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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삼성은 갤럭시 알파라는 희한한 물건을 내놓았다. 720p의 어정쩡한 해상도, 115g의 황당할 정도로 가벼운 무게, 그 와중에 삼성의 최신이자 최고성능 AP인 엑시노스 5430까지. 저가형이라기엔 AP에 너무 힘이 들어갔고 고가형이라기엔 해상도가 너무 낮았다. 그런데 저 애매한 단어들이 뒤섞이고 나니 정확하게 엄마가 원하는 스마트폰이 되었다. 옵티머스 LTE를 쓰시던 엄마는 지금의 스마트폰보다 크고 무거워 지는 것은 절대로 싫다고 하셨고, 저 조건에 맞는 스마트폰은 아이폰 6와 엑스페리아 Z3 컴팩트, 그리고 갤럭시 알파 뿐이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익숙하시던 엄마에게 다시 아이폰에 적응하시라 할 수도 없었고, 엑스페리아 Z3 컴팩트는 나도 쓰고 있지만 국내산 스마트폰의 편의기능에 익숙해진..
딱 잘라 말해서 그냥 '똥오줌 못가리는 재벌 아가씨의 삽질'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미 만신창이가 될 만큼 욕도 먹었고 얻어맞았는데 아직도 사람들은 조현아 욕하기에 바쁘고, 온 국민의 분노가 전부 저 한 여자한테 다 꽂히는 느낌이 든다. 욕먹어도 할 말 없는 여자인 건 나도 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욕 먹을 일인가 싶어 생각해보면 조금 아리까리 하다. 그냥 흔한 미친 여자일 뿐이고 뻔한 바보짓 하나 했을 뿐이다. 다만 그 스케일이 블록버스터급이란 것이 재밌다면 재밌는 일이지만. 성별은 여자, 나이는 고작 30대. 욕 먹기 딱 좋게 생겼다. 딱 봐도 만만하지 않은가. 그 와중에 국토부와 검찰, 행정부와 사법부 기관 둘이 달려들어 열심히 대한항공을 두들기시는 중이다. 이빨이 다 빠진 호랑이가 무..
고기는 참 맛있지만 동물을 죽여야만 얻을 수 있다. 내 욕심을 위해서 누군가를 해쳐야만 한다니,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절대 맘 편히 먹을 수가 없는 음식이다. 그런데 다들 잊고 산다. 병아리나 오리 새끼를 보며 귀여워 하다가도 우리는 통닭을 아무렇지 않게 시켜먹는다. 맛있기도 하거니와 고기 없이 인간이 살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같이들 외면하고 덮어버리는 쪽을 택했다. 그게 모두의 정신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그런 불편한 생각을 억지로 꺼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돼지고기인거 알지만 돼지의 살아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싫고, 통닭인거 알지만 닭장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닭을 상상하기 싫은 나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박살내놓는다. 닭이 좋다고 저렇게 멀떡하니 서있을리가 없고..
어릴 적에 빅파이를 무지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 개에 고작 50원. 100원짜리 동전 한 개면 빅파이를 두 개나 먹을 수 있었다. 퍽퍽하고 그냥 뻔한 과자였지만 주스와 같이 먹으면 무지하게 맛있었고 한 상자를 사면 세로로 가득 줄을 맞춰 들어있던 물건이라 가격대비 양도 풍성했다. 빅파이가 'Big Pie'가 아닌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알았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Vic'Pie 였기에 이름만 빅이지 실제로 크지도 않네 하던 내 생각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대 후 흔히 말하는 '곽과자'를 한참 먹어대던 시절, 예전의 그 맛이 그리워 빅파이를 찾았다. PX병이던 승민이는 빅파이를 찾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신기해 했는데 박스를 보니 예전이랑 뭐가 많이 다르다. 가운데 난데없이 딸기잼이 들어있다고 ..
컴퓨터 업계에서 엔비디아처럼 극단적으로 좋고 싫음이 뚜렷한 회사가 드물다. 엔비디아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크고 지배적인 회사가 일단 잘 없는데다 만약 있더라도 그 정도 쯤 되는 회사면 욕 먹지 않도록 알아서 잘 하기 때문이다. 인텔이 그렇다. 컴퓨터 업계에서 인텔은 칭찬 받느라 24시간이 모자란 회사다. 인텔 안티를 외치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프레스캇 사건 이후로는 인텔이 특별하게 실수하거나 지저분하게 장사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 2013년도 최고의 짤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엔비디아는 참 욕을 많이 먹는다. 회사로서의 존재감이나 무게는 인텔 뺨치게 큰데도 거의 동네북 신세다. 모바일 사업부에서 이런저런 바보짓을 한 것들도 원인일테고 저 위의 리누즈 토발즈가 분노의 뻐큐를 날릴 만큼 리눅스쪽 지원이..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일들이 많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야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바뀌곤 한다. 이를테면 실내 흡연이 그렇다. 4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은 쉬는 시간,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복도에서도 창문만 열어놓고 담배를 피웠다. 지금은 저런 담임선생님이 있다면 아마 학부모들이 등교 거부를 할 것이다. 무언가 계기가 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쉽게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이영돈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가 만든 일요스페셜 다큐 '술 담배 스트레스에 관한 첨단 보고서'는 흡연 문화를 바꾼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중학교에 입학하니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바지는 통을 줄이지 말란다. 외모에 별 신경을 안쓰고 편한게 장땡이던 시절이라 머리는 초등학교때도 짧았고 ..
대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첫키스를 나눈 여자 였고, 성적으로 흥분을 느낀 첫 상대였다. 온 하루를 같이 보내고 3주 쯤 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채여있었다. 다른 남자와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을 오토바이 타고 가다 보아야 했다. 우울증이 있는 그 친구는 엉뚱하고 황당하게 나를 바보로 만들었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이해하려 애를 썼다.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개구리를 괴롭히던 나의 모습과 비슷할 뿐이라며 합리화 했다. 사람으로서 느껴야 할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는 친구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본인의 노력이나 의지로 어찌 될 문제가 아니었던 걸 나도 알고 있다. 컴퓨터를 고쳐주다 두 번째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응석 부리는 나를 잘 받아주었지만 입이 짧고 매사에 예측이 안되었던 친구..
주변에서 사람들이 컴퓨터를 산다며 종종 나에게 이것 저것 묻곤 한다. 어지간하면 요즘 컴퓨터는 다 빠르고 좋아서 뭘 사도 그게 그거라며 특별하게 사고 치지 않을 부품들만 골라 가르쳐주지만 이따금 드물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싸고 좋은 물건'으로 견적을 뽑아달란 사람들이 그렇다. △ 잘도 그러겠다. 모든 사람들이 정치적 신념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을 안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양심은 가지고 투표를 하길 바랐다. 무언가 나아지길 기대한다면, 내 주머니가 조금 얇아지는 것 정도는 다들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민주주의라 믿었다.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는 만큼, 모든 것이 내 마음에 들 수는 없기에 조금씩들 양보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성립할 수 없을테니까. 그런데 사람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