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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V
부모님께는 참 죄송할 이야기지만, 나는 내 생김새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부지보다 작은 키도 마음에 들지 않고 오똑하게 솟지 않은 코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성형수술을 생각하진 않았다. 어린 아이들이 엉엉 울다가도 나랑 눈이 마주치면 갑자기 굳어버린다거나, 별 생각없이 사우나에 들어가니 중학생들이 나를 피해 나가는 느낌이 든다거나 등등 곱상하게 생기지 않아서 원치않지만 얻는 것도 없진 않다. 그런데 내 생김새나 몸매가 시원찮아서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사지 못할 때는 그건 좀 짜증이 난다. 이를테면 컨버스의 캔버스 화가 그렇다. 나는 발등이 두껍고 발 자체가 좌우로 넓은데다가 하체도 튼튼하기 때문에 그 신발을 신으면 꼭 무슨 살찐 졸라맨 같은 모양이 나온다. 그래서 내가 사는 신발은 대부분 신..
이 참담한 일이 벌어진지 벌써 1년 가까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잊어도 될 일이 아닌데 내가 너무 무심했다. 잊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멀티 GPU의 시작점, 부두의 SLI △ 부두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끌었던 부두 2 지금은 그 이름마저도 희미해져가는 회사이지만 한 15년쯤 전에 최고의 '3D가속 카드'를 꼽으라면 무조건 3Dfx사의 Voodoo시리즈였다. '그래픽 카드'가 아니라 '3D 가속 카드'라는 이름인 것은, 오늘날엔 한 개의 그래픽카드가 2D와 3D화면 모두를 담당하지만 저 시절만 하더라도 2D화면 출력을 위한 카드와 3D에서 가속을 담당하는 카드를 따로 꽂아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단 한 개의 그래픽카드로 2D와 3D 모두를 지원하기 시작한건 조금 나중의 일이다. 제목엔 멀티 GPU라고 써있지만 실질적으로 부두는 GPU, 즉 Graphic Processing Unit 이라기 보단 단순한 가속장치에 불가했으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노트북용 부품들의 가격이 데스크탑용 부품들 가격 보다도 싸지는 일은 아마도 없을거라 믿었다. 그런데 노트북용 램과 데스크탑용 램의 가격이 같아지고 HDD의 가격 마저도 같아지는 엉뚱한 일을 다 보게 될 줄이야. 적어도 예전엔 노트북 부품이 데스크탑용 부품보다 비싸야만 할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 3.5인치 데스크탑용 HDD는 2.5인치 노트북 HDD보다 4~5배는 크고 무겁다. 일단 노트북용 HDD들은 크기가 작았다. 안그래도 1분당 5400~7200번씩 회전하는 민감한 물건인데 크기를 줄이면서도 정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HDD는 구조상 진동이 많이 생기기에 무거울 수록 안정성이 좋다. 노트북용 HDD는 데스크탑 HDD 무게의 1/4 정도 밖에 나가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데이터를 읽고 써야만 하니 당연..
엑스페리아를 보고 있으면, 소니가 만든 넥서스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AOSP 순정 코드에 가까운 기본 탑재 운영체제가 특히 그렇다. 군더더기 없는 AOSP 베이스에 자신들의 장기인 미디어 기능을 잔뜩 넣은 뒤, 최소한의 편의 기능들을 끌어다 박았다. 너절하지 않은 소프트웨어 덕분에 본질에 충실해지긴 했지만 국내산 스마트폰들의 각종 편의기능에 익숙한 사람들의 속편하게 사다 쓸 물건은 아니라는 것이 엑스페리아의 한계다. 이런 엑스페리아를 보면서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소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1등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확신. 삼성 전자의 압도적인 내부 자원(OLED/엑시노스)과 대항할만한 자본도 기술력도 없는데다 광고 하나도 삼성만큼 해낼 힘이 없는 회사다. 그 와중에 중국 업체들은 자..
