랬다. 국정감사 이후 대충 1년 즈음 지난 것 같은데 절대선은 온데간데 없고 혐오주의와 폭력에 동조하는 심상정이 남았다. 4월에 고민 끝에 비례대표에 정의당을 찍었다. 그리고 지금 정의당의 모습을 보니 입맛이 쓰다. 진영논리에 매몰되거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진 평범한 생각을 읽지 못하는 일은 없길 바랐건만, 너무 큰 기대였나보다. 심상정이 보스라 할만큼 정의당에서 큰 권력을..
잘 쓰던 밥솥이 죽었다. 16800원 주고 사서 4년 가까이 밥을 잘 지어주면서 충분히 제 몫을 다해준 물건이다. 사실 지금도 신기하다. 도대체 밥솥이 20,000원도 안하는게 말이 되나. 남으니까 내다 팔겠지만 그래도 신기한 건 매한가지다. 중국 공장에서 나오는 원가는 $10 정도 되지 않을까. 유통마진이나 물류비 이것저것 고려하면 대충 그 즈음일 것 같다.. 왼쪽이 죽은 밥솥이고, 오른쪽이 새로 산 밥솥이다. 배송료 포함해서 20,000원 줬다. 예전 물건과 마찬가지로 압력기능도 없고 IH방식도 아닌 가장 싼 밥솥 중 하나다. 내가 고슬고슬하고 물기가 많지 않은 밥을 좋아하기 때문에 밥솥에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 웃기게도, 저런 싸구려 밥솥을 쓰면 본의 아니게 부지런해진다. 밥솥의 밀폐가 형편..
맥북에어의 충격적인 데뷔 이후로 노트북들이 얇게, 가볍게 변해간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그런데, 무게 보다는 성능에 목을 멘 사람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을 마냥 달가워 할 수가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노트북 CPU들은 30W 전후의 소모전력을 가진 모델들이 주류였고 15W급의 소모전력을 가진 CPU들은 저전력 등급으로 분류되어 휴대성을 강조하고 성능을 어느 정도 포기한 라인업에만 들어갔다. 그런데 요즘 노트북 시장의 주류는 누가 뭐래도 울트라북이고 울트라북엔 보통 15W급 CPU들이 들어간다. 이 유행을 거스를만한 힘을 가진 회사는 사실상 없었고 저전력 CPU들도 충분한 고성능을 달성하고 나니 이젠 30W급 CPU가 달린 노트북 자체가 드물다. 결국 고성능을 바라는 사람은 각 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