솔직히 말해 이 여자가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꽤나 놀랐었다. 귀화한 외국인 출신의 국회의원이라니. '5000년의 유구한 역사 내내 단일 민족을 유지했다'며 교과서에 자랑스럽게 써둔 나라에서 쉽게 자리를 줄리가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 나라인 필리핀 출신에 나이도 젊고 심지어 여자이기까지 하다. 한나라당 치고는 유연하게 사람을 뽑았다며 조금 감탄했던 기억도 난다. 다문화 관련 정책들을 수립하기 위해 괜찮은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다. 어쨌든 한국에 들어와서 사는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입장을 가진 사람도 한 두명은 있는 것이 옳다고 여겼으니까. 그런데 그녀의 행보를 보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을 보면 특히나..
몇달 전, 삼성은 갤럭시 알파라는 희한한 물건을 내놓았다. 720p의 어정쩡한 해상도, 115g의 황당할 정도로 가벼운 무게, 그 와중에 삼성의 최신이자 최고성능 AP인 엑시노스 5430까지. 저가형이라기엔 AP에 너무 힘이 들어갔고 고가형이라기엔 해상도가 너무 낮았다. 그런데 저 애매한 단어들이 뒤섞이고 나니 정확하게 엄마가 원하는 스마트폰이 되었다. 옵티머스 LTE를 쓰시던 엄마는 지금의 스마트폰보다 크고 무거워 지는 것은 절대로 싫다고 하셨고, 저 조건에 맞는 스마트폰은 아이폰 6와 엑스페리아 Z3 컴팩트, 그리고 갤럭시 알파 뿐이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익숙하시던 엄마에게 다시 아이폰에 적응하시라 할 수도 없었고, 엑스페리아 Z3 컴팩트는 나도 쓰고 있지만 국내산 스마트폰의 편의기능에 익숙해진..
딱 잘라 말해서 그냥 '똥오줌 못가리는 재벌 아가씨의 삽질'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미 만신창이가 될 만큼 욕도 먹었고 얻어맞았는데 아직도 사람들은 조현아 욕하기에 바쁘고, 온 국민의 분노가 전부 저 한 여자한테 다 꽂히는 느낌이 든다. 욕먹어도 할 말 없는 여자인 건 나도 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욕 먹을 일인가 싶어 생각해보면 조금 아리까리 하다. 그냥 흔한 미친 여자일 뿐이고 뻔한 바보짓 하나 했을 뿐이다. 다만 그 스케일이 블록버스터급이란 것이 재밌다면 재밌는 일이지만. 성별은 여자, 나이는 고작 30대. 욕 먹기 딱 좋게 생겼다. 딱 봐도 만만하지 않은가. 그 와중에 국토부와 검찰, 행정부와 사법부 기관 둘이 달려들어 열심히 대한항공을 두들기시는 중이다. 이빨이 다 빠진 호랑이가 무..
고기는 참 맛있지만 동물을 죽여야만 얻을 수 있다. 내 욕심을 위해서 누군가를 해쳐야만 한다니,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절대 맘 편히 먹을 수가 없는 음식이다. 그런데 다들 잊고 산다. 병아리나 오리 새끼를 보며 귀여워 하다가도 우리는 통닭을 아무렇지 않게 시켜먹는다. 맛있기도 하거니와 고기 없이 인간이 살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같이들 외면하고 덮어버리는 쪽을 택했다. 그게 모두의 정신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그런 불편한 생각을 억지로 꺼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돼지고기인거 알지만 돼지의 살아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싫고, 통닭인거 알지만 닭장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닭을 상상하기 싫은 나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박살내놓는다. 닭이 좋다고 저렇게 멀떡하니 서있을리가 없고..
어릴 적에 빅파이를 무지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 개에 고작 50원. 100원짜리 동전 한 개면 빅파이를 두 개나 먹을 수 있었다. 퍽퍽하고 그냥 뻔한 과자였지만 주스와 같이 먹으면 무지하게 맛있었고 한 상자를 사면 세로로 가득 줄을 맞춰 들어있던 물건이라 가격대비 양도 풍성했다. 빅파이가 'Big Pie'가 아닌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알았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Vic'Pie 였기에 이름만 빅이지 실제로 크지도 않네 하던 내 생각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대 후 흔히 말하는 '곽과자'를 한참 먹어대던 시절, 예전의 그 맛이 그리워 빅파이를 찾았다. PX병이던 승민이는 빅파이를 찾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신기해 했는데 박스를 보니 예전이랑 뭐가 많이 다르다. 가운데 난데없이 딸기잼이 들어있다고 ..